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름난 정원들은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과시적이고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유럽 정원들이 연못과 분수, 순백색 조각상, 빽빽하게 들어선 숲과 끝이 보이지 않는 잔디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과시적이지 않으면서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는 정원을 갈급하다 ‘작가의 정원’에 착안했다. 일단 관심이 가면 눈에 들어오는 것도 다른 법일까? 에세이집 ‘정원 일의 즐거움’이나 산문시 ‘정원에서 보낸 시간’을 읽다가 헤세의 정원이 불현듯 떠올랐다.

또한 ‘댈러웨이 부인’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몽크스하우스 정원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탄생한 지베르니 정원을 비롯하여 몇몇 작가의 정원들이 그들의 글과 함께 그렇게 지은이의 눈에 밟혔다.

이 책은 철저하게 ‘작가의 정원’이란 관점에서 기획되고 씌어졌다. 지은이는 수년간 작가의 정원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작품을 구상하던 환경 및 사적인 일상의 공간으로서 그들의 정원을 만났다.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적어보기도 하고 때로는 설명도 하면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문학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지은이가 작가의 내면에 한 걸음 다가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작가의 마음을 읽도록 도와준 ‘정원’이 매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누구나 경탄할 만한 과시적이고 화려하게 표현된 정원이 아니라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뿜게 해줄 때까지 들어간 노력과 정성과 시간 그리고 또 그 이상으로 거기에 쏟은 작가의 내면 세계도 들어가 있는 정원이다. 이런 정원을 지은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 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울프 부부의 내밀한 심경을 그들의 작품과 삶의 공간으로서의 정원을 매개로 재구성하기도 하고, 신체적인 고통을 육체적인 노동 즉 정원일의 고단함으로 극복하려 한 헤세의 일상의 모습을 독특한 시선으로 묘파해내기도 한다.

또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서 ‘수련’ 연작과 정원 간의 미묘한 관계를 천착하기도 하는 등 책장 곳곳에 긴 호흡으로 곰삭여볼 만한 단상들이 나오는데,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잠시나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고, 한 문장 한 문장 곱씹게 하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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