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디자인설계 권혁문 작가>

담을 모티브로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정원

‘고양시 정원-Lyrical Life’은 2017상하이국제꽃박람회에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초청받아 실내전시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정원이되 고양의 지역적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능하면 실험적 요소를 배제하고 최대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디자인했다.

'고양시 정원-Lyrical Life' 모티브는 전통농가인 밤가시정원에서 왔다

권혁문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정원의 정서를 고민한 끝에 고양시에 있는 경기민속자료로 지정된 밤가시초가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밤가시초가는 한국의 멋과 고양이라는 지역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전통 농가다. 권 작가는 밤가시초가가 가진 독특한 구조의 지붕과 못이 있는 마당에 착안해 정원디자인 콘셉트를 설정했다.

천정에서 우물로 향하는 수직적 시선

뚫린 천정에서 비치는 해가 정원 안쪽 우물로 떨어져 빛나도록 설계했는데 밤가시초가의 지붕과 마당에서 영감 받은 모티브다. 정원 둘레로 월가든을 위한 기둥이 많은데 이러한 기둥의 수직적 이미지를 이용해 지붕과 우물로 이어지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우물에 튕겨 나온듯 형성된 이끼를 조성함으로써 옛 농가의 마당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풍경을 연출했다.

권 작가는 각이 진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원 내부 담이 있는 공간의 동선은 곡선으로 계획했다. 공간분할로 사용한 담 소재로는 특별히 한국인에게 익숙한 숯을 선택해 최대한 숲에 가까운 자연적 느낌을 유도했다. 비의 영향이 없는 온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택이다.

전통 공간의 현대화, 담으로 비유

그리고 또 다른 독특한 모티브는 정원을 둘러싸는 담이다. 권 작가는 “한국의 전통 정원에서는 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문을 들어서도, 바깥채에서 안채를 가도, 울타리를 보아도 공간 분할을 위한 담의 형태와 소재는 매우 다양하다”고 말한다. 예부터 고양에 밤나무가 많아 고양의 농가에서는 담 소재로 통밤나무로 사용했는데, 고양의 지역적 정체성이 정원의 담에서 표현되었다. 바깥 울타리 소재로 소나무로 만든 통나무, 매화나무를 심었고, 안쪽 숯으로 만든 담으로 유도하기 위해 향기 나는 식물을 심었다. 담을 돌아 들어오면 담에 가려 햇빛이 부족해도 잘 자라는 음지식물을 볼 수 있다. 우리 옛 민가 정원의 담장 공간에 심긴 식물에서 영향 받은 설계다.

▲ 2017상하이국제꽃박람회 정원경연에서 권혁문 작가와 노민영 작가가 고양시 정원-Lyrical Life’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다.

<플랜트 디자인- 노민영 작가>

음지식물과 야생초화로 오래된 정원 표현

작품을 조성하면서 플랜팅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한국의 서정적인 감성과 단아함을 담고자 한 것이다. 한국의 감성은 정형화된 식재보다는 풀꽃이 주는 감성과 자연스러움에 있기에 들에서 개불알꽃과 냉이풀을 캐다가 주 식재 하부에 보완을 했고, 오래된 정원의 모습은 4가지 종류의 이끼를 사용해 톤의 깊이감과 공간의 음영이 달라보이도록 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주고자 했다.

한국의 봄을 색재 주제로 잡으면서 핑크색과 흰색을 주색으로 사용하고, 보라색과 파랑색을 보조색으로 쓰면서 나비의 먹이식물로 대표적인 노랑 십자화과 식물로 포인트를 주었다. 이 식물은 한국인의 부드러운 감정과 공간에 나비를 불러들이고 싶은 희망이 들어있다.

정원은 굴곡을 주는 위요공간으로 조성되었고, 잠시 머무르는 공간에는 향기식물을 채워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을 전하면서 동선에서 빠져나가는 끝부분에도 향기식물을 식재하여 향기를 이용한 한국정원의 잔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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