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마치 지자체가 원래 스스로 이러한 조례제정, 중간지원조직 설칭, 사업 추진을 해온 것처럼 인식하게 하는 것은 사실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또한 지역공동체 관련 정책의 제도적 기반 및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주민주도의 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체계적 지원 및 육성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첫 번째 배경에 대해 또 하나의 근거라고 제시하고 있다.

얼핏 보면 문장 자체에 대해서는 일말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완벽한 문장이다. 그러나 왜 지역공동체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근거 제시가 여전히 없는 상태여서,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가이드라인 마련’이라는 문구에 대해 제시하는 근거를 보면, 행정자치부가 2013년도에 마을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 표준조례를 시달하여 2015년 현재 마을 및 지역공동체 관련 상위법의 근거 없이 총 107개 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 및 시행 중이라고 하고 있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상위법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표준조례를 먼저 지자체에 내려 보낸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표준조례를 내려 보낸다 해도 상위법의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조례에 해당하며 ‘자주조례’에 해당한다(법적 근거가 있는 조례는 위임조례라고 한다.).

자주조례는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스스로 자율적으로 조례를 만드는 것인데, 법적 구속력도 없는 표준조례를 왜 지자치에 내려보냈는가 하는 것이다.

표준조례를 내려보내면 해당 지자체로서는 그 조례를 기준으로 지자체 조례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 국가와 지자체가 행정체계이기 때문에, 표준조례를 내려보낸 2013년도 이후에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해당 지자체장부터 담당 일선 행정에까지 ‘마을만들기’에 대한 인식도 정확히 없는 상태에서 국가에서 표준조례를 내려보냈으므로 이를 받는 시늉을 해야 하므로, 조례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것을 가지고 마치 지자체가 스스로 조례를 많이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 근거가 되는 상위법이 없더라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주민주도의 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체계적 지원 및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가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여기에서도 ‘공동체 활성화’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공동체 활성화’는 국가가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주민이 필요한 것인가, 그 판단은 누가 해야 하는가. 당연히 우선 당사자는 ‘주민’이다.

예를 들면 우리 동네 주민들이 왜 서먹서먹해지고 왕래가 뜸해졌는지, 마을 행사도 거의 사라졌는지 등의 이유로 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려 한다면,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는 것이 이 법안의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행정자치부가 단독으로 이러한 법률을 제정하여 공동체 활성화를 책임지겠다고 한다면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모든 부처가 이 법률의 집행에 집중해도 ‘공동체 활성화’가 된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를 담고 있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법률이나 정책은 그 제정 목적과 목표, 그 수립 목적과 목표가 명확해야 수혜 대상이 명확해지고, 그 성과 또한 예측 가능한 것이 될 수 있는데, 마을공동체기본법안은 결과를 정해놓고 목적과 목표를 맞추어 놓은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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