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섭 박사는 사람은 꽃처럼 살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진 = 박흥배기자

꽃이라는 한 가지 주제만으로 친구등록 5,000명 최대 한정의 수를 기록하며 페이스북 스타로 등극한 사람이 있다. 지난 34년간 농촌진흥청에서 재직한 후 매일 꽃 이야기를 게재하고 있는 송정섭 (사)정원문화포럼 회장이 그 주인공.

그에게 있어 꽃은 하나의 인생관이고 철학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꽃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진정한 행복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꽃의 숨겨진 숭고함을 전파하는데 아낌없는 열정을 바치고 있다.

최근 ‘365 꽃 이야기’를 출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꽃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송정섭 박사를 만나 향긋한 꽃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꽃은 행복의 근원

경기도 화성에 자리하고 있는 벚꽃마을. ‘꽃 박사’로 널리 알려진 송정섭 박사의 자택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공작단풍이 양 옆에 퍼져 인사를 한다. 그 옆으로 둥근 소나무 또한 양쪽에 갈라서서 반갑게 안내를 하고, 201년 된 정원의 어르신 격인 산수유가 자리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 옆에는 목련이 산수유의 세월의 흔적을 보듬는 듯 시간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송정섭 박사의 꽃에 대한 사랑은 일방적이지도 맹목적이지도 않다. 꽃을 이해하고 대화의 대상이며, 감사함을 전할 만큼 순백의 사랑 그 자체인 것이다.

“꽃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준다. 사람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 뱉지만, 꽃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또한 증산작용으로 음이온을 방출해 신체의 이온 균형을 맞춰줘 건강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다량의 수분을 내뿜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사람은 물을 한번 부어주는 것으로 책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꽃들은 그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준다”고 송정섭 박사는 말한다.

이렇듯 꽃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송정섭 박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 꽃의 이야기를 담는다. 꽃을 통해 행복을 전달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는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희망 메시지로 자리했다.

“꽃에 대한 이야기는 하루 종일 해도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 SNS에 꽃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고 있는데, 농진청 현직 때 ‘오늘의 꽃’ 앱을 통해 10여 년 동안 글을 써 왔었다. 그러다 지금은 매일 매일 SNS에 꽃 이야기를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고 있어 즐겁고 유익하다”며 연신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더욱이 요즘에는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일본, 대만 등 국외에서도 송정섭 박사의 꽃 이야기가 전파되고 있다. 그중 루마니아의 비오리카 문테아누(Viorica Munteanu)라는 70대 노파는 열렬한 지지자로, 송정섭 박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루마니아 언어로 번역해 공유하는 등 열성적이다. 무엇보다 루마니아에 자생하고 있는 다양한 꽃들에 대한 정보를 보내오고 있어 “아무래도 루마니아에 방문해 만나 봐야 겠다”며 송정섭 박사는 흐뭇해했다.

송정섭 박사는 이미 농진청 화훼과에 가기 전 ‘한국의 자생식물’ 上·下권 출간과 꽃 피는 원리에 관한 박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34년간 근무했던 농진청을 퇴임한 이후에는 페이스북과 밴드,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꽃 이야기 글을 올리며 국내외 친구들과 소통을 즐긴다.

꽃은 인생과 다르지 않다

매월 ‘꽃담’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세미나와 꽃에 관한 강연 등을 하고 있으며, 전북 정읍에서 아카데미를 열어 정원문화포럼과 연계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아카데미 운영과 SNS활동의 중심은 저변확대에 있다. 항상 꽃과 사람이, 나아가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송정섭 박사의 소망인 것이다.

송정섭 박사는 강연이나 세미나에 나서면 항상 잊지 않고 말하는 주제가 있다. 꽃과 인생에 관한 철학관이다. 꽃과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을 꽃의 삶과 인간의 삶을 교차하여 시놉시스로 풀어간다.

