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벚꽃 엔딩
[김부식 칼럼] 벚꽃 엔딩
  • 김부식
  • 승인 2017.04.12
  • 호수 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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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봄이면 많은 꽃이 피는데 벚꽃이 봄꽃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보인다. 벚꽃이 많은 봄꽃 중에 가장 화려하게 피기도 하고 가장 많이 볼 수가 있으며 지역 축제에 가장 많이 수식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때 창경궁에 벚나무가 많이 있었다. 일제가 우리 역사를 망가뜨리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궁궐인 창경원을 일반에게 공개하면서 창경원으로 격하시켰다.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고 벚꽃 수천그루를 심어서 유원지를 만들었고, 1924년부터는 매년 봄마다 창경원 밤 벚꽃놀이를 만들었다. 해방 후에도 창경원은 계속 유지되다가 1983년에 가서야 창경원 공개관람이 폐지되고 1986년에 다시 창경궁으로 복원되었다.

이때 벚나무가 많이 없어졌는데 일제가 심은 벚나무가 일본의 나라꽃인 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궁궐의 원상회복과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면 좋겠다. 우리가 많이 보는 벚꽃은 왕벚나무가 주를 이룬다. 일본에는 왕벚나무 자생지가 없고 순수한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꽃과 나무를 즐기는데 국적을 논할 필요는 없지만 오해는 없어야겠다는 취지에서 밝혀둔다.

벚꽃은 한꺼번에 일제히 피었다가 지는 엔딩을 맞이한다. 벚꽃이 7~10일 동안 만개하는 사이에 사랑을 나누기에 그지없이 좋은가보다. 가수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앤딩 노래 가사 ‘사랑하는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처럼 꽃은 사랑을 잉태하는 의미를 가장 많이 갖는다.

세상 모든 것이 유한(Ending)하기에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 정표를 삼는 대상이 생긴다. 그 정표는 변치 않는 사랑과 행복을 기원하고 잊지 말라는 당부의 의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최근 나무와 숲을 대상으로 추모와 치유의 의미가 부여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오드리 햅번의 아들과 가족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서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을 위로하고 싶다는 취지로 전남 진도군에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했다. 희생된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를 심었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도 방한 시 ‘위로의 마음을 담은 징표’로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 목련을 기증했다. 올해 피어난 목련 꽃을 보면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위로를 받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지난 4월 1일에는 전북 정읍시 황토현 동학혁명기념탑인근 이팝나무 언덕에 ‘피어라 이팝 304그루 생명꽃’ 행사가 있었다. 영원한 사랑, 생명나무라는 꽃말처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소중한 생명을 기억하는 교육의 장소가 되는 의미다.

서울 월드컵공원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이 조성됐다. 노을공원시민모임이 주제별 숲 만들기 프로그램의 첫 번째로 추진된 추모의 숲은 우리 사회 환경문제를 상징하는 난지도에 환경피해자를 추모하고 기리기 위한 숲을 조성하는 취지가 매우 뜻 깊게 여겨진다.

제주에는 ‘4·3 평화공원’이 조성 중이다. 이곳에 4·3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4·3 평화의 숲이 생긴다. 새빨간 동백꽃이 통재로 떨어지는 모습이 억울하게 죽어간 제주도민의 넋으로 비유되는 동백나무 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간직한 수목들이 식재되고 제주 마을의 중심부마다 서 있는 팽나무를 공원 정상에 심어서 평화의 숲을 내려다보게 했다.

이처럼 꽃의 엔딩은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를 해주고 나무는 추모와 교육을 주고 있다. 계획된 숲과 공원의 조성이 많아야 하는 이유다.
 

김부식
김부식 kbs3942@latimes.kr 김부식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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