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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기적의 놀이터’
알고 보니 ‘설치검사’ 편법 이행
미수검 시설물에도 위험요소 상존…안전관리법 유명무실 사태
[429호] 2017년 01월 11일 (수) 09:21:31 지재호 기자 cjh@latimes.kr

전남 순천시는 지난 해 5월 야심차게 ‘기적의 놀이터’를 개장했다고 홍보했다. 각종 언론에 새로운 시도에 대한 찬사가 보도됐고, 전국 지자체에서는 벤치마킹 방문이 이어졌다. 시장, 군수 및 의회 의장이 직접 방문단을 이끌고 시찰한 경우도 있었다.

어린이들의 반응이 더 뜨겁다고 했다. 하루 평균 200명, 주말에는 700명의 어린이들이 찾는다고 밝혔으며, 놀이터 도우미가 배치돼 안전지도를 한다고도 했다. 적극적인 홍보 덕분인지 이 놀이터는 지난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수상과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우수사례’ 수상기관으로 선정됐다.

‘엉뚱발뚱’이라는 이름 보다는 ‘기적의 놀이터’로 더 잘 알려진 이 시설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서 정한 설치검사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개장했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지금도 어린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신규 놀이터 개장의 조건으로 설치검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설치검사 대상을 ‘놀이시설’로 정하면서 ‘놀이기구가 설치된 놀이터’가 바로 그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어린이가 이용하는 놀이기구가 있는 기적의 놀이터는 그 자체가 설치검사 대상이라는 것이다.

순천시는 개장 전 대한산업안전협회에 의뢰해서 실시한 설치검사에서 ‘미끄럼틀’에 대해서만 수검을 요구해 승인받았고, 이를 제외한 흔들다리 등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다른 시설물에 대해서는 받지 않았다.

그러나 ‘기적의 놀이터’를 둘러본 전문가들은 “미끄럼틀만 설치검사가 이뤄진 것이 잘못”이라고 전제하면서 “현재 흔들다리와 연식의자 등 미수검 시설들이 기준에 맞지 않을뿐더러 위험요소까지 있다”고 경고한다.

그동안 착실하게 설치검사를 받아왔거나 기준을 맞추지 못해서 끝내 폐쇄조치 했던 타 지자체들 사례를 본다면, 국민안전처 소관인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유명무실 한 건지, 순천시가 법을 무력화시킨 것인지…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끄럼틀만 설치검사 받은 순천시
현행법상 ‘놀이터’가 검사대상인데…나머지는 ‘아몰랑’

   
▲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가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장려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 순천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로 조성한 ‘기적의 놀이터’가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에서 정한 설치검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대대적인 홍보를 펼쳐와 논란이 되고 있다.

순천시 연향동에 있는 기적의 놀이터는 순천시가 발주하고 편해문 아동문학가가 총괄한 곳으로 획일화된 놀이터 문화를 바꾸겠다는 실험적 발상으로 조성된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미끄럼틀과 흔들다리, 수경시설인 펌프기구, 굴다리 형태의 원형시설 등이 조성돼 있으며, 중앙에는 주문진에서 공급된 모래시설이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미끄럼틀을 제외하고 놀이터 안에 조성된 대부분의 기구들이 설치검사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전인증조차 받지 않은 제품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흔들다리’는 설치검사 필요 없다(?)
그동안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면서도 순천시는 왜 안전검사에는 소홀했을까?

이에 대해 순천시 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흔들다리 및 그와 연결된 굴다리 형태의 원형시설은 구조물이기 때문에 설치검사를 받아야 할 놀이기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놀이기구 안전인증기준에 따르면 어린이놀이기구는 만 13살 이하 어린이가 놀이에 이용하는 것으로 신체발달, 정서함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구 또는 그 조합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에는 안전인증대상에는 놀이터를 구성하고 있는 어린이 이용시설이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정한 ‘놀이시설’의 기준을 적용하면,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는 미끄럼틀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들은 사실상 불법이다.

전문가들은 놀이터라는 ‘놀이시설’ 내에 설치된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기구에 대해서는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며, 설치검사 또한 예외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현종 연구원은 “놀이시설 관련해서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40개 품목만 안전관리 대상이었지만, 시행 이후에는 모든 품목이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놀이터 내에 설치된 흔들다리든 원형시설이든 아이들이 이용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면 당연히 놀이기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인증 검사와 설치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기관 중 하나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유채중 연구원은 “과거에는 놀이시설을 몇몇의 업체들이 각각 설치하고 자기들이 설치한 품목에 대해서만 설치검사를 받았으나 현재는 놀이터 내의 전체 놀이기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적의 놀이터 내에 있는 흔들다리 위에서 노는 아이들.
   
▲ 흔들다리 또한 인증검사와 설치검사가 뒤 따라야만 하지만 현실은 모두 외면한 채 방치돼 있다. 흔들다리의 볼트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하게 설치돼 있다. 도면은 안전설치기준.

