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선 노년의 참가자들은 떨린다면서도 당당히 걸었다. 저마다 워킹을 뽐냈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의상과 헤어, 장기자랑 앞에서 나이는 악세사리처럼 나부꼈으며,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

지난 18일 ‘제6회 실버모델 경연대회’가 열린 남양주시청 다산홀에는 예선을 통과한 11명 참가자들의 무대로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여사님, 할머니, 아줌마, 엄마 스타일, 중후한 신사 등등 동네에서 혼히 마주치는 분들 같았지만, 스타일만큼은 특별했던 것이다.

올해 80살인 일본인 참가자 코지마타 미츠코씨는 단발머리에 짧은 미니스커트, 롱부츠까지 소녀 콘셉트로 출연해 ‘베사메무초’를 부르기도 했다. 고운 한복 차려입은 심재희씨(80)는 TV화면처럼 “나 여기 나와서 얼마나 좋으냐, 구경들 실컷 해라”고 말해 웃음을 불러일으킨 뒤 연습해온 부채춤을 선보였다. 강희숙씨(68)는 본인의 노래 ‘인생은 아프고 외롭고’를 구성지게 불러 박수를 받았으며, 유일한 청일점 최종용씨(65)는 선그라스를 낀 채 멋진 포즈로 등장해서 인기를 독차지했다.

실버모델 경연대회 참가자에게서는 곱고, 멋지고, 아름답고, 여유있고, 자신감 넘치는 향기가 전해왔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왔다는 이영순씨(65)는 연두빛 고운 투피스 차림으로 등장해서 “이 때까지 특별한 일을 한 적 없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용기 냈다”며 무대 위를 누볐다. 42년 교직생활 후 퇴임했다는 조삼순씨(72)는 “정말 오랜만에 멋진 화장을 해서 기분 좋다”며 “앞으로 더 즐겁고 활기차고 행복하게 교류하면서 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동화구연으로 자기소개를 하며 등장한 김계자씨(79)는 아리랑 음악을 배경으로 한국무용을 선 보였고 관객들은 합창하면서 팔을 좌우로 흔들며 화답했다.

참가자들의 경연무대가 끝난 뒤 축하공연 순서에는 ‘실버모델 패션쇼’가 펼쳐져 스트롱 시니어 세대의 역동적인 활동 모습을 보여줬다. 세련된 장년층부터 백발의 노년층까지 수십여 명 모델들이 저마다 개성과 장점을 살린 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객석까지 워킹하면서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 구하주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초청받아 실버모델 패션쇼를 공연하고 있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하는 곳은 남양주시 뿐”이라며 1회 때부터 빠짐없이 참여해 온 인연과 행사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100세 시대를 맞아 시니어들이 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어 우리 활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올해 6회째 맞은 이번 행사는 ‘실버기능 경진대회’라는 이름으로 남양주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관 하에 관내 만 60살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사전 신청을 받아 9월 27일 3 :1의 예심을 거쳤고, 이 날은 참가자 11명을 대상으로 본심이 열렸다. 심사위원에는 박경호 동양화 화가, 구하주 뉴시니어라이프 대표, 이용호 한국예총 남양주지회 지회장이 맡아서 건강미, 준비성, 무대매너, 호응도 등의 평가항목으로 심사에 임했다.

대회 1등상인 ‘진’에는 남양주시 별내면에서 온 김영선씨가 선정돼 상패와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의상과 젊고 활기찬 이미지, 밝은 미소를 표현한 것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심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진=김영선(61) ▲선=곽정선(65) ▲미=서병옥(67) ▲으뜸상=강희숙(68) ▲아차상=코지마타 미츠코(80) ▲노력상=최종용(65) ▲미소상=심재희(80) ▲매너상=김정순(63) ▲인기상=김계자(79) ▲베스트워킹상=조삼순(72) ▲베스트드레스상=이영순(65)

경연대회를 주관한 남양주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이정자 노인가족분과장은 “많은 어려움 때문에 행사를 지속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벌써 6회째 되면서 뜻을 알고 있는 분들의 많은 응원이 전달돼 감동스럽다. 남양주시청과 협의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1등 수상소감은 어떤가?

그동안 건강도 안 좋아서 힘들게 지냈는데 오늘 무대에 오르고 좋은 성적까지 받게 돼서 너무 기쁘다.
 

참가하게 된 계기는?

우리 집에서 17년간 함께 살았던 반려견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나 너무 슬프고 우울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엄마를 위로해 주기 위해 작은딸이 대회 참가를 권하고 신청도 해줘서 출전하게 됐는데 정말 잘한 것 같다.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내가 힘든 시간을 딛고 이렇게 멋진 힐링의 기회 가질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도와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오늘 무대에 설 때까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큰 상을 받고나니까 행사를 주최해 준 우리 남양주시를 위해 더욱 봉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도록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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