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물리학자이며 철학자인 슈타인뮐러는 ‘기술의 미래’에서 “농·식품이 오늘날처럼 안전했던 적은 없었다. 또한 소비자가 지금보다 더 불안한 적도 없었다. 그 이유는 불신이다.”고 말했다. 상상 그 너머의 세계를 부제로 한 이 책에서는 과학과 기술은 우리들을 미지의 세상으로 이끌고 미래는 오로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개혁과 혁신 없이는 확실한 미래를 가져 올 수 없고 여기에 가장 큰 장애는 불신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불신이라는 큰 장애를 가지고 있다.

큰 불신의 대상 중에 하나인 농·식품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속적으로 농·식품 안전을 위한 지도와 단속을 하고 있으나 고질적인 불량식품과 원산지위반 등으로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의 종편방송에 지적된 식품들을 보면 분노가 좀처럼 녹아내리지 않는다. 신선한 해산물 뷔페에 참메기회와 참메기초밥의 재료를 “바다에 사는 국내산 참메기살, 냉동이 아닌 활어초밥”으로 말했지만 실제는 ‘팡가시우스’라는 민물고기라 한다.

이 고기는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흐르는 메콩강에 서식하는데 놀라운 것은 메콩강 수질오염이 심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날것으로 잘 먹지 않는다는데 주변국보다 소득수준이나 생활수준이 월등한 대한민국에서 수입해서 먹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씨푸드나 예식장, 돌잔치, 회전초밥집에서 버젓이 진열되어 먹고 있는 것이다.

본인들은 먹지 못할 식품을 파는 이유는 모양이 비슷한 도미와 가격이 25배나 저렴하기 때문에 국민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만 쫓는 얄팍한 상혼 때문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는 발암물질 검출로 이 고기를 수입금지 시켰고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는 수은이 검출돼 경고가 된 물고기라는 것이다.

이전에 밝혀진 밤 식빵, 떡 등에 사용되는 밤 통조림에는 다량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서 생밤업자조차 “알고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고백이 충격적이고, 오랜 시간을 거치며 자연 스스로 피어나길 기다린다는 표고버섯의 왕으로 대접받는 ‘백화고’는 연탄가스를 3일만 마시게 하면 피어나는 꼼수로 상품화되어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한국 관광의 별’로 손꼽힌 벌교꼬막은 2년 전에 일본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한다고 한다. 실제 2011년에는 수입량이 전무하던 중국산 꼬막이 2015년에는 1857톤이나 들어왔고 대부분이 국산으로 둔갑해서 일반소비자와 식당에서 소비됐다.

중국의 갯벌은 오염이 돼서 어패류에 중금속이 함유된 사실이 버젓이 알려져 있는데도 이를 벌교꼬막으로 속여 파는 얄팍한 상혼이 국민건강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30년 전통의 냉면육수가 다시다와 식초, 설탕의 조합인데다 식중독 유발 수준의 대장구균도 검출된 것과 앞다리와 뒷다리에 혹이 달린 돼지, 암이 걸린 돼지 등 병든 돼지를 가지고 바비큐를 만드는 업소가 있고, 고기업자들이 절대 먹지 않는다는 대창이 유통되고 썩은 마늘이 온라인 판매 김치와 대형 떡볶이 프렌차이즈 본사 물류센터로 버젓이 유통되는 것도 있었다.

믿고 구매하는 농협마저 비위생적이고 유통해서는 안 될 계란을 유명제과업체에 빵과 과자를 만드는 원료로 판매하고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는 행위를 하다 적발되었으니 우리 국민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식품을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태를 볼 때마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자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계속 그 제품을 먹게 해야 한다.”고 분개를 한다. 그런데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식품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처벌이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단속에 적발되어도 약간의 벌금만 내면 끝이 나는 가벼운 처벌 때문에 또 다른 범죄를 낳는다. 식품에 대한 범죄는 강력한 처벌로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함께 중형으로 다스려야 된다. 난폭운전 단속이 강화됐는데 식품 범죄는 난폭운전보다 몇 십 배 무거운 범죄행위다. 먹는 것에서 생긴 불신은 나라 전체의 불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조경시설물 제조업체 두 곳이 조달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불량제품을 만든 것이다. 이런 시설물에서 어린이가 놀다가 해를 입는다면 불량식품을 먹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조경시설물이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조경이 불신을 받는 심각한 상태가 된다. 업계 스스로가 자정을 하지 못하면 공멸하게 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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