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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위기에 선 식물원, 무엇을 할 것인가
고운식물원 지수진 가드너
[0호] 2016년 07월 18일 (월) 14:49:46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월간가드닝=2016년 8월호] 11만 평 부지에 33개 소원, 총 8000여 종의 식물원을 총괄 관리하는 고운식물원 팀장이자 이사를 겸임하는 지수진 가드너를 만났다. 푸른 수국이 만개한 7월의 식물원에서 얼마나 바빴는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햇볕에 그을린 외모로 서둘러 달려왔다. 10년 이상 몸담고 있는 식물원에 대한 애정만큼 어딘가 안타까움이 그의 표정에 담겨있었다.〈사진 박흥배 기자〉

   
▲ 약 2000평에 14년 동안 조성된 수국원. 청양의 지형적 특징으로 7월이지만 여전히 화려함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라 식물원의 미기후 영향으로 겨울철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도 수국이 월동된다.*수국을 오래 보는 법 : 꽃이 지면 꽃대를 자른다. 그러면 새 가지가 나와 꽃을 두배로 늘릴 수 있다.

충남 청양구에 자리한 고운식물원에서는 식물원을 분원별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10일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뀐다. 해발 220m~340m,  복주머니처럼 생긴 지형 탓에 미기후가 형성돼 남부지방에 살 수 있는 종도 잘 자란다는 고운식물원에서는 청양에서 자생할 수 없다고 하는 부채붓꽃 등 뜻밖의 식물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지만 남천 같은 식물도 식물원 내 몇 군데에서 월동한다. 그리고 산성토양에서 아무리 잘 자라는 식물도 지속적으로 토양개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마다 8만 평의 농장에서 키운 식물을 가져와 심는데, 그 때마다 일 년에 15톤 차량 6~8대에 실어와 객토한다. 이 모든 것이 가드너의 몫이다. 
 

가드너는 식물원의 안내자
현재 고운식물원의 식물팀에서 일하는 지수진 가드너는 체육교육을 전공한 이후 식물을 좋아하다 방향 전환했다. 400~500개의 분화를 취미로 키우다 우리꽃종묘사를 거쳐 우리꽃연구소에서 3년 간 근무했고, 뷰 식물원에서 골프장 조경 등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11년 전 지금의 고운식물원으로 옮겼다. 
고운식물원은 조밀한 식재가 특징인데 이는 조경업을 했던 이주호 회장의 마인드와 연결돼 있다. “식물원 디자인이 다른 곳과 다르다. 분원이 있기는 하지만 식물원을 하나의 그림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과별로 나눠 심기보다 전체 부지인 20만 평을 머릿속에 두고 한꺼번에 밑그림을 그렸다. 물론 병해충 대비를 하고 높이에 따라 식생이 방해되지 않도록 조정, 전지, 꽃 피는 시기 조정하거나 절화하는 행위는 다른 곳과 비슷하다. 그러나 만약 어떤 개별식물을 찾고 있다면, 토양에 따라 여기저기 심었기 때문에 관람객이 모든 산을 돌아다녀야 한다. 고운식물원에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8600여 개의 식물종이 있는데 사실 모두 찾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식물원을 돌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필요하다면 가드너가 전지하다가도 관람객을 안내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며, 그것이 가드너의 기본태도라고 힘주어 말한다.
식물원에서 일하는 가드너들의 1년은 바쁜 하루의 연속이다. 남들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나고 늦게까지 일한다. 식물을 세심히 관찰하고 돌보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식물원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임팩트 있는 경관을 보여주려고 한다. 3일 동안 피는 꽃이 있다면 눈에 띄는 곳에 식물을 심거나 배치하고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하게 하고 싶다”는 그의 속내에는 사실 깊은 시름이 들어앉아 있다.

   
▲ 다목적 문화홀에서는 햇빛에 약하다는 임파첸스가 분화로 전시돼 있다.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식물원
최근 그의 고민은 고운식물원에 찾아온 경제적 위기다. 여느 식물원처럼 고운식물원도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식물원에 새로 들어와 심긴 식물을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손실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식물이 원래 살던 조건을 찾아주면 된다”는 그의 말에서 경제적 수익과 적자 극복을 위한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한 번 식물원을 방문한 사람이 계속 찾을 수 있도록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고 있다. “식물의 가치를 알리는 식물원의 사회적 임무는 물론 중요하다. 생명의 가치는 절대로 규정지을 수 없다. 식물가치는 인간의 경제논리에 따라 매겨지는 것뿐이다. 그걸 인정하다면 고가이더라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희귀한 식물을 심어 식물원을 찾아오게 하고 싶다”며 식물원 수익과 직결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단지 수익을 고려하는 것에만 고정되지 않는다.
“도시에서 사람들은 식물을 집 안에 적극적으로 들이지 않는다. 베란다 화분에 배양토나 물에 심어 키우는 정도다. 숲에 가면 오랫동안 땅 속에 켜켜이 쌓여 부숙된 자연물 특유의 냄새가 있다. 도시인들에게 아직은 낯선 냄새다. 가드너는 이러한 도시인들이 보다 쉽게 식물과 친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며 식물과 인간의 가교인 가드너 본연의 임무와도 맞물려 있음을 역설했다.