2008년 시행된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은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설치검사 또한 불의의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도 돌발변수가 많은 아이들의 행동으로 사고는 발생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뒤로 하게 되면 더 큰 불행이 예고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수놀이시설에 포함 안 된 기적의 놀이터
지난해 국민안전처에서는 전국 6만8113여개의 어린이 놀이시설을 대상으로 우수 놀이시설을 선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놀이터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순천 기적의 놀이터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에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전체적인 종합점수가 낮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며 “종합점수는 심사위원들이 안전한 설치 여부 등 5개 분야 20개 항목으로 구성해 평점을 낸 것이기 때문에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수 어린이놀이시설 선정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던 한 평가위원은 “기적의 놀이터는 기존 조합놀이대를 사용하지 않고 친자연 놀이경험을 줄 수 있도록 한 개념과 발상이 독특한 곳”이라고 기억했다. 그러나 “미끄럼틀을 제외하고 흔들다리를 비롯해 일부 시설은 모두 인증은 커녕 설치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흔들다리는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표준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리를 연결한 기둥에 큰 볼트가 불규칙하게 박혀있고, 헤드 부분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그대로 돌출돼 있어 어린이들의 키 높이를 생각하면 머리 부분에 해를 입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악한 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우려했다.

이날 함께 참여한 검사기관 관계자도 “당시 평가위원들이 대부분 기적의 놀이터는 시설적인 부분이 미달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분명 획기적이고 다양한 장점을 가진 놀이터라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아이들이 들어가서 자주 노는 원형시설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테두리에 충격 스펀지를 부착했지만 금방 떨어지고 있지만 방치된 상태.

설치검사 의혹 증폭
현행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에 따르면 놀이터 내에 설치된 놀이기구들은 예외 없이 제품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설치검사를 통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를 확인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는 미끄럼틀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구들에 대해서는 설치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점에 대해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적의 놀이터의 기본적 방향은 존중하고 혁신적인 놀이터 문화 창조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국내에는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과 특별법 등이 있다.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위한 안전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창의적인 놀이터라 주장하는 것은 결코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흔들다리를 설치한 S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시공사에서 도면대로만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제작 설치한 것이다. 통상적이라면 안전인증 제품으로 설치를 했을 텐데… 원청에서 요구하지 않아 도면대로만 제작해 설치했을 뿐”이라며 “안전인증은 원청에서 하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비에 놀이시설 설치검사에 따른 검사비가 누락돼 있으니 설치검사를 받기 위해 순천시 담당자에게 필요한 예산 책정을 요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순천시 담당자는 알아서 처리할테니 설치하라고 지시해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들 기업들의 주장이 맞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설치검사를 의도적으로 받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놀이기구가 아닌 구조물로 자체 판단하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우수 놀이시설 평가위원이었던 한 관계자는 “순천시의 흔들다리를 비롯해 놀이기구들은 안전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전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고 설치가 엉터리였다”고 평가절하 했다.

한편 기적의 놀이터 설치검사를 담당했던 대한산업안전협회 관계자는 “당시 기적의 놀이터 내에 제품인증을 받은 놀이시설이 미끄럼틀밖에 없어서 그것만 검사를 했다”며 “흔들다리와 그 밖에 원형시설 등은 일종의 구조물로 주장하면서 순천시에서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국민안전처로부터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난간은 보강없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놀이터내 모든 이용시설 ‘설치검사’ 받아야
하지만 이에 대해 타 안전검사기관 담당자들은 다른 입장을 밝혔다.

“어떤 놀이시설이든지 검사의뢰가 들어오면 현장에 가서 확인을 하게 된다. 만약 놀이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수검기관에서 여러 개중 일부만 해줄 것을 요청할 경우에는 설치검사 실시를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제13조제1항 검사 불합격 시설 등의 이용금지 및 개선에 따르면 어린이 등이 해당 어린이놀이시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이용금지 조치를 하고 해당 관리감독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령 제10조의3에 의거해 시설개선계획서 제출과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안전한 시설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의 사고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안전하지 않은 시설에 의해 사고가 발생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며, 금전적 보상으로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까지 치유시킬 것이라는 판단은 오산이다.

조성에 4억5000만 원이 투입된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1호’는 현행법을 무시했으면서도 창의적인 놀이터로 홍보되면서, 이미 신대지구에 2호를 비롯해 오는 2020년까지 10호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률
조항 내용
제2조
(정의)
1. ‘어린이놀이기구’란 어린이가 놀이를 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된 그네, 미끄럼틀, 공중놀이기구, 회전놀이기구 등으로서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제2조제9호에 따른 안전인증대상어린이제품을 말한다.

2. ‘어린이놀이시설’이라 함은 어린이놀이기구가 설치된 실내 또는 실외의 놀이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6. ‘설치검사’라 함은 어린이놀이시설의 안전성 유지를 위하여 국민안전처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어린이놀이시설의 시설기준 및 기술기준에 따라 설치한 후에 안전검사기관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검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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