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국 정상 방문이 일본의 아베 수상이 됐다. 변화와 혁신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대한민국이 보란 듯이 두 나라의 밀월관계를 과시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최근 일본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 이후 재개된 엔저 흐름이 일본 경제 성장의 가장 큰 훈풍으로 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는 대통령의 직무정지로 생긴 국무총리의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를 비롯해서 헌법재판소소장 직무대행,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문체부장관 직무대행, 국민연금관리공단이사장 직무대행,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 등 국가 조직의 혼돈과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의 파고에서 헤매고 있어서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수상이 골프장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사이에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아키에 여사는 플로리다 북쪽의 델레이 비치 시티에 위치한 모리카미 박물관에서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정원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이고, 두 영부인은 일본 정원에 대한 생각과 경험이 남 달랐을 것이다. 아키에 여사는 잘 조성되고 훌륭하게 관리되고 있는 일본정원을 보면서 우쭐한 마음과 감격스러움도 있었을 것 같고, 멜라니아 여사는 처음 보는 일본식정원에 동양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감탄했을 수 있다. 당연히 계산된 일정과 감상이었다고 본다.

모리카미 박물관은 모리카미라는 일본인이 파인애플 농장을 운영하여 돈을 벌자 농장부지 6만㎡를 플로리다주에 기증을 하고 박물관과 일본식정원을 조성해 놓은 곳이다. 박물관에는 여러 종류의 일본문화 체험관이 있고 신칸센 열차와 일본 학생 교실, 교복, 일본캐릭터 학용품과 장난감,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 다다미방, 벤또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일본식 정원은 크고 작은 연못과 여러 개의 컨셉의 다른 정원이 있다. 모라카미 박물관에 미국인과 일본인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 관광객이 무척 많이 방문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한국조경사회의 해외에 있는 한국정원에 대한 연구 내용을 살펴본다. 해외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21개국에 41개소(2015년 8월 기준)가 있으며, 전통정원, 수목원이나 숲, 거리, 기념공원, 종루 등 다양한 형태로 조성되었다. 조성주체는 자매결연도시 등 지자체가 대부분이고 현지 기업과 개인 등으로 다양하다.

해외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한국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으나 여러모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한다. 조성 후 10년 이상이 지나면 노후가 되기 마련인데 제대로 보수가 안 되서 안전상에도 문제가 있는 곳이 많고, 전통 수목을 식재해도 토피어리식 전정은 한국정원의 특징이 아니며 건물의 현판도 국적이 불분명한 것이 많은데 이 외에도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고 한다.

우리 대통령이 외국 방문 시 현지의 한국전통정원을 보여준다고 하면 우리가 막아야 할 정도로 전통적이지 않고 한국적이지 않으며 유지보수 상태가 부끄러운 지경이라는 생각이다.

일본의 경우 1853년 개항 이후 국가적 정책으로 일본정원을 전통건축물과 함께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홍보 했다. 1873년 오스트리아 빈 만국박람회,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행사인 1876년 미국 필라델피아 만국박람회에 일본정원을 조성하는 등 지금까지 전 세계에 400개 이상의 일본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정원이 국력의 표출이자 국가 품격의 상징, 문화의 척도를 가늠하는 대상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해외 정원 조성과 관리는 국가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정원을 담당하는 부서인 산림청뿐 만아니라 문체부 등의 행정부서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에도 외국 손님들에게 한국 전통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기품 있는 정원조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한국에 온다면 정말 멋스러운 한국 전통정원을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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