“꽃 중에 상사화(相思花)라는 식물이 있다. 그 꽃은 어머니에 비유될 수 있다. 봄부터 잎들은 땅속 알뿌리에 꽃눈을 만들어 키운다. 태아가 다 자라 엄마 뱃속에서 나오듯 꽃이 다 만들어지면 땅위로 솟아오르며 꽃을 피운다. 어머니의 숭고한 내리 사랑이 가득한 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도 10개월 동안 뱃속의 태아를 위해 모든 양분을 공급하는 것처럼 상사화도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꽃눈에 집결시켜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게 하는 것이야 말로 모성애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할미꽃도 마찬가지로 6월에 시든 모습을 볼 때 더 많은 인생의 굴곡과 세월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송정섭 박사의 꽃 이야기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성도 제시하고 있다.

▲ 꽃이 군락을 이루며 살듯 사람도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송정섭 박사는 강조한다.        

꽃의 언어 (Chemical Word)

한 해에는 계절이 깃들어 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 그리고 겨울이 찾아온다. 시간이 흐리기에 계절이 찾아오는 것처럼 인생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함께한다. 하지만 송정섭 박사의 사계절은 남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절기상 봄이라고 해서 봄이라 보지 않는 것이다.

“봄꽃이 피어오를 때 비로소 봄이 찾아오는 것이고, 계절에 따른 형형색색의 꽃들이 세상을 행복하게 빛내 줄 때 그에 맞는 계절이 시작되고 빛나는 것이다. 꽃은 계절에 민감하다. 자신이 피어나야 할 시기가 아니면 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절기에 맞춰서 피어나지는 않는다”며 송정섭 박사의 남다른 계절관을 설명한다.

이어 꽃과 나비에 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꽃이 나비를 찾는 것과 나비가 꽃을 찾는 것 중에서 어떤 게 맞다고 생각하는가? 꽃은 나비가 없으면 번식할 수 없고, 반대로 나비는 꽃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들은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게 맞다라는 정의는 무의미하다. 이 세상 생명체 중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물은 식물의 존재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송정섭 박사는 강조한다.

꽃과 같은 식물들도 그들만의 언어가 있고, 위협을 받거나 행복할 때는 어떠한 행위를 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식물에게 안 좋은 말을 하게 되면 생육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365 꽃 이야기’ 출간

송정섭 박사는 최근 ‘365 꽃 이야기’를 출간했다.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불록북을 만들기는 한 바 있지만 정식으로 오프라인으로 출판하게 된 것이다. 초판 인쇄본 예약 주문만 600부에 달하는 등 현재까지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꽃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여 행복을 전파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책을 출판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나는 누구에게나 ‘꽃처럼 살자’고 주문한다. 시민정원사든 전문 종사자이든 누구에게나 똑 같이 말한다. 지구촌에는 25만 가지의 꽃이 있는데 이들 모두 모양과 색깔, 향기가 다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함께 군락을 이루며 주변과 어울려 산다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하지만 현실은 점차 ‘우리’라는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송정섭 박사는 안타까워했다.

우리가 아닌 나만을 위하고, ‘나의’ 것만을 추구하는 단절된 현대사회에 대한 송정섭 박사의 쓴 소리는 어쩌면 끝나지 않을 희망에 대한 이상(理想)일 수 있다.

그의 꽃 이야기는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메마른 감성을 일깨워주는, 아니 잊고 있던 감성을 깨워주는 유일한 탈출구가 아닌가 생각된다.

단순히 책 한 권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겠느냐며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책장을 넘기며 행복이라는 작은 기쁨을 느낀다면 그 것은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우리 벚꽃마을에는 13가구가 살아가고 있다. 이들 모두의 마당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고 각각의 이름이 있다. 나의 옆집에는 건강하라는 뜻으로 ‘메디컬 가든’, 맞은 편 집에는 아이들이 있어 ‘키즈가든’, 뒷집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어 ‘워터가든’이라고 지었다. 이들 모두 이름에 맞게 나무와 꽃을 심어 놓아 함께 가꾸고 대화하며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꽃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다”고 송정섭 박사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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