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깊이 6m가 넘는 지하공간에서 각종 식물 3000여 가지가 자란다면 상상일까? 현실일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코웃음 칠까? 정답은 곧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서울역 7017 프로젝트’, ‘다시세운 프로젝트’, ‘마포 석유비축기지 재생 및 공원화 사업’ 등 과거 산업화 시대 유산을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휴식‧문화 공간으로 종합재생하는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박원순 시장이 지하 유휴공간을 활용한 미국 뉴욕의 도시재생 현장을 찾았다.

7박 9일 일정으로 북미 순방길에 오른 박원순 시장은 지난 5일 오전(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뉴욕에서 오는 2021년 전체 개방을 앞둔 ‘로우라인(Lowline)’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축소판인 ‘로우라인 랩(Lowline lab)’을 시찰하며 순방 일정을 본격 시작했다.

‘로우라인’ 프로젝트(2012~2021)는 1948년 이후 방치된 옛 전차 터미널 지하공간(4046㎡)을 재생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지하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이민자, 예술가 등 다양한 거주자가 모여 사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로를 확장하고 폐선된 전차 터미널까지 방치되면서 도시환경이 악화될 수 있던 상황을 뉴욕시와 시민들이 도시재생을 통해 극복해가고 있다는 점해서 눈길을 끈다.

지난 2014년 박 시장이 방문한 바 있는 뉴욕의 ‘하이라인(Higline)’이 지상의 도시 인프라를 활용한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업이라면 ‘로우라인’은 첫 지하공원 조성으로 지하공간 재생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이다. 도심 인프라 활용, 거버넌스, 친환경, 지역발전 등 서울시 도시재생을 관통하는 열쇠말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로우라인’은 첨단장비를 이용해 태양광을 지하 20피트(6.1m) 깊이로 끌어들여 70종 이상, 3000가지가 넘는 식물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중 거버넌스와 관련해 ‘로우라인’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 Starter)를 통해 나사(NASA) 인공위성 엔지니어 출신 제임스 램지(James Ramsey)와 후원자 3300명이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현재는 제임스 램지가 주도하는 팀에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특히 초기 구상단계에서 청년들과 지역 고등학생들을 참여시키고 민간 거버넌스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현장시찰에는 로우라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팀 로우라인(Team Lowline)의 대표인 제임스 램지와 디자인을 책임지는 파트너겸 디자인디렉터 박기범씨가 동행해 공원 조성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시는 로우라인 같은 외국의 창의적 도시재생 사례를 서울의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도심 내 유휴 인프라 시설 활용방안 등에 대한 연구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 거버넌스를 통한 도심 내 유휴시설 재생사업 사례를 모아 ‘2016 서울건축문화제’,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목할 만한 도시건축 행사에 관련 계획안 등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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