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신문 뚜벅이 프로젝트가 태안 신두리 사구를 다녀 온 적이 있다. 2013년 10월의 신두리 해안사구는 태안군청에서 사구보전 명목으로 기존 식생을 제거하고 모래를 노출시킨 뒤 방문자의 편의를 위해서 데크 공사를 하고 있었다.

원래 사구는 모래와 식생이 어우러져서 침식이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것인데 식생을 없애니 모래가 사막에서처럼 바람에 의해서 이동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데크는 벌써 모래에 잠기고 있었다. 살던 식물을 제거한 목적이 모래를 잘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으로 식생을 제거하게 만들었고 관람동선을 편하게 하려고 설치한 데크가 모래에 파묻히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전체면적의 25%에 달하는 면적을 기계장비로 만들었다.

3년이 지난 지금의 신두리 사구는 사구보호를 위한 말뚝과 그물이 모래에 거의 덮이고 식생이 제거된 자리에도 새로운 식생의 진입과 멸종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도마뱀의 일종)이 출현하는 등의 자연회복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자연은 자그마한 여건만 되면 그 복원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태안 고남면 바람아래 할미섬 해변 콘크리트 옹벽 273m를 철거하고, 친환경 복원 시설인 모래포집기(505m)를 설치했더니 3년이 지난 지금 모래가 15cm 이상 쌓이고 육상식물이 주로 보였던 지역에 염생식물의 서식 면적이 확장되고 표범장지뱀의 개체군도 복원사업 추진 이전인 2008년 당시 650마리에서 2016년 787마리로 최대 130마리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본보 412호 2면 참조)

바람아래 할미섬 해변은 1990년대 후반까지 바다모래 채취의 영향으로 지형변화가 심했던 곳으로 위험이 노출되자 1998년 태안군은 이곳에 길이 273m, 높이 2.5m의 콘크리트 옹벽을 설치하는 사방사업을 했다. 그러나 해안사구에 설치된 콘크리트 옹벽이나 석축은 경관을 망칠 뿐 아니라 사구 침식을 가속시켜 모래에 의지해 살던 생물들을 사라지게 하고 바다 속 생물들의 먹이사슬까지 줄줄이 파괴시키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편익을 위하여 증설된 해안옹벽은 태안군에만 10개소 20km나 된다.

태안군 안면도의 한 해안마을에서 주민과 관청간에 충돌이 있던 적이 있다. 태안군이 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해서 4km에 이르는 모래언덕에 도로를 개설하겠다고 하자 주민들은 모래언덕 훼손이 자연의 이상현상을 일으켜 해변을 황폐화하는 물론 농업과 어업까지도 마비시킬 것이라며 반대를 했지만 당시에는 행정의 추진력이 컸다. 거주민 위주의 정책이 실종된 사건이었다.

조경생태를 전공으로 하는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해안 사구는 단순한 모래언덕이 아니라 해안 전체적인 환경생태시스템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고 한다. 해안사구를 훼손하면 해안의 모래유실로 인한 해안 침식이 가속화된다는 것인데 태국의 파타야 해변과 부산 해운대 해변, 동해안 해변 침식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해운대해수욕장은 개장 전에 외부에서 모래를 반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해안에 옹벽을 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해안을 살리는 간단한 해결방법은 옹벽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옹벽만 없애면 자연이 스스로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합니다. 자연에 손대면 손댈수록 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어느 환경운동가의 주장과 “해안침식 방지를 위해 해안에 옹벽을 설치해야한다.”는 해안선 관리책임기관의 주장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안면도와 천리포 등의 해안 옹벽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상으로 답을 주고 있다.

해안선 관리에 대한 생태적 접근이 조경의 역할이라고 여기는 전문가의 의견에 동조하고 실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이것을 정책적으로 움직여야하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조경계에서는 이를 위한 준비도 필요하겠지만 환경생태 분야에 소모적인 업역 다툼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세월만 보내면 이 일은 해안옹벽을 설치했던 분야의 업역이 될 수도 있다. 표범장지뱀이 원래의 보금자리를 찾아달라고 희망의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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