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돈 서안알앤디디자인(주) 소장은 한국정원 설계에서 ‘Poetic Approach(시적 접근)’을 중시했다.

올해 4월 열리는 터키 안탈리아 국제정원엑스포에 한국정원이 소개된다. 우리만의 서정적인 미를 세계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엑스포 메인 주제 ‘꽃과 아이들(Flower & Children)’에 맞춰 어린이들이 만지고 놀 수 있는 소재와 안전을 고려했다.

설계에는 곡선을 활용해 한국 연안지역 형상을 담았다. 여기에 조형소재, 시설, 재료, 식물 등을 도입해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공간을 구현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소품을 활용해 한국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정원이 들어서는 대상지 위치는 세계정원 속 ‘아시아 구역’으로, 면적은 1400㎡에 이른다. 총사업비 9억6000만 원이 소요된 대상지는 Children’s Island와 온실파빌리온 동선축에 접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한국정원 설계 및 시공을 진행한 신현돈 서안알앤디디자인(주) 소장은 특히 ‘Poetic Approach(시적 접근)’을 중시했다. ‘꽃을 따라 아이 따라 노닐다’는 콘셉트 아래 ‘물’과 ‘종소리’, ‘외편담장’을 지나 열림과 닫힘의 미학이 담긴 간정(담장 사이로 수목이 밀식된 매개공간), 주정(순천시를 알리는 공간), 후원(한국의 산하를 상징하는 픽쳐레스크풍의 경관연출)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프로그램 구상은 ▲Scent Garden(꽃담에 앉아 꽃내음을 맡다) ▲Soundscape(종소리에 귀를 열다) ▲Participatory Garden(이용객의 참여로 채워가는 문화공간) ▲Play Garden(어린이들의 자연 속 놀이터) 등이다.

한국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시설물 소재로는 ▲정료대와 석등(밤의 운치를 더하는 조명시설) ▲벅수(영혼의 조형물) ▲솟대(순천상징 흑두루미) ▲물확(물을 다루는 우리 고유의 멋) ▲차일고리(전통기법의 인프라) 등으로 구성했다.

식재계획의 경우 현지의 식생을 최대한 활용했다. 한국정원의 대표 경관을 이루는 대표 수종 검토 과정을 통해 현지에서 생육가능하며, 적응력이 좋은 수종 선정을 원칙으로 했다. 여기에 수크령, 억새, 갈대, 작약, 수국, 화살나무, 회화나무, 배롱나무, 대나무, 임파첸스, 베고니아, 박태기나무 등을 심는다. 총괄진행을 맡은 신현돈 소장으로부터 터키 한국정원 이야기를 들어본다. 
 

해외 한국정원 설계를 진행한 소감은?

그동안 승지원(삼성그룹 회장 영빈관),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등에 한국정원을 조성한 경험이 있어 설계를 도맡아 진행했다. 설계 전 지난해 7월 사전답사를 갔을 때 한국드라마나 K-POP 스타에 열광하는 터키인들이 한국정원에 호기심을 갖고 바라봤다. 현지인들은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때문에 터키 한국정원 설계 때 일본, 중국과 다른 한국정원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땅에 순응하고 자연과 함께 동화될 수 있는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절제된 디자인, 여백 등을 고려해 설계했다. 특히 엑스포의 주제가 ‘꽃과 아이들’인 만큼 방문자들이 실제 정원에 와서 참여할 수 있도록 에밀레종을 설치했다. 터키-한국 간 우호의 종이 될 수도 있고 안탈리아 아쿠스(Aksu)-순천 간 우호의 종이 될 수 있도록 상징성을 표현한 것이다.

터키 정원박람회에서 기대하는 점은?

한국정원 자체가 한류 문화 콘텐츠의 생산이다. 한국드라마, K-POP(대중가요) 등은 무형의 콘텐츠이지만 한국정원으로 세계 속 한국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고 본다. 무형의 콘텐츠를 유형의 콘텐츠 공간에서 실현시킬 수도 있다. 외국정원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것이다.

