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에는 공중정원(Hanging Garden)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작가들의 기술에 따르면 계단식 테라스에 수목과 꽃을 심은 것인데 멀리서 보면 숲으로 덮인 작은 산처럼 보이게 됐다. 유지관리를 위하여 유프라테스 강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물을 댔고, 돌로 발코니를 씌우고 그 위에 갈대와 역청, 납 등을 층층이 쌓아서 관개수 누출을 방지했다고 한다.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필론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데 공중에 떠있는 궁전과 정원을 연상시켜서 환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필론은 바빌론 공중정원을 “공중정원이라 함은 공중에 식물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땅 위의 지붕에 나무들이 있다는 뜻이다. 돌로 된 기둥들이 정원을 지탱하고 있다. 간격이 매우 좁은 들보는 야자수 나무로 만들어졌다. 이 나무는 썩지 않는 유일한 나무이다. 습기가 빠진 나무에 압력을 가해서 아치처럼 꾸부러지게 한 후 외부와 조화가 되도록 적절한 간격으로 고정했다. 상당한 깊이로 흙이 채워져 있으며 이곳에 나뭇잎이 많은 식물들과 수많은 종류의 꽃들로 채워졌다. 이런 풍경이야말로 간단하게 말해 눈을 즐겁게 하고 조경을 아름답게 만든다. 이것은 보통 들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지 지붕 위에 비옥한 땅이 있다는 것뿐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중국 허베이(河北)성 스좌장(石家庄)시에 공중정원의 또 다른 이름인 ‘수직 숲 도시’ 계획이 나왔다.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도시 전체를 다양한 크기의 수직 숲 빌딩 수백 채로 뒤덮는 ‘수직 숲 도시'의 디자인 설계를 중국 두 도시에서 의뢰받아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스좌장시는 중국에서 공해가 가장 심한 도시로 알려져 있고 한 시민이 시 환경보호국을 상대로 “건강하게 생활 할 권리가 침해됐다.”면서 1만 위안의 손해배상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더 알려져 있는 곳이다. 공해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대안으로 수직 숲 즉, 공중정원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보에리가 설계하여 이탈리아 밀라노에 건설된 고층 숲 아파트 보스코 베리티칼레는 하루에 60㎏의 산소를 공급하는 도심 속 작은 허파이며, 일 년에 탄소 25톤을 흡수한다고 한다.

4천 년 전의 지하도시가 발견됐었다. 한 시민이 집수리 중 발견된 지하도시는 터키 카파도키아시 데린쿠유인데 그 규모가 엄청나서 지하 60m 18층 규모로 최대 2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기독교 박해를 피해서 숨어든 지하공간이라 그 조성기술이 놀라운데 현대에 와서는 친환경적인 지하공간 개발의 모델로 재조명 되고 있다.

1962년에 최초로 건설하고 확장공사를 거듭하여 2008년에 최종 완공한 캐나다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하루 50만 명이 이용하는 1700여개의 상점과 식당, 극장, 박물관 등이 있는데 서울시의 지하도시 조성의 모델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시는 2021년을 목표로 세계 최초의 지하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폐지하철 터미널을 축구장 2배 넓이의 지하공원을 만들고 토마토, 딸기, 버섯 등 3000여종의 식물로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뉴욕에 하이라인 파크(High Rine Park)에 이어서 로우라인 파크(Low Line Park)가 생기고 있다.

국내에도 지하공원이 생길 뻔 했다. 1992년에 무교3재개발지구에 지하2층의 지하공원을 조성한다는 발표와 15억의 예산도 배정됐지만 실제 조성은 안됐다. 세월이 흘러 2016년 5월 서울시는 영동대로 밑에 잠실야구장 30배 크기인 16만㎡의 지하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됐다. 이어서 2016년 9월에는 서울시청~광화문역 구간에 축구장 4개 크기인 3만1000㎡, 사업비 1조원 프로젝트 지하도시를 건설한다고 했다. 이제는 지하에 호텔, 박물관, 대학, 공원까지 내려오는 등 지하공간 활용 방안이 다양해졌다.

인간의 일상적인 활동이 지상에 국한되지 않고 공중, 지하를 막론하고 방대해지고 있는데 인간성의 회복과 정서를 위하여 그곳에서 녹색공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간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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