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의 유례없는 폭염이 지나가니 곧바로 한가위 추석이 다가왔다. 지겹게도 더웠던 여름이라 그런지 시원한 가을과 함께 찾아온 한가위가 더욱 반갑다. 예전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좋은 시기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추석을 앞두고 최근 조경분야 주변에 주목되는 몇 가지 사안을 보면서 선물로 받고 싶은 부분을 짧게나마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 번째로 받고 싶은 선물은 국가도시공원과 미집행공원에 대한 해법이다. 국가도시공원법 시행령이 예고되자 조경계에서는 국가도시공원지정과 조성에 대한 장벽이 너무 높고 필요한 예산 배정이 전무한 점에 대하여 강도 높은 호소문을 관계 부서에 전달한 바가 있다. 법 제정을 할 때 행정에서만 독자적으로 하기보다는 전문분야와 소통해서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국가도시공원과 중복이 많이 되는 미집행공원이 최근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많이 추진되고 있다. 첫 번째 특례사업으로 선정된 의정부 직동공원 사업이 성공을 했고 두 번째로 의정부 추동공원사업이 발진을 했다. 녹색 프리미엄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한 소비자가 아파트 분양에 많이 몰려들어 사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28개 지역에 미집행공원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특례사업을 기대한다.

두 번째로 받고 싶은 선물은 조경단체의 소통과 협업이다. 조경분야가 생긴 이후 많은 학회와 단체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조경업의 활황에 힘입어 독자생존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특정한 전문분야가 급변하는 트렌드를 독자적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조경분야의 세분된 학문과 업종으로 자기주장만 펼치다가는 우물 안의 개구리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열매가 결실하는 이 가을에 단합하여 조경문화의 진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세 번째로 받고 싶은 선물은 국토부와 LH의 조경분야에 대한 관심과 배려다. 국토부 녹색도시과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생활공원 조성사업처럼 녹색인프라 확충사업에 힘을 더 실어주면 좋겠다. 올 여름 무더위에 발휘한 녹색인프라의 가치는 국토의 품격과 생활의 질을 가늠케 해주었다. 2020년까지 73조를 투입하는 국가도로건설 확충도 좋지만 국민생활의 질은 녹색인프라가 함께 어우러져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얼마 전 LH에서 7천억 원대의 공사를 주계약자 관리방식 공동도급 공사 발주 계획을 밝혔는데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는 반드시 해당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LH의 정책이 타 공기업의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어서 해당 산업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공사를 부계약자와 함께 공사를 수행하게 되면 주계약자와 평소에 거래를 하고 있지 않는 다른 업체는 입찰 참여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국토부와 LH가 조경분야에 대한 가치와 비중을 인정하고 정책과 예산을 반영해주는 녹색 선물을 온 국민과 함께 받고 싶다.

그러나 선물은 저절로 안 생긴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조경분야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조경진흥센터’의 건립이다. 조경분야의 싱크탱크로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조경진흥센터같은 시스템이 없이는 앞서 표현한 선물은 기대난망이다. 한시바삐 조경인들의 역량을 모아서 ‘조경진흥법’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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