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조경신문 406호의 칼럼 ‘건축폭력의 상징 송파 파크하비오’를 읽은 독자들의 한결같은 마음과 분노를 접하고 생각을 더하게 되었다. 다시 현장을 방문하고 관청에도 들러서 상황파악을 했다. 현장은 건축 마감공사가 한창이라 바쁜 형국이고 숲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나무도 지금의 삼복더위에 허덕이고 있는데 조경공사는 개의치 않고 강행하는 모습이었다. 걱정스런 마음에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조경팀에게 확인 했더니 이 현장의 조경공사는 시행사가 별도로 발주한 것이라고 한다. 상투적인 이익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느껴졌다.

음악의 3요소에 리듬, 멜로디, 하모니가 있고 연극의 3요소에 희곡, 배우, 관객이 있는 것처럼 건축에도 3요소가 있다.

BC 25년경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십서(The Ten Books on Archtecture)에서 건축에는 편리함(Commodity), 튼튼함(Firmness), 기쁨(Beauty)이 있어야한다고 했고 이것을 현대에 들어와 이탈리아의 건축가 피에르 네르비가 ‘기능·구조·미’를 건축의 3요소로 정리를 했다. 이는 필자가 학부시절에 건축 강의를 처음 접하면서 마주했던 말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송파 파크하비오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은 다음과 같았다.

“저도 거기를 지나다가 깜놀 했답니다. 어떻게 승인이 되었는지 아직도 이런 단지설계가 있나 하면서요. 도대체 이런 게 가능하도록 하는 우리의 수준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이름엔 ‘파크’까지 쓰고 있네요”

“이것이 서울의 모습입니다. 승인이 나기 전에 건축심의를 하였을 텐데 그때 우리나라 유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했겠죠? 도대체 그 사람들이 누군가 밝혀야 하지 않을까요? 유명한 건축가들이겠죠?”

“저도 똑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도대체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난 요즈음 그 옆을 지나면서 동행한 사람들에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느냐고 건물주, 건축회사는 물론이고 허가해준 관청의 안목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백색 감옥을 보도록 강요하고 있는지 관련자들은 모르고 있을까요? 난 송파구에 살면서 이 건물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 외에도 많은 내용이 있지만 비슷한 내용들이다.

수년전에 서울시에 ‘디자인서울총괄본부’가 있었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이를 성정동력으로 삼아 경제 또한 살린다...”는 취지로 서울을 건축·주택분야의 외관 등 도시경관, 공공시설물 디자인, 한강변 개선 등의 작업을 통하여 그동안 양적 성장에 머물렀던 서울의 도시공간을 보다 쾌적하고 매력적으로 탈바꿈시켜 누구나 한번쯤 방문하고 싶은 관광도시, 세계 선진도시들이 벤치마킹하고 싶은 곳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그때 가장 잘못된 서울 도시경관으로 성북구 동소문동 북악스카이웨이 스카이라인을 성냥갑 같은 아파트 병풍으로 가려버린 곳을 지적했는데 20년이나 지나서 똑같은 괴물이 서울에 들어섰다. 외국인이 볼까 창피하고 우리 아이들이 보고 어두운 마음이 들까 두렵다.

음악의 3요소에서 하나라도 균형이 깨진다면 음악이라고 할 수 없다. 연극에서 아무리 희곡과 배우가 좋아도 관객이 없으면 연극이 될 수가 없다. 그런데 송파 파크하비오 건축에는 구조와 기능은 충족했는지 몰라도 미(美)는 사라졌다. 건축이라고 말해주기가 싫다.

비트루비우스가 얘기한 3가지 중 기쁨(Beauty)이 없는 도시는 황량한 회색도시일 뿐이다. 송파 파크하비오를 보고 ‘방호벽’ 같다는 어느 공직자의 말이 자꾸 가슴에 박힌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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