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의 정원(Garden)은 중세 영어 gardin에서 유래됐다. 주로 방어의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었으니 지극히 사적(Private)인 공간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집이나 궁궐, 사찰 등지에서 뜰이나 동산, 연못, 정자, 계류 등을 조성하였는데 공공적인 차원이 아닌 사적인 소유에 기반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과 인공을 적절히 조합하여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여 개인이나 객들이 함께 즐기는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게 사적이고 폐쇄적인 정원이 얼마 전부터 일반인들에게 관심을 이끌면서 대중화가 되고 있고 개방화가 시작됐다. 그래서 정원은 더 이상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공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2010년 경기정원박람회(시흥 옥구공원)와 2012년 서울정원박람회(서울 at센터)가 개최되고 뒤이어 코리아 가든쇼와 순천정원박람회가 정원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어서 각종 정원박람회가 매년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지난주는 마치 정원문화제 주간처럼 느껴졌다. 국립수목원 생활정원 공모전(국립수목원)을 필두로 대한민국 한평정원페스티벌(순천만국가정원), 드림파크 아름다운정원 콘테스트(인천 서구 드림파크), 서울 정원박람회(서울 월드컵공원), 경기정원문화박람회(성남시청공원)에서 연달아 개최됐다.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로 펼쳐지는 정원문화행사로 정원애호가는 물론 정원에 대하여 막연하던 시민들도 꽃과 나무가 어울어진 정원을 만끽하고 있다.

정원 관련 세미나도 연달아 개최됐다. ‘함께하는 녹색미래;코뮤니티가든 활성화’세미나에서 임승빈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은 “커뮤니티가든의 기능과 역할은 ‘녹지+생산+소통’이며 녹색먹거리 생산을 넘어서 도시인들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도심의 일상공간에 잠재된 부지 즉 유휴지, 공동주택의 자투리 땅, 공원, 옥상 등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커뮤니티가든에 적합한 부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한다면 우리의 도시생활을 한결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커뮤니티가든이 활성화 된다면 우리 도시를 녹색이상도시, 즉 그린유토피아의 구현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심포지엄에서는 각 분야의 역할에 대한 발표를 했다.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학계의 역할, 산업계에서는 해외정원 산업 및 용품현황과 한국화전략, 민간에서는 시민정원사의 역할, 연구분야에서는 정원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에 대하여 발표와 많은 토론을 했다.

위에 표현된 공공정원의 역할 외에도 정원은 안전(Safety)에 대한 기능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근래에 보듯이 지진을 비롯한 예측 불허의 많은 재난이 오고 있다. 자연재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전에 대비를 한다면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공개된 정원은 유사시에 피난장소로 이용될 수 있다. 이번 경주지진사태에서도 시민들이 제일 먼저 대피한 곳이 공원과 학교운동장이었다. 학교와 공원이 멀리 있는 지역이라면 공공정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정원에 텃밭이 있다면 비상식량이 될 수 있다. 재난으로 접근로가 끊기면 최소기간 버틸 수 있는 먹거리는 공공정원의 텃밭에서 제공될 수 있다. 우물이 있다면 식수공급도 가능하다. 또한 공공정원에서의 지역공동체 형성은 재난 시에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정신적인 안정감을 갖게 되며 재난에 대한 공동 대응도 쉬워진다.

2016년 10월초에 시행된 여러 곳의 공공정원 문화행사는 그동안 정원에 대한 인식이 바꿔지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이번 정원의 공개공간으로의 화려한 외출은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의 행복과 안전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정원정책이 국가정책에서는 아직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원의 화려한 외출은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