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명호 대표가 기거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가옥.

경남 남해군 남면 유구마을은 해안도로를 끼고 있어 느리게 걷기가 좋은 동네이다. 이곳에 해발 359m의 비교적 높지 않은 고동산 자락에 다랭이논이 치마를 풀어헤친 것처럼 남해 방향으로 퍼져 내려갔다.

▲ 섬이정원 풍경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는 3월 17일 오후.

고동산에서 흘러내린 다랭이 논 주름에 반해 눌러 앉은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정원 3호로 등록한 섬이정원 차명호 대표다.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제주도까지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기 위해 많은 지역을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기다림의 끝이 섬이정원인 것이다.

“이곳에 와서 처음 다랭이논을 봤을 때 바로 여기구나 생각했다. 층층이 쌓였거나 흘려보내는 주름은 내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뭔가 이곳에서 해야겠다는 열정까지 주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직접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차명호 대표가 생각하는 정원은 과장되게 꾸며지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조화이다. 다랭이논의 주름에는 돌을 겹겹이 쌓아 정원이라기보다는 돌담에서 느끼는 정겨움이 느껴진다.

▲ 비가내려 아쉬움은 남지만 물방울 꽃이 피어 달랠 수 있었다.

봄의 정원을 지나 수국(水菊)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 개의 벤치가 늘어서 있다. 철재로 되어 있지만 어색하다기 보다 잠시 비엔나커피 한 잔의 여유로 시간을 잡아두는 것도 좋을 듯 했다.

▲ 자연이 완성한 노천 카페.

고개를 들어 시선을 멀리 하면 남해가 들어온다. 비가 내리기 때문에 뿌연 해무로 푸른 바다를 볼 수 없었다. 지나가는 배가 울리는 고동소리에 남해바다의 존재를 짐작할 뿐이었다.

▲ 섬이정원 차명호 대표

섬이정원의 크기는 1만5000㎡로 넓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차명호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동백과 애기동백, 홍가시나무, 배롱나무, 수국과 가시나무 등 북유럽과 동유럽을 오가는 듯 아기자기하게 꾸며있다.

봄이 오는 소리는 봄비다. 봄이 오는 표현은 꽃이 먼저다. 그렇게 섬이정원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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