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이 정원애호가

작년 초 지금 집에 이사와 1년이 넘도록 정원을 방치하다 올 봄이 되어서야 기본 틀을 갖추는 조경공사를 마치고 한달 넘게 직접 식물들을 옮겨 심느라 요즘 허리 펼 시간이 부족하다. 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의뢰하면 금방 태가 나고 정돈된 느낌의 정원이 만들어지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계획하고 디자인한 나만의 쓰임새가 있는 정원을 직접 꾸미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리라. 언젠가 완성될 정원을 머릿속에 그리며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설레고 즐거운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고양국제꽃박람회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뚜벅이투어’에 참가하면서 방문한 남해의 섬이정원은 개인이 1만4000㎡ 규모의 다랭이논을 7년을 계획하고 가꾸어 놀라울 정도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신시킨 곳이었다. 난 그저 손바닥만한 마당 하나도 1년이 넘도록 제대로 가꾸지 못하고 있는데 섬이정원의 차명호 대표의 열정과 감각이 너무나 대단해보였다.

또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원예예술촌을 방문하여 홍경숙 회장님과 질의응답시간도 가지면서 5만 평의 부지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끊임없는 노력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금의 모습만이 아닌 몇 년 후를 내다보고 계획하되, 끝없는 관심과 열정을 요구하는 것이 정원을 가꾸는 일임을 새삼 실감했다.

‘뚜벅이 투어’에 참여한 일행들의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처럼 정원문화에 대한 견해도 차이가 났지만, 난 거창한 수익성이니 지역경제니 하는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다.

그저 우리 집 작은 정원을 소박하게 누리고 싶은 평범한 시민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정원문화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에 그 정원의 한 조각을 가지고 갈 수 있게 해주는 배려가 더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마음에 들었던 정원에 심겨 있던 그 꽃을 내 정원에서도 길러보고 싶은 것이 일반인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은데, 투어 내내 어느 곳에서도 해당 정원에 식재된 식물의 모종이나 씨앗을 판매하는 곳은 없었다.

매년 방문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도 외부의 화원에서 식물을 팔긴 하지만, 전시장 안에서 보았던 꽃이 아닌 일반화원의 흔한 식물들이 대부분이기에 아쉬움이 늘 남곤 했었다. 감탄하며 바라보던 그 꽃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고 올 수 있다면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

단순히 유원지처럼 구경이나 하고 돌아갈 때 기념품이나 사가는 것이 아닌, 원예나 식물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정원 가꾸기의 매력을 느껴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 구실을 해준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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