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3.23 목 10:00 편집  
> 뉴스 > 정원 | 월간가드닝 연재 | 충남
  가드닝/도시농업, 월간가드닝, 도시농업, 사람들,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군, 최창호
     
[사람들] 정원은 언제나 미완성
최창호 천리포수목원 기획교육연구부 부장
[0호] 2016년 06월 23일 (목) 17:23:50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월간가드닝=2016년 7월호] 충남 태안군에 자리한 천리포 수목원은 약 1만 56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아시아에서 처음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되었다. 서해바다와 맞닿아 있는 천리포수목원은 해양성기후 때문에 다양한 수목이 자라기에 알맞은 조건이다. 수목원 입구부터 6월 중순이 넘었지만 수국과 알리움, 가우라, 노루오줌, 휴케라 꽃이 여전히 아름다운 빛깔로 활짝 펴 있다.<사진 장현숙 기자>

천리포수목원에서 현재 기획 연구 교육 홍보 총괄 부서장 업무를 맡고 있는 최창호 기획교육연구부 부장은 지난해까지 수목원에서 식물만 다루는 정원사로 일했다.

천리포수목원의 직원은 교육생까지 모두 68명인데, 그 중 식물부 가드너는 10여 명 정도이다. 현재 온실관리 요령이나 그 밖의 가드닝 교육을 현장에서 코칭하며, 전 세계에서 온 식물에 대한 관리기술을 반복적으로 교육한다. 천리포수목원에서 가드너전문가양성과정에서 교육생 배출에 힘쓰고 있는 요즘, 그는 외국식물종이 대부분인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무엇보다 최적의 식물환경에 맞춰 식물을 관리하는 교육에 집중한다.

   
▲ 습한 토양에서 자생하는 노루오줌을 식재해 조성한 노루오줌원. 현재 천리포수목원에서 80여 종류가 자라고 있다. 특히 빛이 들면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 빛 방향이 좋은 시각에 식물을 관찰하면 좋다.

故 민병갈 원장이 멘토, '식물을 느껴라'

최창호 정원사는 우연치 않게 집 근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식물과 만나게 됐다. 수업방식에 대한 문화적 충격이 커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식물공부에 빠졌다.

“2학년 때 식물접목기술을 처음 배웠다. 다치기도 해서 다른 친구들은 기피했으나 너무 재밌었다. 대추, 사과, 밤나무 등을 접목해서 그걸로 아르바이트했다. 동네에서 입소문이 나서 이 집 저 집 나무를 주기도 했다. 홍순명 교장한테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졸업 후 연암대학에 진학, 방학 동안 천리포수목원에서 실습했고 그 인연으로 1993년 4월에 입사했다.

잔디를 깎을 때 풀냄새가 좋다는 그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식물을 외우려고 하지 마라’고 당부한다. “반복적으로 식물을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멀리 있는 식물을 보고 대략 형태부터 파악해 접근하고 그 다음 과명, 속명에 접근하라. 무엇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교육한다.

   
▲ 윈터가든. 억새, 풍년화, 애기동백 등 겨울과 이른 봄에도 푸른 잎을 지니고 있어 겨울철에도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식물에 대한 감성을 가르쳐 준 사람은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민병갈 원장이다. 비 오는 밤, 플래쉬를 들고 나무껍데기에 물이 흐르는 모습을 좋아 다녔다는 말을 듣고 식물과의 교감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의 감성에 영향을 준 배경에 영국유학경험도 빼 놓을 수 없다. 1998년 천리수수목원에서 열린 범세계적 학술친목단체 HSA 총회에서 만난 힐리어가든 설립자의 아들 존 힐리어를 만난 것을 계기로 유학을 결심했다. 영국 힐리어가든의 인턴과정에 입학한 그는 천리포수목원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인지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무엇보다 식물학습에 대한 의지의 발로였다.

“힐리어가든은 직원 3년차도 학생들과 함께 시험 본다. 서로 자극이 되는 셈이다”고 말하며 “새 책을 매주 2권씩 구입해 공부했고, 신간서적이 기숙사 안을 채웠을” 정도로 공부에 열심이었다. 해가 늦게 지는 영국에서는 주말마다 정원을 돌아다니는 것이 일과였다. 매그놀리아소사이어티 회원이었던 약사 출신의 할아버지 정원도 돌보고 위슬리가든을 비롯한 많은 정원을 함께 돌아다니며 자연과 정원에 대한 감수성을 길렀다. 인턴과정을 마친 후, 힐리어가든에서 직원 제의를 받았으나, 한국에 귀국해서 천리포수목원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 빛에 따라 식물을 관찰하는 습관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정원사에게도 중요하다. 식물원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식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즐길 수 있도록 추천해줄 수 있다.

빛으로 정원 즐기기

빛에 따라 변하는 풍광을 포착한 인상파 그림처럼, 빛에 투영된 정원 안의 피사체는 시시각각 다른 질감으로 모사된다. 최창호 정원사가 제안하는 정원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이러한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때마다 정원에 스미는 빛의 각도에 따라 같은 장소의 정원이라도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재현되는 아름다움을 수목원을 찾는 관람객이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그에게는 재미난 일이다.

   
▲ 습한 토양에서 자생하는 노루오줌을 식재해 조성한 노루오줌원. 현재 천리포수목원에서 80여 종류가 자라고 있다. 특히 빛이 들면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 빛 방향이 좋은 시각에 식물을 관찰하면 좋다.

