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학문과 사업이 함께 공존해야 유지되는 전문 분야다. 사업이 없는 조경학은 존재가치가 없고 학문의 뒷받침이 없는 비즈니스는 단명에 그친다. 그만큼 조경분야는 우리 생활과 관련이 깊고 공공성도 있어야 한다.

엊그제 필자는 경남 진주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LH 조경인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러 갔다. 진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강의 안을 예습하며 생각을 가다듬을 때 카톡이 울렸다. 그 내용은 ‘한반도 통일 북한녹화 심포지엄’에 초대였다. (사)한국조경학회가 주최를 하고 한국조경학회 호남지회와 목포대 연안환경연구소, 광주매일신문사가 공동주관하는 행사로 주제 자체가 꽤나 의미 있고 무거운 주제라서 관심과 비중이 큰 세미나로 보였다. 그런데 당일에 심포지엄 4시간을 남겨놓고 목포대학교로의 초대는 오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다.

지난 2월 24일에도 ‘한반도 통일대비 북한녹화방안 모색 세미나’가 서울 도곡동에서 열렸는데 필자에게 이틀 전에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참석을 했던 적이 있다. 이 역시 한국조경학회 주최 행사였다. 즉흥적인 세미나에 흥행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2월 행사에 발표자 포함해서 3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이번 목포대 심포지엄은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문득 조경분야 대표단체인 한국조경학회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6월 1일자로 공고된 ‘2016년 제8회 대한민국 조경대상 시행 공고’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월별 회의일정과 연중행사를 들어가 봤더니 월별 회의 일정도 없고 연중행사 칸에는 ‘일정이 없습니다’라는 글씨가 1월부터 12월까지 동일하게 적혀 있었다. 계획이 없는 한국조경학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더구나 필자가 알기로는 십 수 년 동안 매월 개최됐던 조경학회 회장단 회의가 지난 5월에는 참석자가 없어서 열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조경학회 회장단의 무성의와 무책임함을 거론 안 할 수 없다.

근래에 (사)한국조경학회 업무에 불만이 많은 조경인들이 부쩍 늘었다. 제22대 조경학회가 1년 반이 지나도록 새롭고 활기찬 활동은 별로 없고 기존에 존재하던 행사도 빛을 잃고 있다는 비난 아닌 비난도 접수 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조경학회가 2016년 하반기에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한 것이 ‘조경문화제’ 개최하는 일이다. 필자는 본보 367호(2015년 10월 8일)에서 ‘실종된 조경문화제를 찾습니다’라는 칼럼을 냈다. 수년 동안 이어져온 ‘대한민국 조경문화제’가 별다른 이유 없이 걸러진 것이 너무 아쉬웠다는 지적이었다. 2016년에는 다시 이어보자는 취지였고 재촉을 했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도 계획도 안 보인다.

2016년 3월 25일에 개최된 한국조경학회 이사회 및 정기총회에서 발표된 사업계획을 찾았다. 앞으로 남은 사업은 한중일 심포지엄, 아·태지역 환경조경포럼,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한민국 조경대상 및 각종 지회와 연구회를 하게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다. 각각의 행사를 살펴보면 모두가 의미 있고 훌륭한 행사다. 이것을 잘 모아서 조경축제로 만들면 커다란 보물이 될 것이므로 이것을 해보자는 얘기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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