▲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펴냄, 254쪽, 2017년 4월 17일 출간

식물과 무사, 이보다 역설적인 병치가 있을까.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은 에도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식물과 무사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일찍이 에도의 가능성을 간파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를 수도로 정해 개척했다. 에도는 습지대가 많아 다양한 식물군이 서식했으며, 논농사에도 유리해 식량자원도 풍부했다. 그리고 인구 100만 명에 이르는 에도의 인구 증가에 따른 상하수시설문제를 분뇨를 사용함으로써 농업생산과 환경오염까지 해결했다.

무엇보다 약초마니아로 알려져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식물사랑도 흥미롭다. 약초원을 직접 가꾸었을 정도로 식물에 열정적인 이에야스에게 사랑받은 것 중 하나가 가지다. 꿈에 나오면 길하다고 여겨진 가지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고급채소에서 일반인에게 보급되는 과정도 알 수 있다.

소나무, 고사리, 토란, 녹나무, 매화를 전쟁 때 식량화하는 전략, 그리고 마름의 열매로 만든 무기, 식물유지로 물속에서도 켜지는 횃불 등 식물을 이용한 다양한 닌자들의 무기 비법도 놀랍다.

항상 죽음과 마주하는 무사들의 식물 키우기를 읽다보면 원예 붐이 일었던 당시 막부시대 문화에서 원예대국으로의 동력이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칼로 상징되는 무사들은 정원 가꾸기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힘과 기량을 기르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하급무사들까지도 멘델의 법칙을 이해했던 에도의 원예문화는 가히 선구적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에도가 식물도시라 불린 이유다.

지은이는 벚꽃에 대한 가려진 진실도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벚꽃은 생의 무상함으로 비유되지만 벚꽃의 일본말 사쿠라의 ‘사’는 밭의 신을 의미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벚꽃은 신성한 대상으로 사랑받아왔다.

잡초생태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괭이밥이나 벗풀, 냉이 같은 잡초가 무가들에게 인기 있는 문장이었다고 언급한다. 강인한 잡초에 가문의 역사를 비유하며 무사정신을 기르던 당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은이 이나가키 히데히로

1968년 일본 시즈오카시에서 태어났다. 오카야마대학 대학원 농학연구과 수료. 농학박사. 전공은 잡초생태학. 농림수산성과 시즈오카 현 농림기술연구소 등을 거쳐 현재 시즈오카대학 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풀들의 전략,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도시에서, 잡초’, ‘수컷들의 육아분투기’, ‘잡초의 성공전략’, ‘보약보다 좋은 밥상위의 채소’, ‘친근한 들풀, 일본의 마음’, ‘나비는 왜 유채잎에 앉을까?’ 등이 있다.

옮긴이 조홍민

연세대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경향신문에서 국제부, 정치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6년 게이오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방문연구원, 2008~2011년 도쿄 특파원, 사회부 데스크, 국제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 경향신문 스포츠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일본은 전쟁을 원하는가 : 집단적 자위권과 전쟁국가의 귀환’, ‘우리의 민주주의거든’ 등이 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