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농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사업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기존의 식량중심의 농업정책으로부터 농업농촌의 다양한 가치 지향적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농촌경관의 보존과 관리, 그리고 적절한 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농촌체험관광을 중심으로 한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의 근간이 되는 자원은 농촌의 깨끗하고 안전한 자연환경과 향토문화나 마을의 역사, 그리고 농경활동 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는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농촌경관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농촌경관 정책사업은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현재는 경관을 형성하는 하드웨어적인 사업에 치중되어있고, 가꾸고 보전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농촌경관은 새롭게 만들고 조성하는 것 보다 마을이 간직한 농촌다움 경관을 지키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잘 만든 경관이라 할지라도 본래가지고 있는 본질이 훼손되거나 오염된다면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나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농촌경관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계획내용은 사업의 저 뒤편에 편집되어 있는 보고서 몇 장에 불과하며, 그 내용 또한 거의 비슷비슷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이지 못해 경관관리를 실천해 나가는 직간접적 주체들의 역할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농촌경관의 개념이나 사업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 사업의 당사자인 마을 주민,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며 경관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마을사업의 지도자, 그리고 경관사업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의 경관사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결국 농촌경관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중에서도 주민, 행정의 역할을 정립하고 각 주체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농촌경관사업에 대한 실무 당사자들의 경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다. 조사대상지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농촌경관계획 및 경관사업지 116개 지자체 중 추진성과가 60%이상인 전국 도 단위 지자체별 1개의 시군으로 선정하였다(총 8개의 지자체).

조사대상자는 경관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경관관리 담당행정 공무원, 사업대상지의 주민, 그리고 마을 리더(사업추진위원장)로 선정하여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조사에는 행정 공무원 60명, 주민 243명이 참여하였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했다.
담당 공무원의 농촌경관 관련 업무의 담당기간은 2년 미만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관 관련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행정 담당자의 비율은 무려 응답자의 83.3%를 차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공무원의 순환 보직제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경관관련 교육도 충분하게 이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문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관리하고 있다.

즉 경관사업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와중에 각 지자체별로 농촌경관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평균 4개 이상으로 산재되어 있어서 협력체계 수준에 대한 평균점수는 3.11점 (5점 만점 중) 수준에 머물렀다.

지자체 경관이 효율적으로 관리되려면 무엇보다 업무부서 간에 관련 지식과 관리방법 등 행정능력이 서로 공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관련 부서의 통폐합이나 업무협력 체계의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공무원이 생각하고 있는 경관관리 주체로는 ‘마을 주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응답자의 8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농촌의 경관은 주민의 생활공간인 마을환경 자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을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농민들도 경관관리는 자신들의 몫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관관리 목표는 주민과 달랐다. 행정은 ‘자연환경 및 생태경관 보전’이 응답자의 30.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농민들은 ‘전통적인 모습을 갖춘 농촌 마을의 경관 보전 및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앞으로 농촌경관 관리의 두 주체간의 목표차이를 인식시키고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주민과의 소통체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행정과 주민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서로의 이견을 긴밀하게 조율 시킬 수 있는 중간조직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민들의 참여도는 미흡했다.
경관사업 중 주민들이 가장 하고싶어 하는 경관관리 활동은 ‘집 주변 청소하기’ 로 나타났다(29.4%). 이 결과는 경관사업이 마을사업이기는 하지만 주민들은 자신의 집 주변을 청소하고, 자기 집 정원을 가꾸는 정도의 작은 활동정도로 인식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주민들은 경관계획을 수립하고 참여하는 정도에서 경제적으로나 개인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에는 참여가 저조한 반면 회의참여나 설문조사 참여 등 손쉬운 일에 참여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다.

경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서’가 39.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는데 이 결과는 지금 수립하고 있는 경관계획이 주민들에게 체감될 만큼 치밀하지가 않거나 마을공동체를 위한 사업이지만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사업으로 인식되어 무관심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마을경관사업은 아무리 마을공동체를 위한 장기적인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마을 구성요소인 주민들이 자기 개인의 관심과 잘 연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집 주변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마을 전체 경관으로 연계시키는 개념정립이 요구하고, 실제 참여방법도 개인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개인 환경을 가꾸는 일이 마을 전체의 경관을 관리하는 일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야 한다는 경관 관련 주민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경관관리 주체에 대해서도 스스로 마을주민이라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행정 공무원’과 ‘마을 대표’라고 응답하는 것을 보면 행정이나 리더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상황으로 보면 자신들의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것에 의지하는 경향도 많다는 뜻이다. 이는 심층 인터뷰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주민은 주체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마을 리더나 행정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고, 자발적인 활동이 아닌 임금을 받고 수행하는 소일거리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주민들의 경관사업에 대한 인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경관사업 인식 또한 매우 낮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주민은 주민 간에도 경관관련 사업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경관활동 보다는 생업을 더 중요시 여기고, 낮은 관심을 갖고 리더와 행정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정작 행정과 경관관리 목표가 달라 의견 충돌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농촌 경관관리는 무엇보다 주민이 주체가 되어야한다.

즉 주민이 활동하고, 관리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 앞으로 주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경관교육 뿐만 아니라 주민 삶에 밀착된 경관사업과 활동이 제안되어야 한다.

마을 리더들 의욕은 떨어져 있었다.
마을 리더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관사업은 대부분 추진위원회에서 주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의 리더가 추진위원회에 소속된 경우에는 문제가 덜 하지만 마을 사업 계획이 소수를 위한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어 마을리더가 소외되고 있기도 하였다.

경관사업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인식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급하게 진행되다 보면 소수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는 별로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경관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 공청회 등이 있으나 주민들의 참여가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마을 리더가 교체될 경우에는 후임자의 의지에 따라서 지금까지 추진되었던 사업의 방향과 내용이 변경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사업 완료 후 사업추진위원회가 자연스럽게 해체됨에 따라 사업관리 소관이 애매해지고 관심도 약해져 지속적인 경관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경관사업에 대해 마을의 리더들도 생소한데다 주민들 관심과 참여도가 낮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마을리더의 사업추진 의욕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농촌경관은 마을리더나 행정 공무원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그리고 활동으로 농촌의 경관을 보전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은 행정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리더는 리더대로 각자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활동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제도가 미리미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농촌마을 경관은 농촌마을이 지니고 있는 큰 자산이다. 도시와 차별화 되는 동시에 농촌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재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농촌경관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면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계획이 바로 농촌의 새로운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경관은 마을주민들이 인식하지 않으면 그 가치가 새롭게 부여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기반자원을 주민이 스스로 그 가치를 인식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원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마을의 경관사업을 추진하고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농촌경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계획의 수립부터 주민과 행정, 그리고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마을 나름의 독창적인 경관의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주민의 삶과 밀착된 경관사업의 개념과 활동범위의 설정이 필요하며, 전문성을 갖춘 행정과 주민과 행정을 긴밀하게 연결하고 농촌경관 관리를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중간조직이 필요하다.

김용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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