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열리는 조경의날 기념식에서 조경진흥법 제정의 공로로 안승홍 한경대 조경학과 교수가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조경진흥법은 그에 앞서 추진했던 조경기본법과 국가도시공원법의 실패를 경험삼아 제정됐다고 말한다. 또한 기존시장은 포화상태에 놓여있으며, 과감하게 밖으로 나갈 것을 주문하다. 그러면서 공원리모델링 같은 기존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할 것을 준문한다. 조경분야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행정분야가 접목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승홍 교수를 만나봤다.

▲ 안승홍 한경대 교수

장관상 수상 소감?
조경진흥법 제정 공로로 수상을 하는 것으로 안다. 조경진흥법 제정에 참여하신 변재상 교수, 안명준 전 국장, 서은실 상무, 진승범 소장 등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조경진흥법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연구위원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그 분들을 대신해 받는 상이라 생각한다. 함께 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조경진흥법 제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조경진흥법과 인연은 조경기본법 제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환경조경발전재단 초대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김학범 발전재단 이사장이 공약으로 법제정을 제시한 상태였고, 준비과정을 거쳐 그 이듬해인 2008년 2월 발전재단 이사회에서 조경기본법 제정을 공식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조경기본법 제정을 위한 스타트를 함께 한 며칠 뒤 한경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009년 한국조경학회 총무이사를 맡으면서 조경기본법과 다시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발전재단 조경기본법 전문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허천 의원이 ‘조경기본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2012년 5월 제대로 된 논의도 못하고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같은 시기에 국가도시공원 제도를 담은 ‘도시공원법개정안’도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조경계의 법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에 국토교통부가 감동(?)했는지 조경산업진흥법안을 제안했다. 당시 국토부 국장이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통과 됐으니, 조경분야도 조경산업진흥법안을 만들어 보세요”라고 제안을 한 것이다.

발전재단은 곧바로 조경진흥법 제정을 추진했고, 5명으로 구성된 ‘조경산업진흥법 전문위원회’를 출범하면서 내가 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그리고 국토부의 추천으로 이노근 국회의원을 만났고, 2013년 4월 ‘조경산업진흥법안’을 발의했다.

조경진흥법 추진과정을 되돌아본다면?
법안을 마련한 후 발의 시점을 조율하던 시점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고, 2013년 3월 서승환 국토부장관이 임명됐다. 우리에겐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었다. 그리고 그해 4월 이노근 의원이 대표발의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서승환 전 장관은 조경진흥법안이 통과한 후인 2015년 3월 이임했다.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장관직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조경진흥법이 통과되는데 큰 몫을 했다.

법안 발의 후 2014년 2월 수목원정원법 발의와 대한건설협회의 반대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걸림돌로 여겨졌던 수목원정원법과 건설협회의 반대는 또 다른 기회가 됐다. 국토교통위 상임위에서 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시 국토부 차관이 “국토부에 속해 있는 조경분야가 법이 없다보니 산림청에서 도시숲법 등으로 조경분야를 침범하고 있다. 최근엔 정원법을 만들어 정원마저 빼앗으려 한다”고 말했고, 이 발언이후 국토교통위원들은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건설협회가 법안에서 ‘산업’을 모두 뺄 것을 요구했고, 건설협회에 맞서 설득하다가 법안 통과가 목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경진흥법’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조경산업’ 보다 ‘조경’이 산업을 포함한 넓은 의미를 담고있기에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역풍으로 생각했던 두 건의 장애물이 순풍으로 작용한 셈이다.

내용적으로 아쉬움은 없나?
조경산업진흥법을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 조경계는 이미 조경기본법과 국가도시공원법을 각각 한 차례씩 실패한 후였다. 그래서 이번에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더 이상 조경 관련 법을 못 만들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그 만큼 부담감도 컸다.

