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조경분야에는 단체가 많이 있다. 조경전문 분야가 우리나라에 태동한지 45년이 지나서 세부 전문분야가 발달하고 이해관계가 생기면서 학계와 업계의 발전과 더불어 많은 단체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각 단체의 다른 방향성과 추진사업의 다양성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고 그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고 본다.

그 와중에 조경 관련 단체들이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통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의 보완과 조경분야의 대표적인 결합체로 한 목소리를 내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 올해 조경의 날인 3월 3일에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의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오래 전인 1992년 즈음에 조경연합회라는 임시 조직이 있었다. ‘1992 IFLA(세계조경가협회)’ 대회가 서울과 경주를 오가며 행사를 했는데, 이는 대한민국 조경분야의 첫 국제적인 행사였다. 88올림픽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행해진 1992 IFLA 대회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당시 만들어진 영상물은 문화체육부에게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이때 모든 행사는 조경연합회가 주관을 했고, 대한민국의 조경인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추진을 했다.

그랬던 조경분야가 양적 팽창을 거듭하고 세력이 확장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 단체들이 자기주장을 내세웠는데 이것이 건설경기의 침체와 더불어 자기 발목을 잡는 족쇄로 나타났다. 또한 인근 분야인 건축, 토목, 환경, 산림분야에서 영토 확장의 대상으로 조경분야를 지목하고 있어서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렇게 어렵고 불확실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을 발족해서 각 단체의 뜻을 모아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는 취지다.

한 분야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하려면 법과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건축과 토목, 환경, 산림분야 등은 오래 전부터 독자적인 개별법이 있어서 정책 수립이 수월했고,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서 진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조경분야는 관련 분야에 법과 정책이 셋방살이처럼 분산되어 있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뿐더러 인근 분야의 집중적인 난타에도 수비에만 급급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조경분야의 발전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성대만 구가하다 대처가 늦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 지금 발족하는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경인의 목소리를 한 곳에 담아내서 조경정책 수립의 본산이 되는 것이다. 조경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반되도록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조경분야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도 인식해야한다. 융복합 시대에서 조경분야만이 독자적으로 우선한다는 생각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건축구조와 기능과 미를 함께 협의하고 토목의 구조물과 수자원, 도로, SOC 등과 조율을 해야 종합적이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만들 수 있다. 공간디자인과 색채, 경관, 생태, 환경, 복원, 역사와 문화, 식물, 하천, 습지 등의 분야를 혼자 담당하기엔 그릇이 너무 작다. 조경을 버린다는 각오로 산야와 벌판을 헤매보고 골목길을 뒤져야하지 않을까? 그래서 능력이 우선되면 모든 것을 리드하게 될 것이다.

조경의 기본 소재인 조경수시장이 6796억 원(2015년 기준)이나 된다. 산림청 소속의 (사)한국조경수협회와 조경단체가 여태껏 소통의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조경분야 내부에서도 교류가 별로 없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이번 대한환경조경단체총연합에 조경수협회가 참여한다니 반갑다. 조경수의 생산과 유통, 관리 등의 측면에서도 함께해야 할 단체다. 조경분야끼리도 조정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사례가 되겠다.

조경에 대한 홍보 또한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건축분야는 해마다 각 지역축제를 하고 문화행사를 하면서 조경을 부대시설로 끼워 넣고 있다. 하지만 조경분야는 그나마 있던 조경문화제도 없애버렸다. 이렇게 가다보면 국민들은 조경의 존재를 망각하게 된다. 조경이 단순히 보여지는 대상이 아니라 도시 구성의 중요한 분야라고 책상에서만 외쳐봐야 소리 없는 메아리다.

조경이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환경변화와 기후문제인 폭염, 폭우, 가뭄 등 자연과 인간을 위협하는 위기에서 구해주고 안전과 건강을 제공하는 필수 불가결한 분야라고 인식되도록 대한환경조경총연합이 노력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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