“노루오줌원에 빛이 들면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다. 빛 방향이 좋은 시각에 식물을 관찰하면 된다. 그러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방문객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다” 라고 말하며, “천리포수목원 내 우드랜드는 원래 직선으로 길이 나 있었는데, 영국에서 돌아와 곡선으로 웨이브를 줬다. 아침에 뜨는 해의 방향에 따라 길의 풍경이 바뀐다”라고 덧붙였다. 정원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느끼고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정원사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천리포수목원을 산책하다 가끔 정원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간인 바다 쪽 해송림길을 거닌다는 그는 해송에 스민 빛이 근처 버드나무를 비추는 찰나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 최창호 천리포수목원 기획교육연구부 부장

식물이 자유로운 식물원,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의 매력은 자연스러운 풍광에서 나온다. 자연스러움을 살린 콘셉트로 조성한 것이다. “자연풍경식 정원이랄까. 정형화되기보다 자연 그대로 어울리는 식물경관”을 천리포수목원의 특징으로 꼽는 그는 고 민병갈 원장의 “사람만이 아닌 식물을 위한 수목원이어야 한다. 식물이 자유로워야 한다”의 말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노루오줌원도 정확한 구역이 없다. 구근식물을 심을 때도 줄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바닥을 정리한 후, 한 웅큼 구근을 뿌려 제멋대로 자라게 놔둔다. 그 다음 식물의 컬러를 생각한다”는 식재방법에 드러나듯 천리포수목원의 자연스러움은 여기에서 묻어나는 것이리라.

이러한 자연스러움은 토양과 햇빛 등 생장환경을 고려할 때 최상의 디자인이 된다.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윈터가든, 억새원, 무늬원, 노루오줌원 같은 정원이 이를 말해준다.

   
▲ 우드랜드. 직선으로 길이 있었는데 곡선으로 웨이브를 줬다. 아침에 뜨는 해에 비치는 모습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억새원에는 원래 허브가 심겨 있었으나 잘 자라지 못했다. 문제는 토양이었다. 그래서 어디서나 잘 자라는 억새를 심어 지금의 억새원을 만들었다. 습기가 많은 지금의 노루오줌원도 토양을 고려해 심었는데 잘 자란다”며 최대한 식물이 요구하는 환경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심는다.

“외국의 유명 식물원에 가보면 처음부터 의도된 디자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정원디자인은 다름 아닌 식물이 원하는 환경을 배려할 때 비로소 본연의 미가 발휘된다”는 그는 영락없는 정원사다. 디자인과 밑그림을 미리 구상하는 대신  정원의 주인인 식물을 우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후에야 정원의 밑그림이 완성될 수 있음을, 그리고 식물이 자유로울 때 가장 아름다운 정원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 천리포수목원 전경

정원은 언제나 미완성

고 민경갈 원장이 생전에 항상 입에 담았던 ‘수목은 영원한 미완성 ’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듯, 그에게도 정원은 절대로 완성품이 아니다. 언제나 진행 중인 공간이다.  “환경과 조건이 안 맞는 식물은 화단에서 뽑아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매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지식으로 식물을 빼기도 하고 넣기도 한다. 이것이 정원이 미완성인 이유다"라고 정원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취재진과 함께 산책하는 길에 화단에서 발견한 흰색우단동자를 보며 그는 “처음에는 잡초였지만 이제는 어엿한 정원수다”며, “풀을 모르면 가드닝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원수 외에 잡초라고 분류되는 풀을 뽑으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식물생육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만의 가치관이 반영된 식재방법으로 승화시켰다.

“가지 하나라도 자르는 것에 항상 조심스럽다. 그 가지로 인해 생기는 반그늘이 있을 것이다. 그럼 그 아래서 잘 자라고 있는 식물도 배려해줘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식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교감이 절실할수록 완성에 가까운 정원이 탄생할 수 있음을 생각해본다.

   
▲ 여름이면 수련으로 덮여 장관을 이루는 큰 연못

최창호 천리포수목원 기획교육연구부 부장

1993년 천리포수목원 입사한 후, 2000년~2001년 영국 The Sir Harold Hillier Garden & Arboretum에서 근무했다. 2005년 중앙대 석사학위 취득, 2007년 동대학원 박사학위 수료. 한국환경생태학회 회원이자 환경부 금강환경유역청 사구․습지 및 도서지방 식물 자문위원, 국립중앙수목원 조성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천리포수목원 기획교육연구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한국조경신문(http://www.latimes.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닉네임 비밀번호 이메일
제   목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꽃이나 잎사귀 등 무늬가 들어간 무늬식물이 조화롭게 식재된 무늬원은 7월이면 화려함을 뽐낸다. 기분이 우울할 때 거닐면 기분좋아지는 정원이다.
<부고> 손창섭 키그린(주) 대표 본
스마트 트리(Smart Tree),
조경수 생산과 식재공사 신기술 ‘컨테
[포토뉴스]서울시, 봉화산 ‘화약고’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조성, 민간 참
고유식물 ‘미선나무’ 식품으로 가능해
서울시, ‘세운상가 재생사업 국제설계
4차 산업혁명, 산림·가로수 관리 첨
4개 정당 국회의원들, 조경정책 관심
경관가치상 정립하고, 경관문화 확산나

기술과 자재

기대되는 자인의 ‘컨템퍼러리 더 아키라인 콜렉션’
생활환경시설물 디자인 그룹 (주)자인 (대표 박주현)이 14번째 스토리 ‘2017 컨템퍼러리 더 아키라인 콜렉션(The Contemporary Archi Line Cllection)’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이번에 ...
(주)한국조경신문|발행인 겸 편집인 정대헌|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 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920호
전화 02)488-2554|팩스 0505-696-3114|이메일webmaster@latimes.kr|개인정보관리책임자 전성용|청소년보호책임자 차요셉
정기간행물등록번호 서울아00877(2007.4.16)|사업자등록번호 402-81-63670|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2011-서울송파-0472호
Copyright Korea Landscape Architecture Newspaper Co.,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