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치는 개인이나 기업, 제품, 경영, 브랜드 심지어는 인간성 회복에도 적용이 된다.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치를 윤리, 법률, 종교, 정치, 사회, 미학, 경제의 7가지 분야를 가치의 대상으로 구분하였다. 최고가치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고객이 기대하는 성능수준을 만족하는 기능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의미한다.

문화재청이 문화재수리 사업자를 선정할 때 가격 중심의 심사 때문에 최저가 경쟁으로 수리가 부실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격 외에 기술력과 전문성에 대한 평가 가중치를 크게 높이고 적정 가격을 보장해주는 ‘최고가치(Best Value) 낙찰제’의 시행을 시작했다.

문화재수리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는 일반 건설공사와 같이 가격 위주로 사업자가 선정됨에 따라 부실 수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련 법규의 개선이 꾸준히 요구되어 왔다. 이에 앞으로는 수리실적, 수리에 참여하는 기술자와 기능자의 수리 이행능력과 입찰가격 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문화재수리에 가장 적합한 사업자가 선정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선하게 된 것이다.

공공공사의 최고가치 낙찰제는 오래 전부터 검토가 됐었고 2012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도의 품질과 기술이 요구되는 원전 주설비공사의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고가치 낙찰제를 시행했고, 기획재정부가 SW용역계약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고가치 낙찰제를 금년 4월에 시행했다. 그리고 이번에 문화재청에서 문화재수리분야에 최고가치 낙찰제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국내 공공건설공사의 낙찰제도가 1950년대 초 최저가낙찰제로 시작된 이래 재정법에서 예산회계법, 국가계약법으로 이어지면서 최적의 낙찰자를 선정하기 위한 제도가 개정을 거듭했지만 부작용과 부실공사의 여지는 늘 따라다녔다. 그래서 건설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투명성제고를 위해서 입찰계약제도의 개선의 필요성은 민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과거 압축성장 시절을 겪으면서 많은 발전을 해왔다. 외국의 시각으로 무모하리만치 공격적인 건설은 많은 발전을 이룩했지만 비싼 댓가도 많이 경험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 위험과 재난의 공포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은 이제부터라도 사회 여러 분야에서 최고가치를 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에 졸속으로 지어진 교량과 고가도로, 건물의 처참한 결과로 국민이 희생되고, 국격을 떨어지고 국가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쓰라린 교훈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이번 계약예규(낙찰자 결정기준) 제정을 통해 기술력을 가진 최적합 업체를 선정할 수 있게 되어 부실 수리 방지의 첫 단추가 채워질 것으로 기대하며 민족문화의 정수인 문화재가 온전히 후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문화재수리 품질 향상에 지속적으로 힘써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최고가치 낙찰제를 시행함에 있어서 자칫 대형업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도록 적용 방식을 잘 조절해야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술력을 갖춘 신생업체가 단순히 회사 업력이 짧아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싼게 비지떡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세상에는 싸고 좋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다.

이번 문화재수리분야의 최고가치 추구를 환영하며 타 분야에도 도입될 것을 기대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