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제2조
법안 제2조의 3에서는 ‘지역공동체조직’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지역공동체의 주민 전체 또는 일부가 당해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하여 결성한 조직’이라고 하고 있다. 실제 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지역공동체’라는 용어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이는 커뮤니티(community)라는 영어의 번역어인 ‘공동체’를 ‘지역’이라는 용어에 갖다 붙인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사용하는 말은 통상 동네사람, 동네주민, 마을 사람, 마을 주민, 부락민 등의 용어를 써왔고, 이러한 용어에 대해 친숙하다. 그럼에도 ‘지역공동체’라는 합성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존의 ‘동네’, ‘마을’이 갖는 전통적 개념 및 관념과 다르다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지역 주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어서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동체’라는 것은 특정 목적으로 가지고 일정한 지리적 공간에 모여 살거나 활동하는 일단(一團)의 무리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동네’나 ‘마을’이 갖는 개념과 관념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법에서 이러한 전통적 개념과 관념을 가지고 있는 기존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공동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므로써 다소 혼란이 야기될 수 있을뿐더러, 이 법이 갖는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용어로서 새로운 용어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ㅇ공동체 :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
ㅇ조직 :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룸. 또는 그 집단.

따라서, ‘지역공동체조직’의 뜻을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정의해보면,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개체나 요소를 모아서 체계 있는 집단을 이룸 또는 그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와 ‘조직’이라는 용어는 유사한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결국 두 용어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중의적(重意的) 표현이 중복적(重複的) 표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공동체조직’이라는 용어는 억지스러운 조어, 합성어라고 판단될 수밖에 없으며, 곧 상대적으로 느슨한 개념인 기존의 ‘동네’, ‘마을’을 법적 틀 안에 넣게 되어 이 법아래에서의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꽉 짜여진 개념으로 갈아치운 용어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뒤이어 법안 제2조의 4에서 ‘지역공동체활동’에 대한 정의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하여 지역공동체의 주민 또는 지역공동체조직이 수행하는 노력이나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모순이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하여’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여 ‘지역공동체활동’이 아닌 ‘지역공동체활성화활동’이라고 용어를 사용하면 될 것을 굳이 이렇게 억지로 문장을 만들어낸 것 같은 인상을 주었어야 하는 것인가 한다.

어디까지나 법안이므로 문구는 수정될 테지만, 기존의 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법안 제2조의 5와 6은 ‘지역자원’과 ‘마을기업’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 전자에 대해서는 ‘전통, 문화, 역사, 자연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는 유무형의 인적물적자원’으로, 후자에 대해서는 ‘지역주민 또는 단체가 해당 지역의 인력, 향토, 문화, 자연자원 등 각종 자원을 활용하여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둘 다 비슷한 내용이어서 어색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전통, 문화, 역사, 자연 등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활성화에도, 관광개발에도, 환경보전에도, 경관가꾸기나 마을가꾸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지역주민 또는 단체가’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이 법에서 얘기하는 ‘지역주민’에 대한 정의도, ‘단체’에 대한 정의도 내리고 있지 않을뿐더러, ‘지역주민’이 이 법에서 얘기하는 ‘지역공동체의 주민’인지, ‘단체’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결성한 조직’인지, 아니면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관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용어정의가 이렇게 혼란스러운데도, 법안 제3조~8조까지는 ‘주민자율의 원칙, 개방성의 원칙, 상생의 원칙, 지역사회 기여의 원칙’이니 하는 것들과 법제정시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들어가 있고, 이외에 ‘정치 및 종교 활동 금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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