   
▲ 수련원

학교로 확장된 식물교육프로젝트 ‘쌈지정원’, 건강한 정원문화 위한 발판
현재 고운식물원에서는 학교에 정원을 조성하는 교육사업을 진행 중이다. 초등학교에 100여 종의 우리 자생식물을 심어 조성한 ‘쌈지정원’에 가드너가 파견돼 교육하고 있다.
지수진 가드너는 “학생들에게 우리 식물 100가지만 알려도 좋다. 씨앗, 떡잎, 꽃, 열매 등 식물이 커 가는 모든 과정을 설명하고 교육하는 과정 등이 포함돼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식물원의 향후 다양한 활동반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정원문화에 대한 이해는 중국과 견주면 10년 이상 차이난다. 중국 어디에 가도 도심 안에 식물이 많다. 식물원 입장료가 물가 대비 비싸지만 누구도 이견이 없다”며  “식물원에서 입장료를 받는 이유도 지속적으로 신품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선나무, 미스김라일락, 흑산도 비비추 등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식물도 많다”며 다시 한 번 국내 식물원 현실에 대해 씁쓸해했다.
그는 가드너로서 아직은 덜 성숙한 관람문화에 대해서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운식물원은 이름대로 ‘예쁜 식물’이 많다. 얼마 전 사람들 앞에 선보이는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난, 해오라비난이 없어졌다”며 “식물원 어디엔가 희귀식물을 알고 있지만 공개하기 꺼린다”고 말한다.

   
▲ 광릉요강꽃

광릉요강꽃 같은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자료 공유 예정
앞으로 고운식물원에서 다양한 식물자료도 책자로 공개할 예정이다. “기후나 토양 같은 자연환경을 토대로 총제적인 식물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지원금을 제안 받아 계획하려고 한다. 고운식물원이 보유한 자료도 공유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광릉요강꽃에 대해서, 땅 속에 있는 균과 공생해야 살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뿌리를 깨끗이 씻어서 마사토에 옮겨도 산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국 식물과 토양 말고도 다른 복합적 요인으로 해명될 것이다”며 개체수가 적은 식물이 자연에서 번식하기 힘들다면 인위적인 증식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비비추원

자생식물 보존을 위한 의무

   
▲ 지수진 가드너

그는 식물원에서 자생종과 외래종을 구분하는 법도 알려준다. “숲에서 하늘이 얼마만큼 보이느냐는 자생식물과 외래종식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나무둥치에 머리를 대고 하늘을 쳐다봤을 때 하늘이 잘 보이면 자생종이며 잘 보이지 않으면 외래종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정된 땅에 여러 식물군이 사는데 외래종은 낯선 환경에 뿌리내리기 위해 무성한 잎으로 해를 가려 다양한 식물종이 자라나는 것을 방해하는 것에 견줘 자생종은 하늘에서 비치는 해를 골고루 나눔으로써 다양한 생물종과 공생한다. 여기서 종다양성의 가치를 위해 자생식물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향후 식물원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냐고 묻자 “식물을 좋아해서 가드너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래서 사실 괴롭다. 좋아하는 일은 피해야 하나보다. 다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식물원에서 피기를 원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고운식물원 안에서 내가 만족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며, 이어 “식물원에서 거닐 때 숲이 아무리 우거져도 하늘이 보이는 식물원과 정원으로 설계되었으면 한다. 우리 식물원은 3000종 빼고 모두 외래종인데, 식물이 너무 빽빽하게 심겨있는 게 아쉽다. 하늘이 열린 식물원이었으면 좋겠다”고 자생식물 보존을 향한 작지만 숭고한 희망을 밝혔다.

 

지수진 가드너
동아대 체육교육과 수료. 2009년 '쉽게찾는 식물원' 집필과 편집 참여.
2008년~2014년 식물원 협회 기관지 ‘푸른누리’ 편집위원, 2012년~2015년 한국 식물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 한국 식물원협회 식물 동정위원으로 있으며, 식물원에서 고운 생태 체험학교 책임 강사이자 고운식물원 식물팀 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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