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원은 무엇일까? 고유한 문화 속 소재들을 이용하는 게 한국의 정원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말하지 않아도 구성된 정원만으로 느낄 수 있는 풍경을 담아내는 게 한국의 정원일까?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한국의 정원은 고유의 색(色)이나 향(香)이 없었던 것인지…. 우리 겨레는 바람과 꽃, 그리고 시(詩)를 즐겼다. 거기에 풍류를 즐기며 누구보다 자연을 가슴에 품을 줄 알았다. 이러한 우리 겨레 고유의 그림들을 정원에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2016 코리아가든쇼 작품들 속에 담겨져 있는 한국의 미(美)는 무엇이었는지 소재에서 찾아보았다.

 

그윽한 풍경(風磬)소리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가다보면 처마 밑 풍경(風磬)을 만난다. 바람은 풍경을 흔들고, 청량하고 맑은 풍경의 소리는 잡념에 빠진 이의 정신을 깨운다. 바람의 인사로 들리는 풍경은 예부터 처마 밑 주인처럼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 때 즈음 바람의 인사를 소리로 들려주는 풍경. 듣는 이에 따라 애잔함과 평화로움이 교차한다고 한다. 하지만 풍경은 그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인데 사람은 간사하여 마음대로 판단할 뿐이다.

 

동양건축의 주요한 특징, 기와(瓦)

목조건물에 기와를 사용하여 지붕을 잇는 풍습은 고대 동양건축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과거 기와는 양반집 지붕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귀한 소재이기도 했다. 서민들은 기와를 사용하기 보다는 볏짚을 엮은 이엉을 이용했기에 양반집은 서민들과는 달리 계급과 권세의 상징으로 자리했었다.

계급사회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현대문명과 과거문명의 과도기에 접어들어 기와는 일반적인 집 구성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해 지금의 50대 이상은 기와를 볼 때면 고향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추억이 되고 있다.

 

기와의 작은 소나무 ‘와송’

와송은 바위솔이라고도 부르는 한자 이름 그대로 기와에 나는 작은 소나무를 뜻한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의 담벼락이나 기와, 돌 위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 식물이다. 과거에는 기와나 담벼락이 많았기에 쉽게 볼 수 있었으나 점차 기와를 사용하지 않는 현대식 건축물로 인해 자연적으로 자란 와송을 보기는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와송은 5000년 역사를 함께 해 온 식물로 기와를 연상할 때 빠질 수 없는 카테고리로 자리하고 있다. 최대 30cm에 이르고 꽃은 흰색으로 9월께 핀다.

 

옛날 수동식 물펌프

지금은 깨끗한 수돗물을 언제나 사용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수동식 물펌프를 이용해 물을 사용했다. 마중물 한 바가지를 펌프에 붓고 지하에 있는 물을 압력을 이용해 끌어 올린다.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물은 한 여름 등목할 때 뿌리면 붉게 달아오른 몸을 순식간에 식힐 정도로 시원하고 상쾌하게 해 준다.

겨울에는 손잡이가 차갑고, 펌프가 얼어서 뜨거운 물을 붓고 몇 차례 펌프질을 해야만 했으나 그래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아직도 시골 어느 곳에선가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현재는 박물관이나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을 뿐 먼 나라 이야기처럼 잊히고 있는 생활소재이다.

 

실생활에 많이 이용된 대나무(竹)

대나무는 건축재와 가구재, 낚싯대, 식물 지지대, 바구니, 곰방대, 붓대 등 죽세공품에 많이 이용되었던 중요한 생활소재였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주로 정원이나 관상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공산품이 대량 생산되기 전까지는 여러 생활용품에 없어서는 안될 만큼 보편화되어 이용됐다.

어린 순은 나물로 요리되고 있을 만큼 요즘에는 힐링식품 재료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대나무 종류에는 오죽(烏竹)도 있는데 표피가 검정색이라 ‘까마귀 오’자를 써서 오죽이라 이름을 붙였다. 조선시대에 곧게 자라는 특징 때문에 지조 있는 선비를 상징하기도 했고, 절개와 정절을 상징하기도 해 서민보다는 양반들에게 친숙한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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