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를 낸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지 껏 1명 밖에 접수가 되지 않았다. 몇 년 전 채용공고를 내면 물밀듯 들어올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청년 실업률이 공공행진을 한다는 내용이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반대로 심각한 인력난에 부닥친 조경설계업계를 대변해 주는 아무개 대표의 넋두리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조경설계사무소는 조경학과 학생들이 선호하는 분야로 인기가 높았다. 비록 업무량이 많아 야근 하는 날이 많아도 설계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조경시장 침체 속에 설계시장이 위축되면서 업체별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업계가 소규모, 영세업체로 시장이 재편되어 갔다.

그러는 사이 설계에 대한 자부심 보다 3D업종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학생들에게서 외면받고 기피 대상 처지에 놓여있다. 장기적인 경기불안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려는 학생들 심리도 한 몫 더해져 조경설계사무소의 인력난은 커져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한다. 영세한 업체 구조상 실무에 곧 바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경력자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신입을 채용해도 고민은 계속된다.

어느 설계사무소 대표는 “경력을 뽑고 싶지만,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신입을 뽑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신입을 뽑으면 3~4년을 가르쳐야 하는데, 설령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가르치면, 설계를 좀 할 때 쯤 이직하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조경시장 위축은 학생들의 진로 선택 기준마저 바꿔놓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적 흐름에 더해 학교 교육과 현장 실무간 괴리감 등도 학생들이 설계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다.

A대학 조교는 “올해 졸업생 12명 중 설계분야로 취업한 학생은 1명이다. 대부분 공무원과 공공기관으로 진로를 선택하거나 탈 조경을 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며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교육과 실무간 괴리감을 실감하게 되고, 업계의 현실마저 인식하면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즉 학교 교육과 현장 실무간 괴리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열악한 근무환경이 학생들 관심에서 멀어지는 이유라는 것이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B대학의 학생 역시 설계를 기피하기는 마찬가지다. B대학 조교는 “대부분 공채를 준비한다. 설계를 선택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며 설계가 어렵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경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분야 중 하나인 설계분야가 학생들에게서 외면 받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경 내부적으로 희망의 메시지 전달과 업계 자체적인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승홍 한경대 교수는 “누구나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최근 조경시장의 침체와 맞물려 공무원, 공공기관 등 안정적인 진로를 더 선호하고 있다. 반면 힘들고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소문난 설계분야에 대한 학생들 관심은 거의 없다”며 “언론 매체 혹은 현장 실습과정 등 조경내부적으로 비관적인 내용보다 희망적인 부분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으며, 업계 자체적으로 근무환경 개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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