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와 마을가꾸기, 도시재생

지난호까지 공공디자인진흥법 제정 및 시행과 관련하여 법률 내용을 검토하면서 공공디자인이 실제 생활에서 잘 전개되도록 하는 것에 대해 다루었다.

그중에서 지역적인 공공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얘기와 이를 위해서는 공공디자인 정책이나 사업 기획 초기부터 해당 지역 주민을 포함한 이해주체가 참여하여 공공이 원하는 합의의 선(線)을 찾아내고 이를 합리적이고 디자인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것, 다시 말해 ‘주민참여’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발시대를 거쳐오면서 관주도 방식, 획일적인 방식을 통해 신도시 등 국토개발사업을 신속하게 전개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면서 그 속도전(速度戰) 과정에서 정작 해당 개발사업이 행해지는 지역에 존재하는 역사와 문화, 가치, 전통, 사람 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것을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짐으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마을만들기’라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는 ‘마을가꾸기’와 ‘공동체형성사업’, 도시재생사업 등에서 ‘주민참여, 주민주도’와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과연 주민참여이고 주민주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과정에 사업설명회, 공청회 등 자리에 단순히 주민을 모아놓는 것을 ‘주민참여’라고 홍보하는 수많은 사업주체와 지자체들이 많을뿐더러, 해당 개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하는 전문가들조차 대체로 정작 주민참여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하거나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주민참여라는 것은, 전문가가 어떤 사업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는 것을 받아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혹은 단순한 거수기 노릇을 하는 주체도 아니다. 실제로 계획의 내용을 만들어가는 데에 제 몫을 해야 하는 것이며, 이것이 더 나아가서는 ‘주민주도’라는 일컬어질 수 있을 정도로 직접 계획 내용을 발굴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세부 내용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참여하는 주민들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획일화되고 이미 다 정해져 있는 내용들에 주민들이 약간의 행위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이 주민참여에 해당하는 것으로도 오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적 차원에서 이러한 주민참여와 주민주도 방식을 지원하고 있지 않으며,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고 있다. 특히 ‘공모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상황이다.

아울러 주민참여나 주민주도로 진행된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 의견수렴, 설문조사, 퍼실리테이션 등의 형태로 주민을 동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비지원공모사업 선정시에도 평가항목에는 주민의견수렴, 주민참여에 관한 부분이 비중이 높아, 이제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일부러 미리 주민참여 형식을 취하는 지자체도 종종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와 ‘주민주도’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간의 행위들이 궁극적으로는 주민을 ‘주체’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객체’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되기 시작했고, 자신들이 그러한 관주도, 전문가주도 방식에 교묘히 동원되고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여러 분야에서 ‘주민참여, 주민주도’라는 말을 사용하다보니 그 피로감이 상당해진 상태이고, 신선함도 이미 바닥을 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향약이나 두레 등을 통해 서로 도와 일을 나누어 행하던 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주민참여, 주민주도 방식이라 한다면, 이를 오늘날에 되살려 국가를 디자인하고, 도시를 디자인하고, 마을과 거리를 계획하고 설계하고… 와 같은 공간적인 분야뿐만이 아니라, 그 공간의 질을 결정하는 역사와 문화, 환경과 사회, 전통, 자연 등의 분야를 해당 공간에서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돈독하게 만드는 데에도 주민참여와 주민주도 방식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공간이라는 그릇과 그 그릇 안에 담겨질 콘텐츠, 그리고 그 그릇에서 삶을 영위하고 그 콘텐츠를 이용하고 변화시켜 새로운 콘텐츠까지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해당 공간의 지속적 존속과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궁긍적인 방향도 함께 고민하며 해나갈 수 있는 주민참여, 주민주도 방식의 적용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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