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에는 자그맣고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강변 풍경이 아름답고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에도 등장하고 촬영장소로도 인기가 있었다. 이곳의 지명은 거북을 닮은 산이 있어서 구산(龜山)이 되었고 그래서 성당이름도 구산성당이다

이곳은 천주교 순교성지이다. 구산성당은 1836년 공소(公所)로 시작해서 천주교 박해로 김성우와 그 가족이 순교를 한 곳으로 1956년에 성당이 건축됐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구산성당이 미사강변도시 택지개발로 철거의 위기를 맞았다. 2001년 하남시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신앙유산이 개발의 불도저에 깔리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2009년 미사보금자리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서 택지개발지구 내 모든 건물들이 철거됐고 성당도 같은 운명에 처한 것이다.

개발 주체인 LH공사에서는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해 예외 없이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며 “주변 절과 교회는 이미 철거를 했기 때문에 구산성당만 예외로 봐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존치는 어렵고 인근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복원을 한다고 보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구산성당 자리에는 자족기능 확보시설(편의·기반시설)이 건립될 예정이고 관할 수원교구 측에서도 이전, 보상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구산성당은 6·25 직후에 신도들이 직접 한강에서 모래 자갈을 운반하고 명동성당을 짓고 남은 목재 등을 이용해서 지은 것이라 신도들의 성당에 대한 애정은 짐작하고도 남는 곳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다. 지난 9월 20일 구산성당 측은 “재정문제와 기술문제로 원형이동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했다. 신자들이 원형보존 실행위원회까지 조직하여 추진한 일이 성당 재정상태와 건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산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철거를 하고 똑같은 모양의 성당을 신축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다.

위 상황은 3개월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지난 4일부터 구산성당의 원형 이전 작업이 시작됐다. 현재의 위치에서 약 200m 떨어진 새 부지로 하루에 15m 씩 수평이동 작업을 하는 것이다. 철거 상황의 반전은 신앙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신자들의 노력과 기업 협찬 그리고 그런 노력을 인정해준 천주교 수원교구의 결심이었다. 이와 더불어 건물의 원형이동이 가능하게 한 기술이 있었다.

면적 132㎡(약 39평) 높이 6.8m(종탑 12m)의 조적조 건물인 구산성당은 신자들이 직접 찍은 시멘트벽돌과 미장을 한 건물답게 기초도 튼튼하고 벽체균열도 별로 없다. 다행히 원형이동으로 귀중한 근대문화유산이 보전되게 됐다.

경남 창원시 대산면에 200년 된 노거수(老巨樹)인 해송이 있다. 나무 밑둥이 390cm나 되고 수형이 쌍간의 형태로 매우 아름답다. 해안가가 아닌 내륙에 있어서 희소성도 있어서 보존가치가 높은 나무인데 도로 확장공사로 벌목 위기에 처해있다. 경남도청과 창원시는 소나무 소유자와 보상이 끝나서 벌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며 계획을 바꾸려면 기획재정부까지 논의가 올라가 진행돼야한다고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200년 전 조선 순조 시대에 심겨진 나무가 모진 풍파를 거치고 이제는 노거수의 위용을 나타내며 마을의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는데 못된 후손들이 톱을 들고 벌목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북 안동 용계리의 700년 된 은행나무도 임하댐으로 수몰될 위기에서 살려낸 기술이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도로확장공사로 200년의 역사와 전통을 뭉개려는 토목기술자의 우둔무지함이 원망스럽다. 경남도청과 창원시에 60년 된 근대문화유산인 구산성당 원형보전의 정신을 심어주고 싶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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