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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포트폴리오] 돌과 나무가 소곤대는 정원
충북 괴산 이재욱씨의 '초원의 집'
[0호] 2016년 03월 22일 (화) 14:16:54 이수정 기자 grass999@latimes.kr

[월간가드닝=2016년 4월호] 돌을 쌓아 조성한 정원이 있다는 제보에 충북 괴산 칠성면 미선나무 마을로 향했다. 소백산 둘레길로 조성된 산막이옛길을 지나며, 긴 겨울을 보낸 후 따스한 봄 햇살의 호사를 누리고 싶은 충동에 들뜬 마음을 누르고 도착한 오전, 가지에 달린 꽃봉오리만이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박흥배 기자>

   
 

낮은 문턱으로 정원에 손님을 들이다

충북 괴산군 연풍로 쌍곡길에 있는 이재욱씨의 정원은 근처 쌍곡계곡 입구 미선나무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장소와 바로 이웃해 있다. 전국 5군데 미선나무 자생지 중 3곳이 이 곳 충북 괴산에 있을 만큼 이 일대는 3월 말이면 미선나무로 장관을 이룬다. 미선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희귀수목으로 3월 말부터 꽃을 피우는데, 축제기간 중 이재욱씨의 정원인 ‘초원의 집’을 관람객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그의 정원은 멀리서 보아도 돌로 쌓은 담장과 구조물이 눈에 띈다. 외지에서 괴산을 찾아오던 여행객들이 신기한 정경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지역신문과 방송에도 소개되는 바람에 하루에도 수백 명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젠 찾아오는 손님들이 번거로울만한데 부부의 표정과 행동에서 무뚝뚝하지만 배려와 친절이 묻어났다. 방문객 때문에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지나가던 나그네 한 두 명 정도였지만 이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가끔 낯선 이들의 방문에 조형물이나 수목의 가지가 망가지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지만 오는 이를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찾아주는 마음이 고맙다”고 말한다. 정원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으로 살아온 그였기에 가능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낯선 방문객이 찾아오자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는 모습에서 겉치레 답변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취재진이 도착한 날도 경기도 화성에서 온 손님과 격의 없이 대화하며 커피와 식사를 대접하는데 정말이지 보통 사람은 아닌 듯 싶다. 덕분에 취재진도 봄 정원을 만끽할 수 있었다.

   
▲ 희귀한 돌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느 곳이라도 찾아가 구한다.

지금의 정원은 26년 전 돌을 수집하기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희귀하거나 신기하게 생긴 돌이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 끝내 사고야 말았던 뚝심 덕분에 지금의 정원이 된 것이다. 원래 목공예에 재주가 많았던 그였기에 직접 만든 조형물로 정원 곳곳은 꽉 차 있다. 그러나 아직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미완의 것도 많다. 이 많은 돌들과 조형물들을 들여놓기에는 500평의 대지는 너무 좁은 탓이다. 그는 만평이라는 드넓은 땅에 마음껏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리고 할아버지라 불리는 나이에도 거침없이 그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돌 수집으로 시작한 정원, 자연스럽게 식물도 함께 심어

이재욱씨의 정원 입구에는 오토바이가 한 대 서 있다. 누구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타는 오토바이라고 대답한다. 이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26년 동안 돌 수집하러 전국을 떠돌았을 그의 모습에선 72살의 나이는 온데간데 없다.

수집한 돌로 정원을 조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원수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200종이 넘는 수목으로 채워진 정원은 꽃이 피기에는 이른 때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문 밖 매화만이 수줍게 방문객에게 인사한다. 정원 한 편에 노란 복수초와 보랏빛의 노루귀, 바위틈에 머위꽃이 봄 햇살을 받고 소담스럽게 피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초원의 집’ 봄 정원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정원수의 나뭇가지와 수피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 아직 꽃 피기 이른 정원이지만 노루귀, 회양목, 머위, 복수초가 봄을 맞이하고 있다.

괴산은 내륙 중에서도 유달리 추운 지형조건으로 겨울이 길다. 그러나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이 곳도 해마다 꽃피는 시기가 들쭉날쭉하다고 한다. 취재진을 맞는 이재욱씨는 “곧 나무에 꽃도 필 텐데 그 시기도 해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3월 말도 미선나무 꽃이 피기에는 일렀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개화시기가 빨라진다. 봄이 되면 매화와 개나리, 진달래, 영산홍이 차례로 피었는데,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핀다”며 차츰 수목과 초화 심는 시기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다.

