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7도, 지난 24일 경기도 고양시의 낮기온은 20여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목청껏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예초기도 지쳐 풀밭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

이날 고양생태공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던 푸르미회(http://cafe.daum.net/hggarden) 회원들도 한낮 폭염을 피해 정자에서 삼삼오오 모여 쉬고 있다. 김영재 회장을 만나 푸르미회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날마다 폭염이다. 봉사활동하기에 힘들지 않은가?

회원들은 고양생태공원이 휴관하는 매주 월요일 이곳에 나와 정원을 다듬는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무더운 날 하려니까 쉽지가 않다. 회원들이 아프고 해서 이번 주도 학교숲 가꾸기 봉사활동도 일주일 연기했다. 봉사도 좋지만 고령자와 여성들이 많아 무더위가 조금 걱정이 된다. 능곡과 백양, 명현학교 등 경기도 고양시 관내 3개 학교숲 가꾸기 봉사활동을 한다. 저기 문산 쪽에 마정과 금와초등학교를 합치면 모두 다섯 곳이다. 올해 한 학교에 10번씩 50번을 가야 한다. 절반가량 했다. 나머지는 하반기에 한다. 푸르미회는 또 일산 호수공원 텃밭정원도 재능기부로 전담하고 있다. 전체 300여 평 가운데 내부 180평 정도가 정리돼 있다고 한다.

일산 호수공원 텃밭 가꾸기는 어떤가?

날이 더우니까 수시로 물을 주고 풀을 뽑고 있다. 호수공원 텃밭정원은 보는 사람들도 많고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루체험교육이라고 그날 봉사하는 동안 관람객들이 오면 같이 수업을 한다. 거기가 꽃밭도 아니고 채소밭이 같이 어울려 있다. 봄에는 쌈채소와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를 기본으로 심었다. 지금은 수수, 조, 메밀, 콩 종류, 깨 등 전체적으로 50가지가 넘는다. 계절마다 바뀐다. 오는 가을엔 고구마도 캐고 수수도 따고 꽃씨도 받을 거다. 요즘 텃밭정원이 한창 유행이지만 거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했다

요즘 텃밭정원이 대세다. 아쉬운 점이 있나?

그건 좀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사실 많다. 텃밭정원 가꾸기가 행사처럼 진행되고 처음에 반짝했다가 뒤에 관리가 안 되곤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좋은 체험이라고 해서 하는데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난 농사를 안 지을래’는한다. 힘이 들고 체계적으로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또 1년 단위로 하다 보니 올해 심어 내년에 볼 수 있는 게 많은데, 연속성도 떨어진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안 쓰고 못 쓰게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게 좋긴 한데 적당히 결과물이 보여줄 만하고 소확하는 목적이 달성돼야 한다고 본다. 행사처럼 연출되고, 정말 텃밭에 대한 의미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푸르미회는 어떤 모임인가? 자랑을 해 달라

푸르미회가 2008년 봄에 창립됐다. 이제 10년 가까이 됐다. 육체노동이 따르고 알게 모르게 재원도 필요하다. 회원 관리가 상당히 힘든데 등록 회원이 1200명 가량 된다. 이 가운데 200여 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활동을 10년 넘게 해왔다는 것이 우리 푸르미회의 저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용히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자’를 모토로 하고 있다. 전문가가 되지 말자다. 전문가가 되면 활동하기 어려워지는 점도 있다. 아마추어와 전문가 사이에서 정원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 푸르미회원들은 전문가와 아마추어 사이의 몫, 아마추어 사이의 몫을 해야 한다. 4년 전 비영리 민간단체로 경기도에 등록해 봉사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올 수 있다. 꽃을 좋아하고 봉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다. 특별히 행사를 크게 벌이지 않아도 알아주는 분들이 많다. 꽃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다. 봉사의 의지가 있으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다.

일본과 꽃을 주제로 민간 외교관 임무도 하고 있다

일본 민간단체와 5년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꽃은 매개체고 꽃문화를 이야기 한다. 꽃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나 이야기를 한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한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저절로 생각이 난다. 거기 단체는 15년 된 단체다. 처음엔 앞으로 5년만 해보자고 하고 시작했다.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올해 5년차가 됐다. 재원이 많이 든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 100원이 있으면 100원 어치 하고, 1000원 있으면 1000원 만큼만 하고 만남이 즐거운 거다. 기념품도 5000원 미만으로 하고 있다. 작은 모임에서 물질적인 것보다 마음을 통해서 꽃에 대한 이야기가 90%다. 인간적인 얘기다 더 많다. 꽃은 매개체, 정원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퇴직 이후 정원 봉사활동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이쪽 분야에도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조경가든대학에도 2대1 3대1 경쟁으로 들어온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지원해 주는 곳도 맣다. 이걸로 돈을 벌 수는 없다. 조경업자들이 따로 있다. 돈을 벌어서는 안 되는 게 조경업자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꽃에 대한 그림과 이야기, 꽃에 대한 노래 이런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마을에 센터가 있으면 좋겠다. 정원 관련 산업이 어렵다. 봉사를 해서 영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경쟁을 하지는 말아야겠다. 자기 업을 뺏는 정원 풀 뽑는 사람들만으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대우는 아니라 해도 남이 보면 풀 뽑는 사람을 봉사하는 사람들과 같이 아껴주고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여전히 그래도 꽃에 대해 너무 욕심을 내지 말자. 정원도 큰 거 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친구로 만들자. 요즘은 식물이 3이나 4고 나머지 7이나 6이 인테리어 식물이 주가 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최근 조사를 보면, 시민정원사 수요가 많다고 들었다. 봉사활동하면서 아쉬운 것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봉사를 나가 보면 정원 봉사를 공공근로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직 교사들도 있고 학원에 나가서 교육하는 분들도 있는데 말이다. 막상 현장에 가서 보면 청소나 하고 가라고 투로 하면 안 가게 된다. 주인이 앞서서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더운 날 주인은 집 안에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기분이 안 좋은 거다. 우리가 전문가처럼 하지는 못한다. 주인이 같이 동참하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근로봉사 왔으니까 돈 받고 하겠지 하기도 한다. 회원들이 기분이 안 좋은 거다. 어떤 분들은 ‘그럼 하고 가세요’하며 내다 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가면 ’화장실만 쓸 게요’ 한다. 대우를 바라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수준이 아직은 높지 않다.

푸르미회가 발전하는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내가 여기서 뭘 배워서 누구를 가르친다고 하는 것 보다 사람들이 꽃을 보면 꺾는 모습이 아니라 교육을 많이 하고 큰 공원을 맡아서 관리하는 모습이 아니라 반려견, 반려정원, 친구 같은 정원을 다 갖게 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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