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시작되고 새해 결심을 많이 하게 된다. 흔히들 금연과 운동, 비만탈출, 외국어 학습 등의 목표를 세운다. 그래서 연초에는 담배 판매량이 줄고 헬스클럽의 신규 등록이 많아지며 외국어 학원가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새롭게 하겠다는 결심이 3일만 지나면 흐지부지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대과학과 IT문명을 개척한 인간의 의지가 이다지 약했단 말인가?’ 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빈도가 높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유래는 중국 전국시대 맹자가 썼던 ‘맹자’에서 등장한 구절인 등문공(騰文公) 하(下)에 있는 호변장(好辯章)에 등장한다. 작심(作心)은 마음을 일으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뒤의 삼일(三日)의 결과에 따라서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사흘 동안의 기간을 두고 심사숙고를 거듭한 후에 결정했다는 신중함을 말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무언가 하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일이 삼 일만 지나면 마음이 느슨해져 포기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후자의 경우가 많다보니 지금 쓰고 있는 작심삼일의 의미는 후자로 굳어져 버렸다.

우리 옛 속담에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우리나라 사람의 성격이 처음에는 잘하다가 조금 지난 후에는 흐지부지해진다.’는 뜻을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 말이 ‘어떤 일이 일관성 없이 자주 바뀐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인조(仁祖) 때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서 비롯된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서애 유성룡(西涯 柳成龍)이 도체찰사(都體察使)로 있을 때 각 고을에 발송할 공문이 있어서 역리(驛吏)에게 주었지만, 공문을 보낸 후 사흘 뒤에 그 공문을 다시 고칠 필요가 있어서 회수하라고 지시했더니 그 역리는 공문을 발송하지도 않고 있다가 고스란히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이에 유성룡이 화를 내며 “너는 어찌 사흘이 지나도록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느냐?”라고 꾸짖으니 역리가 대답하기를 “속담에 ‘조선공사삼일’이란 말이 있어 소인의 소견으로 사흘 후에 다시 고칠 것을 예상하였기에 사흘을 기다리느라고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유성룡은 “가히 세상을 깨우칠 말이다. 나의 잘못이다.” 라며 공문을 고친 뒤 반포했다고 한다.

서양에서 New Years Resolution이라 부르는 새해 결심의 유래는 기원전 4000년경 바빌로니아인들이 새해를 맞아 신 앞에서 묵은해에 빌렸던 돈과 물건을 갚는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오늘에 와서는 우리와 똑같은 의미로 변했다. 미국 스크랜턴 대학에서 통계를 발표(2014년)했는데 미국인의 45%가 새해에 New Years Resolution List를 만들지만 그중에 8% 정도의 사람들만 결심을 행동으로 유지한다고 하니 새해 결심의 유지는 동서양이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민속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왔다. 서양인들보다 한 번 더 새해를 맞이하는 셈이어서 새로운 결심을 하는 계기가 한 번 더 주어지게 된다. 혹시 2017년에 세웠던 계획이 작심삼일이 됐다면 다시 작심하면 어떨까?

연초에 금연하기로 해놓고 작심삼일이 됐다면 1년에 작심삼일을 120번 정도만 하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 된다. 작심하려면 가볍게 다짐을 하는 것보다 맹자의 호변장에 있는 대로 적어도 3일 동안은 심사숙고하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결심이 나름대로 진정성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독자제현께서는 부디 새로운 다짐을 잘 지켜내기를 기원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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