그는 잎과 꽃이 없어 나무를 알아보지 못할까봐 취재진을 따라다니면서 차근차근 나무와 풀을 가리키며 이름을 가르쳐주고 설명을 덧붙였다. 입구의 분꽃나무부터 안개나무, 포포나무, 병꽃나무, 물푸레나무, 줄댕강나무, 이나무, 보리수, 박달나무, 타박솔, 산딸나무, 회화나무 등의 생육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그러나 여전히 식물의 세계에 목말라 있다. “호기심에 남쪽 수종의 비파나무도 심어봤지만 괴산은 너무 추운지라 월동에 실패했다. 그러나 때때로 의외의 장소에서 월동하는 식물들이 있다. 그래서 꽝꽝나무도 월동이 가능한지 실험 중이다”고 대답했다. 이어 “우리 집에는 변이종이 많다. 특이한 색과 수형의 수목을 많이 키운다. 한 나무에서 자란 가지나 잎에서 노랗고 파란 색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다래나무나 쥐똥나무가 대표적이다. 한 잎에 여러 무늬가 있는 호피무늬억새도 좋아한다”고 ‘초원의 집’ 정원수 특징을 늘어놓았다.

   
▲ 집에서 바라본 정원. 처마끝에 목공예 재주가 뛰어난 이재욱씨가 만든 공예품이 걸려 있다.

그래서 그의 정원에는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나무들이 많다. 어디서 구입하냐고 묻자 “나는 남들이 보통 찾는 묘목상에는 잘 가지 않는다. 수종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양버들처럼 늘어지는 수형의 뽕나무 같은 희귀한 나무를 찾아 전국을 쏘다닌다”고 대답하는 목소리에 신이 났다. 찾아오는 방문객과 수목관리와 성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나무마다 전지방법도 다른데 분꽃나무 같은 경우는 처음 정원에 심을 때 그늘에서 키워야 잘 산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복주머니난은 한 곳에 계속 놔두면 죽는다. 그래서 3년 뒤에는 옮겨 심어야 된다”며, 강원도산 금강초롱은 해를 많이 보면 잘 크지 못한다고도 조언했다.

그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설명해줄 때마다 그 모든 지식이 삶의 숨은 보석처럼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재욱씨는 정원수를 궁금해 하는 취재진에게 “우리 정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다양한 수목을 보고 놀란다. 어떤 이들은 식물원 같다고 한다. 가끔 방문하는 손님들에게서 선물을 받기도 하는데 고마운 마음에 나무를 보내기도 한다”며 그동안의 보람을 돌이켜 봤다.

   
 
   
▲ 정원의 풍경은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공간을 돌담으로 경계 짓고 분리시켰으며 그 사이사이에 철쭉이나 소나무 같은 관목을 심었다. 거기에 돌, 연못, 조형물 등으로 조성해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다.

돌과 수목의 배치로 이국적 경관

정원은 잎이 돋지 않아 가지만 보이는데도 연못, 화강암과 돌로 쌓은 조형물 덕분에 그리 황량하지는 않다. 나무를 계속 전지해 수형을 작게 하고 한가지로 키워 아담하게 만들었다. 일본식 정원에 많은 영향 받았다고 말하는 그의 정원은 방이나 카페처럼 제구실을 부여받은 독립된 공간 덕에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공간들을 돌담으로 경계 짓고 분리시켰으며 그 사이사이에 철쭉이나 소나무 같은 관목을 심었다. 거기에 돌, 연못, 조형물 등으로 조성해 아기자기한 맛을 더했다. 연못 둘레에는 수사해당화, 토끼꼬리 철쭉, 명자나무, 독일 체리가 심겨있고 화강암으로 만든 다리, 그리고 그 밑에서 잉어가 헤엄치고 있다. 주인의 이국적 취향이 드러나되 오랜 세월 돌과 식물을 보고 배운 그만의 인생정원이다.

부인과 함께 손수 일군 정원의 역사를 몇 개의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을까. 구불구불한 삶의 뒤안길에서 걸어 나와 이제는 더 큰 정원을 향한 준비에 내일도 묘목시장을 향한다. 묘목을 사오면 좁은 정원 탓에 캤다 심는 과정의 반복이 고단하지만 부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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