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을 통해 서울 400년 역사가 압축돼 있는 도성 한복판의 명성을 되찾고 숨어 있는 역사와 이야기가 지역의 새로운 활력 기반이자 주민의 먹고 살 거리가 되는 재생사업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계획수립부터 추진,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주민 거버넌스 중심으로 추진해 지역의 역사성과 주민의 삶이 이어지는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창덕궁앞 일대(율곡로~삼일대로~종로~서순라길)를 종합재생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정치·역사·문화·공간적으로 한양도성 한복판이란 중요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또 4대문 안 전체까지 도심의 활력을 확산할 수 있는 결절공간이지만, 현재 낙후되고 정체성이 약화된 지역이다.

특히 시는 이곳이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400여 년 서울의 다양한 역사가 압축돼 있는 지역인 만큼, ‘역사인문재생’이라는 개념의 접근방식을 새롭게 도입한다.

공간적 단절은 1928년 일제에 의해 창덕궁 앞으로 율곡로가 개설되면서 시작됐다. 1967년에는 강남과의 연결을 위해 삼일대로가 확장되면서 인사동과의 단절이 불가피해졌다. 1968년 낙원빌딩이 들어서면서 단절이 심화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역사적 정체성 강화를 위해 1990년대부터 다수의 계획이 수립됐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서울시는 역사인문재생을 실현하기 위해 시대별 역사의 켜에 따라 이 일대를 4개 길(①돈화문로(조선시대) ②삼일대로(근대전환기) ③익선~낙원(근·현대) ④서순라길(현대))로 구분, 마중물 사업인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시는 이 지역을 지난 2015년 11월 말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한 이후, 역사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기존 활성화 사업 중 역사재생관련 사업들을 통합하고, 주민면담(36회), 민관협력회의(7회), 설문면담조사(57회) 등 주민 의견을 들어 계획을 세웠다.

첫째, 조선시대 전국 도로망의 기점이었던 돈화문로는 ‘왕이 백성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시민이 함께 궁궐로 가는 길’로 변신한다. 현재는 안국역을 이용해 창덕궁을 가지만, 앞으로는 돈화문로를 거쳐 가고 싶을 정도로 흥미거리 넘치는 보행중심길로 만든다는 목표다.

돈화문로는 임금이 궁을 나와 행차할 때 백성과 소통하는 장소이자 연희장소였다.

이를 위해 우선 차 중심도로를 걷고 싶은 보행중심도로로 단계별로 조성한다. 1단계로 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유도로로, 2단계로 보행전용거리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돈화문로에서 창덕궁으로 경관축을 개선하기 위해 가로수 정비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가(街)꿈가게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개별점포 리모델링을 지원, 도성 한복판의 역사적인 콘텐츠와 분위기를 담을 수 있도록 한다.

‘가꿈가게 지원사업’은 민간건축물 저층부를 대상으로 역사 스토리를 살리는 옥외광고물 및 상품디스플레이, 상품개발·홍보 등을 지원한다.

창덕궁 전면에 지난 9월 초 개관한 돈화문 국악당에 이어 민요박물관(2019년 10월 예정)과 한복체험관 등을 조성하고 역사문화체험도 활성화 한다.

10월 8일에는 220년 만에 처음으로 창덕궁~수원 정조대왕 능행차가 재현된다. 추후 ‘창덕궁 달빛기행’, ‘종묘대제’ 등 지역 내 축제를 연계·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삼일대로(근대전환)는 대한민국 탄생의 기초가 된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3·1운동 기념 대표공간으로 조성한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탑골공원 등 이 일대에 있는 3·1운동 관련 중요 장소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역사공간을 발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 3·1운동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우선 3·1운동의 거점이었던 탑골공원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원형복원을 검토한다. 또 역사가 깃든 주요장소에 빠짐없이 표석을 설치하고,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바닥표시 등 다양한 형태로 생생하게 스토리텔링할 예정이다.

독립선언문이 기록된 장소이자 3·1운동의 자금조달 및 각종 집회가 열렸던 천도교 중앙대교당 수운회관과 공개공지를 활용, 시민들이 3·1운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기념공간을 조성한다.

역사적 장소와 스토리를 발굴하고 연결해 3·1운동 전개과정을 체험하는 탐방루트를 만들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오디오 가이드와 증강현실(VR) 등을 개발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는 이 계획들을 3·1운동 100돌인 2019년 가시화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

셋째, 익선~낙원 지역(근현대)은 낙원상가~돈화문로~서순라길을 잇는 구간으로, 저자로 나온 궁중문화가 시민 삶 속에서 이어지도록 의식주락(衣食住樂) 신흥문화를 재창조하는 것이 콘셉트다.

이 지역은 일제가 조선왕조의 궁궐을 해체되던 당시 궁궐에 있던 기녀들이 저자로 나와 궁중요리, 한복, 음악 등 다양한 궁중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알린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다.

우선 현재 젊은 창업인들을 중심으로 자생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100년 한옥마을 익선동이 선도적인 거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주민공동체 활동을 지원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동시에,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도시한옥의 특성과 지역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2008년 철거계획이 검토됐지만 현재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낙원상가에는 옥상공원 및 열린무대를 만들고, 어두침침한 하부공간을 개선해 보행 연결성을 높인다. 또 낙원상가 하부와 이어지는 돈화문로11길은 낙원상가의 대중음악 역사를 확산시켜 자유롭게 버스킹이 열리는 대표적 음악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넷째, 서순라길(현대)은 현재 종묘를 에두르며 형성돼 있는 귀금속타운의 잠재력과 청년 공예인들의 창의적 성장동력을 결합, 공예와 문화, 사람이 함께하는 공예창작거리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순라길가에 있는 한옥들의 개보수와 신축을 지원하고 도로포장을 개선해 ‘한옥공방특화길’을 조성하고, 귀금속 상가 밀집지역에는 ‘가꿈가게 지원’과 ‘경관사업’ 등을 통해 거리환경을 개선한다.

기존 사업과 창의적 아이디어의 융·복합 지원 거점으로서 코-워킹스페이스, 네트워크 라이브러리 등을 갖추고 지난 지난해 문을 연 주얼리 비즈니스센터 1관에 이어 2관도 내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센터 앞에는 거리광장을 만들어 소규모 이벤트 등 행사가 열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센터가 주관하는 ‘서울핸드메이드마켓’과 연계해 젊은 금속 공예인과 기존 귀금속 자원이 어우러지는 금속공예 플리마켓 ‘반짝’과 같은 서순라길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등, 전통과 창의의 협력 기회를 만든다.

시는 이와 같은 계획을 기본으로 하여 세부계획 수립부터 실행, 평가 전 단계에 주민 거버넌스와 함께한다. 특히 산업별·장소별로 구성돼 있는 이 지역 주민협의체와 역사인문학자가 참여하는 ‘역사인문 거버넌스’를 구축해 핵심 운영주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활성화 선도지역 선정 이후 산업 및 상업과 관련한 다양한 단체가 활동 중이고, 이들을 통합·연결하는 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이다.

지역 역사와 사람, 산업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허브 구실을 할 ‘역사인문재생 융·복합 지원센터’를 과거 종로구 재활용센터 부지를 활용해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주민참여사업과 공모사업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주민의견을 적극 들어 세부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후 주민도시재생학교, 지역활성화축제 등 다양한 주민참여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창덕궁앞 역사인문재생계획은 중심시가지형으로서 앞으로 모두 200억 원 예산을 들일 예정으로서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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