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비평가이자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은 말했다. “대자연은 신의 의상이다. 모든 사상과 형식 제도는 그 의상을 꾸미는 단추와 같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경험론철학과 공리주의에 도전했던 칼라일의 이 말은 결국 대자연 앞에 인류도 감히 앞에 나설 수 없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말일 게다.

그렇다. 인간은 언제나 그렇듯 자연을 과학이라는 기술로 막으려하고 바로 잡아 인류를 지키는데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결국 자연은 언제나 옳았기에 거스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느끼게 해 준다.

자연은 늘 인간에 의해 침해를 당하고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고 인간을 향해 아무런 방어적 태세를 갖추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 오라 한다. 그래서 자연은 감동을 주는 어머니다.

 

우리는 경기도 가평에 있는 치유의 숲 ‘잣향기푸른숲’을 찾았다. 자연이 느끼고 그리울 때 서울에서 가깝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가평하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것이 바로 ‘잣’이다. 그런 만큼 잣하면 가평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축령산과 서리산 일대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잣나무 숲이 있다. ‘잣향기푸른숲’이 바로 이 곳에 조성돼 국내 최대의 잣나무 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름에서 나타나듯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잣 향기가 온 몸을 감싼다. 기대감도 함께. 매표소에서 대략 200여m를 올라가면 메인 건물들이 있다. 고객센터도 이곳에 자리했다.

해발 450~600m에 있는 잣향기푸른숲에는 20~30m에 이를 정도로 하늘을 향해 뻗은 잣나무들이 늘씬함을 과시하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분포하고 있는 만큼 평균 수령이 80년에 이를 정도로 울창함해 청량감을 제공한다.

방문자센터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축령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 길을 걷다보니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길이 정말 아름다웠기에 드는 아쉬움인데 바로 시멘트 바닥보다는 흙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비가 왔을 때나 눈이 쌓였을 때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5분도 지나지 않아 왼쪽의 힐링센터와 오른쪽으로 화전민마을이 보인다. 화전민마을은 산촌체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화전민들 생활양식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화전민 6가구가 실제로 터전을 잡고 화전을 일구며 살던 옛 집터로 너와집과 귀틀집 등을 전시가옥으로 재현했다.

또한 가옥 안에는 화전민들이 사용했던 생활도구와 농사기구들이 있어 생활자취도 이해할 수 있다. 너와집은 재미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사랑방 앞에 외양간이 있다는 것이다. 겨울과 산 짐승에게서 가축을 보호하겠다는 신념이 묻어난다.

길이 있지만 길이 아니더라도 오를 수 있는 길이 많다. 비비추, 원추리, 금낭화, 복수초 등 야생화단지를 가로지르고 오르다보니 얼떨결에 임도를 만나게 돼 다시 정상으로 향해 본다.

질리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다. 어느 것 하나도 똑 같지 않다. 숲만 보고 있으면 똑 같은데 나무를 보면 재미도 있다. 벌레들이 날아들었을 때만 제외하고 말이다.

물가두기 사방댐에 올라서니 조그만 전망대가 있다. 한눈에 작게 보였던 사방댐도 올라서 보니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둘러보게 된다.

 

임도를 조금 벗어나니 잣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다. 알도 굵은 잣을 꺼내기 위해 송진을 만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파는 사람들도 쉽게 보인다. ‘다람쥐를 위해 조금은 남겨주세요’라고 말해 버렸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정말 조금은 남겨들 놓고 자리를 떠난다.

내려오던 중 힐링센터에서 김명혜 산림치유지도사가 차 한 잔을 권하여 잠시나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하다는 말은 자연에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걷고 또 걸어도 좋다. 잣 알 두어 개를 입에 물고 하산하는 길은 잣의 향기에 흠뻑 취해볼 수 있어 분명 상상 이상의 만족과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Tip. -

경기도 잣향기푸른숲은 지난 2004년에 공모사업으로 선정한 후 지난 2014년 10월에 개장됐다. 불과 2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북적거리지 않아 여유롭다.

올 4월부터 입장료 1000원을 받고 있지만 이정도 지불은 흔쾌히 낼 수 있는 요금이다. 드라마, 교양 프로그램 등 전파를 타면서 이를 본 중국인들의 방문도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방송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촬영보다는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횟수도 많다고 하니 복 많은 사람은 연예인도 목격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관계자의 귀띔이다.

 

Talk Talk

                                                                           유건용 주무관(좌측)과 정수옥 산림치유지도사

 

경기도 잣향기푸른숲

 

현재 지도사는 몇 명?

유건용 : 현재 해설가 2명과 지도사 5명, 목공기술사 1명이 배치돼 있다. 목공기술사는 목공예체험 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다.

 

운영 프로그램은?

유건용 : 산림치유와 숲해설, 목공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목공체험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

유건용 : 목공체험은 단체와 주말가족, 일반방문객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가평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전문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전문과정은 기수별로 정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현재 6기과정이 진행 중이다.

 

산림치유 프로그램 운영 중 에피소드는?

정수옥 : 산림치유 프로그램 중 ‘묵언걷기’를 진행한 바 있다. 이후 걸으며 좋았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떤 여성분이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마음이 짠한지 같이 동행한 사람들도 울컥하는 감정에 숙연해지더라.

 

산림치유 지도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숲에서 느껴야 한다. 내가 느껴야 상대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의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느끼기 위해 숲을 찾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 : 박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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