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식물원·수목원(이하 식물원)은 주로 식물군 내의 자연적인 유연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살아 있는 식물들을 채집해 놓은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협약(CBD), 세계식물보전전략(GSPC)협약에 따른 생물자원의 보전과 보호의 필요성 그리고 ‘유전자적 접근 및 이익공유’(ABS)채택에 따른 식물보호주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식물원수목원 기능의 중요성이 높아졌으며 근래에는 기능보다는 대중성이 더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물원은 1909년 개원한 창경원 식물원이 최초다. 일제에 의해 황실의 위안시설 명목으로 창경궁 일부를 변형 개조하여 만들어졌다. 식물원의 대온실은 목조 유리건물로 당시에는 동양 최대의 규모였다. 이곳은 1982~86년에 걸쳐 창경궁 복원사업에 따라 1985년 과천 서울대공원 식물원으로 이전됐다. 이후 서울 남산식물원과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이 뒤이어 개장되었고 현재 국공립수목원과 사립수목원이 여러 곳에 조성되어 있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평강식물원은 1999년에 조성을 시작해서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의 식물을 꾸준히 수집·증식하고 동양최대규모의 암석정원을 조성하여 고산지대에서 생육하는 희귀식물 1,000여종을 보유하는 등의 성과를 보여주고 각종 식물전시회를 개최하여 많은 사랑은 받아왔다. 한의사 출신 식물원장이 최근까지 약용식물원을 추가로 만드는 정성과 애환이 담겨있는 이곳이 최근 경매 시장에 나오는 비운을 맞이하게 됐다. 식물원 운영이 굉장히 어렵다는 얘기가 엄살이 아닌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식물원수목원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좋고 필요한 영역이지만 사립수목원은 경영적인 측면에서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로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다. 사립수목원의 경영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신규 식물원의 등장이다. 1991년에 등록된 국공립, 사립식물원이 33개에 불과했으나 2020년까지 100여개소로 증가하는 식물원 과밀현상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사명감에 몰입된 식물원 설립자의 주관적 혹은 독단적인 식물원의 테마설정이 변화하는 식물원 생태계를 쫓아가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 중에 하나는 비교 경쟁이 될 수 있는 국공립수목원의 증가로 볼 수 있다. 재정적인 부담에서 사립수목원보다 자유로운 국공립수목원은 담당 공무원의 연구개발과 함께 재정적 여유가 있어서 식물원 관람객의 블랙홀로 등장하고 있다.

사립식물원이 생존하려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와 함께 마케팅과 홍보, 기획 등의 분야의 컨설팅을 통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호주의 어느 어린이 정원의 경우 기획 과정만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용자(어린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도시와 농촌의 어린이들과 어울려서 시설을 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식물원 설립자의 판단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종합적인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사립식물원의 식물교육 및 정서교육과 인류생존을 위한 식물자원을 보존하는 역할을 인식하여 각종 공과금(전기료, 토지세, 재산세, 상속세 등)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미지식물원(국공립)과 아침고요수목원(사립)이 전기요금 적용에서 교육용과 일반용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다. 또한 식물원의 문화적 기능을 고려한 지원과 시스템을 강구하면 좋겠다. 외국의 경우 식물원 관광이 관광 코스로 많이 사랑을 받고 있는데 한국적인 식물원 관광자원의 개발이 필요하다.

식물원의 기원이 식품과 의약품을 만드는 원료공급지로 출발했고 16세기 이탈리아 의과대학 교수는 주로 식물학자들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식물원은 물적, 정신적 자본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를 비롯한 식물원 관련 분야와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식물원의 생존을 위한 조치를 정부와 국민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