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현대 도시계획의 시대적 화두다. 이론적으로 도시재생은 쇠퇴하는 도시의 지역역량을 강화해 경제·사회·물리·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공동체 회복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마디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도심의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방식으로 지금까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주로 해 왔다. 그러다 비교적 최근인 2013년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도시재생은 이제 법정용어다. 도시재생에 대한 법과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로써 기존 주택을 전면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은 더 이상 어렵게 됐다. 쇠퇴하고 낙후된 옛 도시를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물리적 정비와 함께 사회적, 경제적 재활성화를 추진하는 일이다.

안상욱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수원지속가능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경원대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당시 주택공사 부설 연구소에서부터 일을 시작해 30년 동안 주택공사와 LH에서 일을 했다. LH에선 처장을 맡아 조경직 전성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1일 문을 연 수원지속가능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늦었지만 이사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과 각오는?

마을르네상스센터와 사회경제지원센터, 창업지원센터, 학교급식 지원센터 등 4개 센터는 이미 있었다. 수원시는 여기에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주거복지지원센터를 더해 수원지속가능재단으로 확대·개편한 것이다.

중앙부처에서는 물론 광역·기초자지단체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다. 민간협치(거버넌스)에 중간조직을 통합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그동안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중심으로 통합되지 않고, 부처별로 칸막이에 갇혀있었던 일을 융복합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직 자리잡지 않았지만 이미 전국 지자체에서 문의 전화도 오고, 방문하기도 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도시재생을 어떻게 하나?

도시재생은 활력을 잃어버린 곳에 활력을 되살려 보고자 하는 정책이다. 되살리는 과정에서 기존 재개발 재건축처럼 기존 건물을 헐어버리고 새롭게 짓는 방식이 아니다. 기존 도시의 얼개들을 존중하고, 거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그냥 살면서도 경쟁력이 회복되는, 도시가 가졌던 힘을 다시 끌어올리는 형태다.

기존 재건축 재개발이 낡은 건물만 헐어내는 것이었다면, 도시재생은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문화복지와 같은 환경을 다 같이 버무려서 재생시키고, 전문가와 특별한 사람이 혼자 끌어가는 게 재개발 재건축이었다면,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행정과 민간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힘을 합쳐 협치하는 것을 말한다. 수원지속가능재단이 융·복합을 지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원시는 조선시대 근현대 고도(古都)의 느낌이다

수원은 조선 정조대왕이 근대 신도시로 조성했고, 화성의 모태가 된 것이 사실이다.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수도권의 관문 구실을 했다. 이후 인구가 급속히 팽창, 서울의 위성도시에 머물렀다. 여기에 지금은 영통과 판교, 호매실처럼 택지개발과 신도시가 지어지고 있다.

해마다 인구가 2만여 명씩 늘고 있다. 인구가 150만여 명으로 기초 중에서는 가장 크고, 광역시도인 울산보다도 인구가 많다. 가까운 시일 내에 대전이나 광주보다 인구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옛 도시이면서도 신도시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지방대도시로서 지속가능재단이 출범하기에 최적지인 도시다.

‘지속가능도시’는 조경과 한발자국 떨어진 얘기는 아닌가

‘지속가능도시’라는 말을 익숙하게 썼던 사람들이 조경을 전공한 사람들이었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은 1982년 환경을 전공했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썼던 명제다.

또 환경선언을 가장 먼저 학문적으로 접근한 곳이 건설산업 분야에선 조경학과다. 조경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지역이나 도시계획 공부를 한 분들은 ‘지속가능’에 친숙해질 수 있었다. 도시재생과 주거복지 등의 용어들은 조경을 전공해서 오히려 쉽게 이해될 수 있었다. 에콜로지(생태학)와 이코노미(경제학)의 뿌리는 같다.

가장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와 생태는 자본주의 경제와 사실은 같은 뿌리다. 조경가들이 환경과 생태를 다룬다고 해서 또 환경과 생태에만 집찪하면 안 된다. 조경가는 사람과의 관계를 보고, 사람과 자연, 사람과 도시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정작 중요한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 조경학문의 기초를 이해하면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이 조경가에 멀리 있는 게 아니다고 깨달을 수 있다. 조경을 전공한 조경가들이 조경의 역량을 다양하게 쏟아 부을 때 수원시에서 가고자 하는 지속가능도시가 발현되지 않을까.

도시재생에는 인문학적인 색채가 강한 듯 싶다

주공이라고 하는 공기업은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여건을 제공하는 게 본업이다. 주거지를 만들어 가는 게 택지개발과 신도시개발 등 도시업무와 연관이 있었다.

주거복지연대를 2001년에 만들 때도, 그 시절에 주거복지가 도대체 뭐냐? 이상한 이름을 만든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중앙부처(건교부)도 2003년에 기존 과를 주거복지과로 이름을 바꾸었다. 2007년에는 도시재생과가 만들어졌다. 되짚어 보면 주거복지나 도시재생이 향후 5년 후에는 일반화될 것으로 본다. 그 효시가 수원이 될 것이다.

공기업 간부에서 행정가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점이 느껴지나?

공기업은 민간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중앙부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른바 ‘규정’이라는 틀에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실현했던 기억이 난다.

반면 재단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기초자치단체 산하기관이다. 지금은 이 정도가 괜찮은 것인지,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가늠하는 상황이다. 공기업의 유연성 부분을 직원들과 나누려고 한다.

임기 중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은?

2년 임기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센터들이 한지붕 아래 모였다. 화학적으로 녹여내는 게 초대 이사장으로서 첫 임무다. 융·복합 모델들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각 마을공간에서 진행됐던 마을만들기를 조사해서 DB화하려고 한다. 마을만들기의 성패는 주민참여에 달려있다. 리더들, 주체들을 지역 단위로 모아서 지도 위에 표현하려고 한다.

또 빈공간·유휴시설에 대한 DB도 만들 계획이다. 다 엮어지면 ‘여기에다 이런 것을 하면 좋겠구나’하는 네트워크와 지역 전문가 풀도 구성할 것이다. 지속가능도시가 발현되는 토대를 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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