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20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서울로 7017’ 개장을 앞두고 SNS에서는 식재되고 있는 수종으로 인한 논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본지는 사진 2장과 함께 작성된 3줄 의견에서 비롯된 뜨거운 논쟁의 요점을 정리·재구성했다.

김봉찬(3월 6일)
서울역 고가 도로
보행길로 탈바꿈한 '서울로 7017' 공사현장에 수목 식재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혹시했는데.. 역시..

▲ 서울로 7017 식재 중 <온수진 페이스북 발췌>

↳ 박선영(3월 6일) 서울고가가 노후 되어 상판에 하중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돼야 할 것 같은데 굳이 교목을 플랜트 식재를 하는 게 옳은 선택인지 의아하네요. 그라스류와 지피식물 등 초본류 식재도 좋은 경관을 연출할 수 있을 텐데...

↳ 박상길(3월 7일) 소나무 전시 판매장도 아니고... 저곳을 거닐 사람들은 과연 무슨 느낌을 갖게 될까요?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잿빛 화분만 우악스럽게 다가오겠지요. 어른들 또한 동일한 수고의 소나무들에 갇혀서 오히려 단조로움만 느낄 겁니다. 저 소나무들은 마음의 눈을 열어주는 자연이 아니라 시선을 차단하는 장벽일 뿐입니다. 콘크리트 화분들이 바깥 경관을 거의 차단하고 있는데 투명한 유리 펜스는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고가도로는 경사진 화강암 지대가 아닌 알칼리성의 시멘트로 포장된 평탄지인데, 거기다가 시멘트 화분인데, 저런 곳이 과연 소나무의 자연 서식처로서 어울리는 것인지 회의감이 듭니다.
앞으로, 매해마다 가지치기를 해야 할 것이고 그 가지들 또한 수거하여 어디론가 운반해야 할 것이고, 도시 매연과 먼지로 시름하는 소나무 잎을 세척해야 할 것이고... 응애 피해가 발생하면 환경에 해로운 살충제를 뿌려야 할 것이고... 이에 따르는 관리비용을 또한 어떻게 감당해갈 것인지... 그리고, 3년 후가 되면 저 화분은 죽은 뿌리로 꽉 들어차서 새로운 뿌리가 자랄 공간이 거의 사라질 텐데,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모두 화분에서 뿌리를 들어내어 단근斷根 작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죽음을 서서히 기다리며 시체를 운구하고 새로운 소나무를 심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그리고 안가지를 쳐내고 바깥쪽 가지만 다듬어 결국 사자꼬리를 만드는 잘못된 전정이 언제까지 소나무 조형목의 표준처럼 계속될 것인지...

 ↳ 김봉찬(3월 7일) 국제공모임에도 불구하고 고가에 수목원을 도입하는 개념부터가 무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콘크리트 빌딩숲 사이를 가로 지르는 매우 좁고 긴 고가의 형태 특성상 전체가 하나로 보일 수 있는 숲이나 초원 같은 풍경... 물론 무거운 나무를 집중해 식재하는 숲을 만드는 것은 구조적으로 곤란할 것 이지만 하여튼 멀리서 보면 고가가 하나같이 보일 수 있는 초원 같은 디자인이 주변 스케일과 걸맞고 특히 초원의 심풀함은 매우 다양한 도시 빌딩을 아름답게 보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초원 같은 풍경은 뉴욕의 하이라인과 비슷하다고 하여 꺼려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정원 디자인에 있어서 초원의 생태가 얼마나 다양한지 또는 거기서 파생할 수 있는 디자인이 많은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기본적인 조형의 원리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온수진(3월 7일) 역시 김 대표님이 올려주시니 반응이 뜨거워 좋네요^^ 오랜만에 여러 가지로 걱정하시는 목소리를 들으니 또 반갑고요. 너무 무심히 지냈나 봅니다^^;; 설계시공까지는 아니지만 깊이 개입한 사람으로 몇 가지 참고적인 의견을 드립니다. 설계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분들이 소리 높여 비판하시고 그러면서 조금씩은 바뀌어 온 것이 이 정도입니다. 처음 국제현상을 심사하신 분들도 고민이 많으셨겠지만, 시민위원으로 내내 참여하신 분들(4분)이 제일 고생하셨고, 이후 기술심의위원 분들이나 시공자문을 해주신 분들, 식물에 대해 전문성 있으신 모든 분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고심하셨습니다.
하지만 결국 당선작의 콘셉트를 지켜주자는 기본선에서 적지 않게 양보하신 것이지요.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아도요. 김 대표님도 에둘러 댓글에 쓰셨지만, 모든 댓글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식물을 통해 공간을 고민하는 입장에선 얼마든지 지적하실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현장도 여러 번 보시고 비니마스와 직접 논쟁도 하시고 한, 과정에서 조금 깊이 관여하신 전문가분들이 왜 어느 정도 조정하는 입장이 되셨는지도 헤아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가에 공원을 만드는 것인지 보행로를 만드는 것인지 관점, 하중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의 한계, 대규모 이용객을 예상하는 공공의 장소, 하이라인이라는 걸작의 존재, 주관부서의 전문성, 사업초기 여러 반대의견들, 지역적 공간적 특성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퍼즐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여하튼 비니마스는 많은 부분을 관철시켰지만,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부분도 있겠고요. 많은 인파가 몰려 제대로 된 검증조차 힘들지도 모르지만요. 여하튼 감사합니다. 자꾸 비판해 주시는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항상요!

↳ 신지선(3월 7일) 지나다니며 기대 많았었는데 사진을 보니 실망이 아닌 절망이네요. 김봉찬 선생님께서 지금 무엇이 문제이고 이것이 더 나을 것임을 시사하는 문서를 만들고 전국 조경인 중 백 명이라도 모여 서명한 후 서울시에 전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언론에라도 전달해서 지금의 공사가 얼마나 나중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 전달했으면 합니다.

↳ Sang Soo Ahn(3월 7일) 비니마스 계획안과 현재 실행에도 적극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서울수목원으로 표현되는 서울역 고가도로에 연결된 주변 환경 개선안을 박원순 시장이 뉴욕의 하이라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정 꼼뻬에 참여한 여러 건축가. 조경가의 계획보다 비니마스 계획안은 더 구체적입니다. 알파벳별 수목을 배식하겠다는 안도 훌륭합니다. 이 곳에서 글을 올리는 분들이 수목에 대해 타인에 비해 많이 알기 때문에 전체를 보지 못하고 시공하고 있는 지금 순간에 집중하는 게 아닐까요.
전 세계 어떤 수목원도 제 자리에서 자란 수목만 생존하지 않습니다. Planting은 최소한의 Trans를 통해 Plant가 됩니다. 서울역은 한반도 교통 교차점이며 Trans의 상징장소입니다. 낡아서 위험해진 고가도로를 식물원으로 만든다는 비니마스의 발상은 훌륭합니다. 봉화 깊은 산속 백두대간수목원도 훌륭하지만, 서울수목원도 그에 못지않다고 봅니다. 뉴욕의 하이라인보다 좋은 결과물이라 판단합니다. 내재된 생각을 간과하고 표현된 외연에 현혹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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