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임 삼성SDS 박사

처음 참가한 조경 뚜벅이 답사, 오랜만에 떠나는 조경답사여서 그런지 신청하고 출발하기까지 한주동안 기대감으로 좀더 활력이 넘치는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조경이라는 키워드로 한데 모인 참가자들의 개성 넘치는 자기소개가 끝나고 나니, 비로서 답사를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오늘 답사지는 두 개의 공원과 하나의 역사문화지이다. 국가가 계획하고 조성한 공공공원, 내포신도시 홍예공원, 개인이 평생 동안 가꾸어온 민간정원 베어트리파크 그리고 교황님도 방문한 순교성지 서산 해미읍성이 그 주인공들이다.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답사라는 것도 목적과 목표에 따라서 같은 곳에서도 참 다른 것을 보게 마련이다. 공공을 목적으로 이제 막 태어난 공원과 개인적인 용도로 50년이상 가꾸어온 공원을 한날 볼 수 있는 기회를 십분 활용해서, 오늘은 태생과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대비되는 두 개의 공원을 감상하는 것이 이번 답사의 감상포인트였다.

서산 해미읍성
첫 답사장소는 인근에 위치, 짧게 거쳐가는 해미읍성이였다. 프란체스코 교황방문지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기 이전에도 이미 우리나라 대표적인 순교성지로 나 역시 20년전에 도보성지순례로 왔었던 곳이다. 공연이 있는지 입구에서부터 장비를 셋팅하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누군가 커다란 북을 치는데, 처음에는 관람객 중 한명으로 생각되어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 연주가 제법 귀에 익숙한 수준으로 이어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역사경관에서 듣는 북소리여서 그런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상념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니, 순교목 아래에 십자가의 길이 보인다.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님의 형상이 우리 선조님처럼 묘사된 점, 수천명의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핍박을 당하고 순교한 바로 그곳에서 묵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사는 전통가옥들이 있어서 민속촌과는 또 다른 생생한 전통체험과 활력이 있었는데, 불법시설물로 철거되고 한두 채 정도만 남아 전시형태로 재현하고 있었다. 굳이 불법이 아니더라도 관광명소를 집 삼아서 살고자 하는 주민도 많지 않겠구나 싶으면서도, 20년도 더 전에 처음 보았던 전통가옥의 생활상이 이제 사라졌다는 점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아쉬운 마음을 먹거리 장터에서의 군것질로 날려버리고, 해미읍성에서의 짧은 답사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내포신도시로 이동하였다.

내포신도시 홍예공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이름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바야흐로 브랜딩의 시대에, 공원역시 예외는 아닐것이다. 지역통합에 대한 오랜 담론을 뒤로한다면 홍성의 홍, 예산의 예를 합쳐서 작명한 홍예공원은 행정경계를 공유하는 내포신도시의 부드러운 출발의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풍수지리를 고려한 마스터 플래닝이라는 설명에서 계획신도시의 심장부에 위치한 공원계획의 정성적인 접근이 반가웠고, 철새서식지를 고려한 설계, 수변부의 레이아웃, 전망대에서 보이는 쭉 뻗은 도로 등에서 지역의 정체성을 이어가려는 행보를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변경으로 인한 설계원안의 소실이라던가, 각자의 경험에 기반한 설계요소와 적용기법에 대한 호불호를 논하는 대화도 오갔다. 마음이 무거워지려는 순간, 멀리 인조구장에서 드론을 띄운 가족 나들이객의 모습이 보였다. 대중이 자연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의 소비재로서 공원을 설계하는 것이 조경가의 역할이라면,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이용하는 시민과 시간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다면, 공원이라 할 수 없을 것이고, 수목이 자라면서 연출하는 사계절의 변화와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화되는 생태계가 없다면 이 또한 좋은 공원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을쯤에 한번 다시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이날 벗꽃놀이 하는 시민이 아직 많지는 않았지만, 청명한 가을하늘을 볼 수 있을 때 다시 와보면 오늘 갖은 생각의 결론을 낼 수 있는 증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하건데, 내포시민의 일상에 훨씬 깊숙히 자리잡은 홍예공원이 되어있을 것 같다.

베어트리파크
마지막 답사지는 민간정원에서 출발, 이제 영리활동까지 가능한 조경자원을 갖춘 베어트리파크였다. 홍예공원을 답사하고 이동해서 그런지,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전혀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이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관리’였는데, 정말 정성스럽게 관리된 수목이 전역에 분포해 있었다. 분재원과 토피어리 등 고전적인 스타일의 정원요소를 대형 스케일로 볼 수 있어서 조경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하는 답사지로 등록하고 싶은 공원이였다. 이 공원에는 관리가 잘된 수목 외에도 특별한 주인공이 있는데 바로 ‘곰’이였다. 곰은 조형공원과 동물원에서 두군데에서 만날 수 있는데, 조형물의 경우에는 정말 이렇게 생생하고 다양한 곰조형물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장소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총을 너무 사랑하는 새총곰 가족의 이야기를 조형물로 스토리텔링하는 곳곳에 위치한 유머감각과 디테일에서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지는 공간이었다. 전체적으로 창립자의 노고와 열정 그리고 50년이 넘는 시간이 만들어낸 종합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불어 이런 자원을 사적으로만 활용하지 않고, 대중에게 공개한 결정 또한 인상적인 공원이였다. 이곳은 홍예공원과는 다른 이유로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5년뒤에 와보면 동물원의 곰들을 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 있을 것 같다. 곰이 주인공인 공원이기에 곰의 복지를 논하기 좋을 것 같고, 그 개념부터 수립해야 한다면 이곳이 좋은 출발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는 디자인이라는 말이 전방위로 쓰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제품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그리고 이제는 이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차원의 경험 디자인까지. 야외공간에서 이용자의 경험을 디자인 한다는 차원에서 조경인의 역할은 참으로 크고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야 완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그 역할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후기를 쓰면서 이전 조경 뚜벅이 답사지를 찾아보았는데, 어느 하나에 편중되지 않고 시기별로 주제별로 섬세하게 선별한 장소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한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조경신문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인사를 드리며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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