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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만나다 - 섬이정원
남해...그 곳에 섬이 있다. 정원이 있다.
[0호] 2016년 04월 25일 (월) 12:50:43 지재호 기자 cjh@latimes.kr
   
 

[월간가드닝=2016년 5월호] 남해 유구마을에서 굽이굽이 남해 고동산길을 15분 정도 걷다보면 다랭이논을 따라 작고 아담하게 만들어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민간정원 3호로 지정된 섬이정원으로 약 1만4000㎡ 규모로 마치 고동산이 품에 안고 있는 듯하다.

두 번째 방문한 섬이정원은 이제 완연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다. 겨울에는 쓸쓸함이 묻어났던 노란색 하우스가 제대로 봄의 색깔을 띠고 있다. 정문을 지나 작은 돌다리는 정겹다. 아무도 몰랐고, 누구도 쉽게 찾아볼 수 없던 남해의 숨은 진주와 같은 섬이정원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색(色)과 향(香)에 취하다

지천을 흔드는 개구리들 울음소리,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섬이정원의 반려견이자 마스코트로 안착한 쌀과 밀 스피츠 두 마리.

섬이정원에 들어서면 어떻게 알았는지 스피츠 두 마리가 살며시 다가와 온 몸을 비틀며 반긴다.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수컷인 쌀과 암컷인 밀이다.

이들을 앞세우고 따라가다 보면 노란색 하우스 입구에 다다른다. 바로 차명호 대표가 기거하고 있는 곳이다. 통창으로 된 밖을 보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나무 데크가 보인다. 여기에서 차명호 대표는 밤이 되면 별들을 벗 삼고, 떨어지는 물소리와 개구리 소리, 꽃차를 마시며 가족을 떠올리고, 정원에 대한 구상을 한다.

   
 

“가족들하고 비록 떨어져 있지만 외롭다거나 하지는 않다. 2주일에 한 번 정도 서울에 다녀오는데 예전부터 혼자 여행하고 영화도 보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외롭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외로움이 뭐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가족과의 돈독한 신뢰와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도 남해에 내려와 있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대학생인 딸 예섬이가 내게 그러더라. ‘나도 아빠처럼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어’라고... 내 뜻을 가족들은 잘 알고 있고 긍정적으로 봐 주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하는 차명호 대표 말에는 정원이 가져다준 행복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 지 느끼게 해준다.

정원은 아직 전체적으로 완성된 느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차명호 대표는 정원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테마와 꽃들을 가꿔가려 하고 있다.

“확실히 5월과 6월이 꽃이 화려하고 예쁘다. 튤립도 피어나고 5월이면 라벤더도 피어나 풀 속에서 자라는 꽃들과 함께 화려함을 자랑할 것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다.”

섬이정원의 이름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대학생 딸 예섬이와 고3인 한섬이의 이름에서 따 왔다. 또 하나는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남해라는 섬. 그 섬이 정원이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기자기한 테마가 있는 정원

섬이정원은 아기자기한 테마가 있다. 부분 부분을 생각 없이 꾸민 것은 한 곳도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필름제작자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의 ‘하늘에서 본 지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 게 된 테마도 있고, 미로처럼 꾸며진 ‘숨바꼭질 정원’, 다랭이논의 굴곡진 형상 그대로를 이용해 홍가시나무로 표현한 ‘물고기 정원’, 튤립과 라벤더, 풀꽃으로 이어진 ‘봄의 정원’ 등 장고를 거쳐 태어난 곳들이다.

또한 곳곳에 배치된 벤치도 쉽게 판단해서 놓지 않았다. 길이에 따라 부족할 수도 있고, 과하게 보일 수도 있고, 또한 색상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생각을 넘을 수도 있어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게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인데 그것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곳곳을 지나다보면 크고 작은 옹달샘을 만날 수 있다.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다는 소금쟁이도 있고, 많은 올챙이들이 물 반을 차지한다. 개구리는 이제 이곳 다랭이논에 있는 녀석들이 다 모인 것처럼 토종개구리에서부터 무당개구리, 황금개구리까지 모여 있을 정도로 저녁만 되면 요란하게 울어댄다.

“연못에 있는 다리가 내가 생각하는 정원의 기본적인 구상의 시작이었다. 예전에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본 프랑스 화가 클로드 오스카 모네가 그린 ‘흰색 수련 연못’이라는 그림 속에서 다리를 본 적이 있다. 그 속의 연못과 다리는 내가 그리던 그 이상이었다. 꼭 재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파주에서의 연못은 너무나 작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이곳 남해에서 할 수 있었다.”

섬이정원의 기본적인 영감은 세계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나 사진에서 얻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전혀 낯설지 않고 쉽게 와 닿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영감은 또 다른 창조적 영감을 낳는 것 같다.

다랭이논에서 시작한 정원이지만 다랭이논 돌담은 하나의 배경이 되었고, 정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맥을 이루고 있었다.

“다랭이논을 보다가 이곳 주민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다랭이논 돌담이 굴곡이 나 있는 것인가요?’라고. 그랬더니 ‘담을 쌓다가 장애물이 생기면 그것을 피하다 보니...’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인정하고 그대로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돌담을 쌓는 게 매우 재미있다. 툭툭 올려놓는 것 같아도 신기할 정도로 잘 쌓이더라. 돌의 사이즈도 거의 비슷한데 그 양도 엄청나다”며 차명호 대표는 남해가 가져다 준 행복을 일일이 열거하고 설명하며 섬이정원에서의 만족감을 표현한다.

섬이정원=붉은색

   
 

섬이정원의 장점은 앞에는 멀리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산, 서 있는 그 자리에는 다랭이논의 정겨움이 발끝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 했던 다랭이 논의 변신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면서도 많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 준 결과물이다.

섬이정원의 전체적인 컬러는 붉은색이다. 차명호 대표가 한때 이름을 섬이정원이 아닌 붉은정원이라고 해 볼까도 생각해 봤을 정도다. 이유는 홍가시나무 때문이다. 4월에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홍가시나무는 5월과 6월에는 붉게 피어나 강렬한 색채가 주변을 압도한다.

여기에 위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미로처럼 꾸며 있으면서도 센스있게 배치된 벤치들도 눈에 띈다. 어느 것 하나 대충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사계절을 생각해서 나무를 심고 종자를 심는다. 피어나야 할 시기에 필요한 꽃이 피고, 하나가 지면 또 하나가 피어난다.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꽃은 시각을 즐겁게 하고, 새와 물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스타카토처럼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들은 어느 것 하나 거슬리는 게 없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남해에는 3자나무가 많다는 말이 있다. 바로 유자와 치자, 죽전비자가 그것이다. 섬이정원에도 3자나무 중 유자가 심어져 있다. 가을이 되면 감나무와 유자가 열리게 된다. 또 다른 식물들이 가을에 맞는 옷을 입게 되는 것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또 다시 해가 들 듯이 다랭이논의 섬이정원은 돌담만큼 다양한 변화가 주는 색감을 가지고 있다. 작고 아담함이 주는 정겨움과 따스함은 섬이정원만이 가져다 주는 행복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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