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가드닝=2016년 3월호]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한 날씨에다 심술이라도 부리는 듯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사이에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큰 추위가 닥쳤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말하지만, 그 뒤에는 고도화된 거대한 산업문명 탓일 것이다. 그러나 편안함을 좇는 인간의 이기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것 같다.

강추위로 꽁꽁 얼었던 대지에 따뜻한 햇살이 내려와 서릿발 내린 흙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경칩(3. 5)이 지나면 겨울잠에 들었던 개구리가 깨어나듯, 농부들도 움추렸던 몸을 풀어주듯이 기지개를 켜고 농사준비로 바쁘다. 노지에서의 본격적인 농사는 춘분(3. 20)을 맞이하면서 시작되는데, 처음으로 할 일은 흙에 퇴비를 넣고 땅심을 높여주는 일이다.

퇴비를 넣고 이랑을 만든다

퇴비의 유기물은 흙이 먹는 밥이다. 씨앗을 틔우는 흙 속에는 매우 많은 다양한 미생물이 퇴비의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땅심을 높여주면서 작물에게 균형 있는 양분을 공급해준다. 농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작물 파종에 앞서 미리 퇴비를 넣고 흙이 씨앗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발효가 덜 된 미숙퇴비라면 유기물이 흙 속에서 분해되어 부숙될 수 있도록 파종 전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퇴비를 넣는 시기는 작물 파종에 앞서 7~15일 전에 미리 해주는 것이 좋다.

퇴비를 흙 위에 골고루 뿌린 후에, 삽과 같은 농기구를 이용하여 흙을 뒤집어 퇴비가 흙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퇴비를 넣은 후에는 파종할 작물에 맞는 이랑을 만들어주면 된다.

▲ 농사의 첫 시작은 퇴비를 넣고 밭을 만들며 텃밭에 맞는 작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 농사의 첫 시작은 퇴비를 넣고 밭을 만들며 텃밭에 맞는 작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심을 작물에 대한 농사계획이 있어야만 작물에 맞는 텃밭설계를 할 수 있다. 이것을 ‘작부체계’ 또는 ‘작부계획’이라고 한다.

작부체계는 작물의 파종시기와 수확시기를 알고 있어야 일년농사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봄부터 겨울로 이어지는 작물에 대한 계획을 미리 만들어두면 농사에 필요한 농자재를 미리 준비할 수 있고 때를 놓치지 않고 농사를 할 수 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농사에 대한 계획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농사의 결실을 좌우한다고 봐도 된다. 작부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고, 자칫 때를 놓쳐서 농사가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텃밭농사를 할 경우 작부체계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한다. 텃밭농사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므로 텃밭의 규모에 맞게 작물이 들어갈 구역에 대한 설계를 해야 하며, 파종한 작물을 수확한 후에는 바로 이어지는 작물로 어떤 것을 파종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야 한다. 중요한 점은 내가 꼭 필요로 하는 작물을 중심으로 필요한 수확량까지 계산하여 작부체계를 만들어야 농사에 대한 재미와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 작부체계를 만들 때는 텃밭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이짓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감자를 심은 두둑 아래에 열무, 아욱, 상추가 심겨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에 맞는 텃밭설계 중요

작부체계를 만들었다면 3월 초에서 중순께에는 퇴비를 넣고 작물에 맞는 이랑을 만들어서 텃밭설계를 한다. 3월 말에서 4월 초에는 작물을 파종하는 시기로 첫 해 농사를 시작하는 때다. 텃밭작물로는 봄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감자를 비롯하여 상추와 같은 쌈채소류의 씨앗을 파종한다. 감자는 반드시 씨감자를 심어야 하며, 이랑의 높이는 20~30cm에 폭은 30~40cm로 해 한 줄로 심는 것이 좋다. 상자형 텃밭의 경우는 흙의 높이를 30cm 이상으로 높여주는 것이 작물생육에 도움이 된다.

<감자심기>

씨감자가 큰 것은 반쪽으로 잘라서 사용하고 작은 것은 그대로 심어도 되는데 보통 작은 달걀 크기면 적당하다. 씨감자의 씨눈이 3~5mm 정도 나왔을 때 2~3개 남겨서 심어주면 되는데, 심는 간격은 호미길이 정도인 25cm가 적당하다. 너무 얕게 심으면 감자가 흙 위로 올라와 햇볕에 노출되어 파랗게 되는 생육장애가 있으므로 10cm 이상 깊이로 심는다. 감자는 밑으로 자라는 뿌리가 아닌 (덩이)줄기에 해당하므로 햇볕을 보려고 위로 올라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절단된 감자의 표면에는 병원균의 소독을 위해서 나무를 태운 재나 숯가루를 묻혀서 심기도 한다. 또는 2~3일 그늘에 두고 잘린 표면에 얇은 막이 생긴 후에 심어도 된다. 이때에는 씨감자를 완전히 절단하기 보다는 끝부분을 조금 남겨두고 절단하면 수분이 유지되어 생육에 도움이 된다. 참고로 감자를 심을 때는 잘린 면의 방향을 위아래 상관없이 넣어도 된다. 방향에 따른 생육과정을 확인해보고 싶다면 구분해서 심어보고 관찰해보기를 바라며 물은 주지 않는다.

 

▲ 감자는 위로 올라오는 덩이줄기 작물이므로 깊게 심어야 생육에 도움이 된다.
▲ 감자를 절단한 후에 재를 묻히거나 끝부분을 조금 남겨두고 칼집을 내서 며칠 동안 건조한 후에 심어도 된다.

 

상추와 같은 쌈채소류는 밭을 별도로 만들지 않고 감자를 심은 이랑 아래에 파종을 해도 된다. 작물을 심은 빈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다품종소량 생산에 효율적인 텃밭농사의 매력이다. 이 방법은 작은 텃밭에서 다양한 작물을 키울 수 있으며 면적 대비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같은 ‘사이짓기’에 대해서는 다음호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오창균(하자센터 작업장학교 도시농업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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