당시 발전재단은 2번의 실패를 경험삼아 내용을 많이 담기보다 법 통과에 목적 두기로 했다. 아쉬움도 많았고 넣고 싶었던 내용도 많았지만 어쩔수 없었다. 법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고, 생존해야 생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든 법은 만들어졌으니, 이제 하나씩 법안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향후 조경진흥법에 추가됐으면 하는 내용은?
조경을 진흥하는 법이지만, 실제로 조경계에 피부로 와 닿을만한 진흥 방법이나 수단이 없다는게 사실이다. 즉 진흥을 위한 지위적 혜택이나 경제적인 내용을 담지 못했다. 아쉬움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조경분야 자격제도를 세분화 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한다. 이는 조경계 내부적인 조율을 거쳐서 추진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조경분야의 실질적인 진흥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에 조경직이 채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내용을 법안에 포함시키든 아니면 조경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든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야만이 힘겹게 만들어진 법률이 탄력을 받고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생활공원 용역도 수행했는데, 사업 추진이 답보 상태다. 어떤가?
생활공원이 대통령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당시 김정희 녹색도시과장과 허현수 사무관이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다. 1차년도에 비록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개발제한구역 관련 예산 50억 원을 확보해 첫 스타트를 했다.

하지만 이후 과장과 담당 사무관이 바뀌면서 탄력이 떨어졌고, 기획재정부의 ‘공원은 지방사무다’라는 논리에 막혀 예산확보에 실패하며 흐지부지되고 있다. 국토부가 공원사업에 처음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사업이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국토부의 공원녹지정책 어떻게 보나?
조경계는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않고, 공원녹지에 관심이 없다며 국토부를 비판한다. 맞는 말이지만, 국토부를 비판하고 미워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한다.

국토부 녹색도시과장은 일반적으로 행정직이 온다. 건설시장에 조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정도다. 그러다보니 조경에 대한 관심은 멀어져 있고, 공원녹지를 담당하는 녹색도시과장은 다른 부서로 옮겨가기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마저도 자주 바뀐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조경을 말해야 한다.

국토부의 이런 분위기를 알았다면, 그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들과 더 자주 만나 조경을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봐야한다. 특히 조경학회가 움직여야하고, 학회장이 먼저 다가가 조경을 얘기하고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경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은?
몇 년 전에 건축분야에서 건축정책학회가 창립했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술직종에서 정책연구를 위한 별도의 학회가 만들어졌다는 건 정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경분야의 가장 취약한 분야가 정책이다. 법제도를 만들고,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외교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조경분야에서 그 어떤 것 보다 시급한 것 은 법제도를 만들고, 외교력을 키울수 있는 행정이다.

조경이 위기다.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까?
법고창생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옛 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에 융합하라는 말이다. 즉 기존의 조경에 새로운 분야를 접목해 조경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경분야의 기존시장은 이미 한계에 다달았다.

최근 LH 내부적으로 신도시개발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LH의 신도시개발사업 포기는 조경분야에겐 엄청난 타격으로 받아들여 진다. 더 이상 기존 시장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촌조경 관련된 프로젝트가 많이 나오고 있고, 행정자치부의 커뮤니티가든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의 공간에서 벗어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 넓은 분야로 시야을 돌려야 할 때다.

특히 공원이용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존 설계가 물리적인 공간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시민참여를 통한 이용활성화에 중심이 맞춰지고 있다. 또한 공원리모델링에 눈을 돌려야 할때다. 이제 공원을 조성하는 시대가 아닌 관리하는 시대로 넘어갔다. 우리나라에 공원은 전국적으로 2만 여개가 있다. 이게 모두 공원리모델링의 대상이 된다.

이제 조경분야는 공원리모델링을 위한 포섭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학계에서 나서 현황을 파악하고 사례를 발굴하는 등 분위기를 잡아주고 장기적으로 법개정을 통해 공원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 가야한다.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은?
‘CEO 징기스칸처럼 경영하라’라는 책이 있다. 이 책보면 징기스칸이 유럽까지 진출한 이유를 먹을 것을 찾으러 간 것이라고 쓰고 있다. 조경분야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조경분야에서는 먹을거리가 없다. 안에서 치고박고 싸우지 말고 과감하게 다른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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