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가습기 살균제 참사 누구의 책임인가
[김부식 칼럼] 가습기 살균제 참사 누구의 책임인가
  • 김부식
  • 승인 201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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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폐질환으로 고통 받는 엄청난 사고가 세상에 알려진지가 5년이나 지났다. 2011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 이미 알려진 일이 이제야 다시 관심을 받게 되고 늦게나마 사건의 수사가 재개되었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피해자의 절규에 찬 얘기를 듣다가 함께 눈물을 흘리는 초유의 사태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1년 국내에서 판매 중인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임산부와 영유아의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로 숨진 유족들이 해당 제품을 생산한 업체를 고소 고발했지만 관심을 못 받고 묻혀져 있었다.
“내 아기를 위하여! 가습기엔 꼭 가습기 ㅇㅇㅇ를 넣자구요.”라는 문구는 1995년 모 가습기 살균제 지면 광고에 나온 것이다. 이 광고를 본 젊은 부부들이 아기의 건강을 생각해서 선택한 제품이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게 된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망자의 1/4이 영유아고 다음 사망자는 그 엄마들이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부터 흡입독성이 든 화학물질로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프리벤톨R80이라는 물질은 원래 독일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 세정제로 사용하던 것인데 안전성실험을 거쳐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과를 가지고 국내에서 가습기 세정제가 아닌 살균제로 사용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에 제조업체가 살균제 원료 물질을 프리벤톨R80에서 PHMG로 바꾸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제조사는 원료가 바뀌면 반드시 해야 하는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고 원료를 바꿔서 생산·판매한 것이다.

옥시를 비롯하여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업체들의 이러한 비도덕적, 안전불감증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만들었고 그로인한 환자들의 고통은 안타깝게도 앞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가 1천만 명이 넘는다니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국민 수백 명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제조 판매업체는 황사 등의 원인으로 피해자 책임으로 돌리고 있었고 보건당국과 검찰은 이제야 뒷북치는 조치와 수사를 한다고 한다.

2006년부터 폐가 점점 굳어져서 결국 사망하는 동일한 증상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음에도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대응은 미온적이었으며,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규명된 이후에도 제조업체와 정부의 대응은 어이없게도 가벼웠다. 143명이나 숨졌지만 지난 4년간 관련 업체들이 받은 처벌은 허위과장 광고 과징금 500만 원 뿐이었다.

가습기 살균제에는 국가가 안전을 인증한 마크가 있는데 국가기술표준원은 살균제 기능이 있는 것은 식약처 소관이라고 하고 있고, 식약처는 세정제로 신고된 것은 국가기술표준원 소관이라고 하며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이라는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이고, 가습기 살균제는 제조물이므로 산업통산자원부 소관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며 환경부 역시 같은 말이라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건강은 아무런 보호를 못 받고 표류하고 있다는 느낌밖에 안 든다.

오늘 일간지에 표현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총 239명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참사다. 다섯 살 나원이는 기관절개수술로 목에 구멍을 뚫어서 말을 할 때면 손으로 막아야 한다. 열세살 성준이는 산소 호흡기를 끌고 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심장병 예방을 위해 비아그라 처방을 받고 있다. 모두 아기 때 들여 마신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란다. 새 생명 탄생의 기쁨과 축하의 목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사그라진 생명들에게 어른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분노하고 절망하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인간이 만든 조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가습기 살균제로 선택하게 된 현실이 두렵기만 하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김부식
김부식 kbs3942@latimes.kr 김부식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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