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도시이자 세계를 향하는 글로벌 도시인 만큼 상대적으로 정(情)에 목마른 곳이다.

그러한 갈증을 풀기 위한 수단이라 할까. 서울의 중심 도시인 종로구 북촌(北村)은 국내외 여행자들이 꼭 방문하는 코스로 자리를 잡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 탐방은 북촌을 찾는 핵심적인 여행 요소일 것이다. 반대로 외국인에게는 한국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도심에서 몇 안 되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북촌은 어떤 곳일까? 북촌은 과거 토지를 사유지로 인정하지 않은 시기에 계층에 따라 주거지를 구별하여 세력가에게 분양한 대표적인 곳이다.

모든 세력을 쥐고 있던 권문세가가 모여 살던 곳으로 부와 권력층의 상징이었다. 거기에 풍수지리적 측면에서 최상지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끝없는 권력상승의 욕망이 깃든 장소로도 유명하다.

 

현재 북촌 입구에 있는 풍문여고 자리는 안동별궁(安洞別宮) 터로 조선시대 초부터 왕실의 거처였다가 마지막 황제 순종의 가례(嘉禮)처로 사용한 궁터였다. 그 뒤로 이어진 덕성여고는 감고당(感古當) 터로 감고당은 숙종비인 인현왕후 민씨(1667~1701)가 1689년 왕비 지위를 잃고 궁에서 나와 살 집이었다.

1761년 영조의 친필 편액을 달았으며, 2006년에 경기도 여주로 이전 중건되었다. 중앙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옛 경기고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90년 된 정독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북촌로 5가길 골목을 따라 오르면 궁궐 후원과 각지의 과수원을 관리하고 궁중과 여러 관아에 과일과 화초 등을 공급하던 관아 터였던 장원서(掌苑署) 터를 지나게 된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골목을 따라 두리번 거리다보면 어느새 북촌로 11나길 골목에 접어든다. 벽면에서는 담쟁이 덩굴과 그 안에 뿌리를 약재로 쓴다는 자리공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아름답기까지 하다.

지붕에는 도토리를 말리고 있고, 한 쪽 벽면에는 빨간 고추를 말리고 있어 마치 어릴 적 골목길에서 익숙하게 봐 왔던 장면들을 기억하게 하는 곳이다.

북촌 4경과 5경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가회동 골목길 오름과 내림길에는 언제나 사람들 발길이 끊임없는 곳으로 수많은 기와지붕과 함께 북촌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이준구 가옥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예스런 한옥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준구 가옥은 1938년께 지은 집으로 세도가 민대익 일가의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 상류계층의 서양식 가옥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2층 양옥으로 개성 송학에서 나는 신돌이라는 화강암이 쓰였다. 높은 대지 위에 우뚝 솟아 있어 주변에 있는 한옥들과 대비되는데, 근대화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음을 잘 나타내 준다.

이준구 가옥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주한 에콰도르 대사관저와 영국대사관저, 그리고 현재 건축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저 등 친교를 맺고 있는 여러 국가들 대사관저를 볼 수 있다.

 

북촌은 밤이 되면 또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 골목마다 가득하던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로 대표되는 네온사인 속에서 여흥을 즐긴다. 이렇듯 북촌은 현대와 과거, 한옥과 현대 건축물, 그리고 화려한 불빛 샤워가 공존하는 카오스 이론의 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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