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지속되는 폭염에 지친 우리나라 국민의 불쾌지수를 잠시나마 식혀주던 2016 리우올림픽이 끝났다.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당초 목표보다는 못 미쳤지만 선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파이팅과 메달지상주의를 넘어서는 신세대 선수들에게서 잔잔한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처음으로 런던올림픽에 참가해서 동메달 2개를 차지했으며,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로 세계 3위를 차지했을 때에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로 초라한 모습의 스포츠 후진국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나라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선수가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여 온 국민의 영웅이 되었다. 그로부터 12년 뒤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로 세계 4위가 되었으니 세계에 유례없는 초 스피드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이번 2016 리우올림픽이 지카바이러스와 치안, 시설미비 등의 우려 속에서도 큰 사고 없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의 첫 금메달인 양궁부터 마지막 금메달인 골프 경기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단면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다가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 리우올림픽의 저비용 고효율과 환경보호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겠다. 리우올림픽 개폐회식이 2012 런던올림픽의 12분의 1,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20분의 1의 비용으로 치룬 행사를 보고 어느 누구도 초라하고 실망스런 행사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브라질 특유의 색깔과 자연, 역사를 표현한 퍼포먼스는 한 편의 서사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진국은 자기들의 부를 과시하려 하지만 가난한 나라인 브라질은 영혼과 지구촌의 가치를 담아내 세계인을 감동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지금 빚더미에 올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앞선 올림픽 개최지의 올림픽 저주를 거울삼아 돈만 쓰고 폼만 재는 대회가 아니라 평화와 환경, 역사와 한류를 잘 표현하는 실속 있는 대회가 돼야 하겠다.

둘째,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더 이상 성적만능주의, 메달지상주의에 연연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니라도 숭부에 대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하고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스포츠가 균형을 이루는 체육행정이 필요해 보인다. 대표 선발 과정에서 잡음을 보이고 불공정한 판정으로 스포츠정신을 왜곡하고 협회 재정을 내 돈 쓰듯이 집행하는 풍토 속에서 건강한 스포츠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리우올림픽 참가선수의 직업이 농부, 모델, 의사, 애널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 경찰 등으로 다양한 직업군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소속은 학교이거나 소속 후원회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못 따더라도 은퇴 후에 생활인으로서 활동이 가능한 스포츠 정책이 필요하다. 은퇴한 체육인들이 생활에 곤란을 받는 나라는 스포츠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

셋째, 리우올림픽 마지막 금메달을 대한민국에 안긴 골프에 대한 인식과 과세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IMF 시절 모두가 실의에 빠졌을 때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으로 이어진 US여자오픈골프대회 우승이 온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었고, 이번 리우올림픽의 116년 만에 열린 여자골프 종목의 박인비 선수 금메달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의 감동과 찬사를 받았다. 골든 그랜드슬램이란 격찬을 받은 박인비 선수의 모국에서 골프가 사치성 스포츠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좀 아이러니하다. 이제 카지노 입장과 똑같은 골프장 입장의 개별소비세 부과는 구시대의 유물로 남겨두면 좋겠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양궁이 대한민국의 금메달 효자종목이 된지 오래됐지만 대한민국 양궁제품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골프용품과 의류산업 등 골프관련 세계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큰 것을 감안하고, 골프관련 산업의 세계진출을 위해서 골프에게 사치스포츠라는 멍에는 벗겨줘도 좋을 듯하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키워드
#김부식 #문화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