현재 엑스포 위원회 측에서 한국정원 오프닝 때 한국성을 구현할 수 있는 이벤트 기획을 하고 있다. 전통춤사위 및 K-POP 공연이 열릴 수도 있다. 한류콘텐츠가 국외로 뻗어나가는 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길 바란다.

중국·일본정원과 차이점은?

디자인의 바탕은 땅에 대한 ‘겸허한 자세’에서 출발한다. 그게 바로 ‘한국의 미’다. 청계광장, 승지원 등 설계 경험을 쌓아오면서 디자인의 토양은 ‘한국성’에 바탕을 두었다.

그로테스크한 중국정원, 미니멀리즘의 일본정원, 이들과 차별된 한국정원은 미지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때 다빈치코드가 유행한 이유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암호 해독’이 인간의 지적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백의 미 자체가 미지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신비함인 것이다. 

이번 작품에 특화 요소가 있다면?

‘물, 공간, 지형, 시설물’에 차별화를 두었다. 먼저 ‘물’ 요소의 경우 우리의 산하를 상징하고 곡지, 계류, 연못 등의 요소에 집중했다. ‘공간구조’의 경우 신비함을 표현하기 위해 한 번에 공간을 다 열지 않고 연속성을 통해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지형을 고려해 전통적인 화계를 넣거나 원래 놓여져 있던 지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획했다. 정원에 놓여지는 ‘석물’ 요소가 다층과 열림의 공간에 잘 배치되도록 계획했다.

진행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려움이라기보다, 안타까움이 더 많다. 일본, 중국의 해외정원 진출은 180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었고 그에 비해 한국정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 중국 정원만 하더라도 해외에 500개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정원의 경우 고작 10개 안팍에 불과하다.

최근 한류 열풍이 일어나고 한국이 OECD 국가 중 경제력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한국정원 조성에 소극적이다. 정부 차원의 기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정원이 왜 필요한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원이 세워지더라도 문제는 발생한다.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주무부처도 없었는데 작년에 정원법이 시행되면서 이제 생기는 것 같다. 이번 터키 한국정원 조성에도 난항이 계속됐다. 순천시가 한국정원 조성에 어려움을 겪자 산림청이 추가예산을 확보해주었다. 이런 과정 자체가 국가가 주도로 기획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한국정원 설계의 매력은 무엇인가?

해외에 조성하는 한국정원을 설계한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아직 한국정원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새로운 토양을 개척하고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현지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가까이 하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지난번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 조성의 경우 ‘카레이스키(고려인)’들이 집단 이주했던 곳이었고, 한류가 바탕에 있었다. 한국정원 조성 이후에도 이 곳에서 지속적으로 한국과 관련된 행사 및 이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람을 느꼈다.

한국정원 설계를 맡는 또 다른 이유는 후배 조경인들을 위해서다. 조경인이 주도가 되는 한국정원이 만들어져야지 도시계획과나 건축과, 토목과, 임업과 출신이 만든 한국정원은 일본, 중국정원과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한국적 특색이 사라진 곳에 문화적인 오해 또한 일으킬 수 있다. 설계비에 대해 이윤이 많이 남지 않더라도, 한국정원 조성은 반드시 조경가가 핵심이 되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한국정원의 현실과 개선사항은?

아까도 말했듯, 정부 차원의 기획이다. 정부 차원 기획력이 부족하다면 민간 차원의 한국정원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해외 수출이 활발한 민간 기업이 주축이 돼서 한국정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관리의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으니 더 좋은 그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CEO들의 경영마인드가 아직 한국정원 조성이라는 부분까지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최근 브라질의 세계 최대 니오븀 광산회사인 ‘CBMM’ 기업에서 한국정원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먼저 들어왔다. CBMM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에 일본정원과 중국정원을 조성했는데 최근 한류가 유행하면서 한국정원을 만들어달라고 먼저 요구해온 것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기획력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훨씬 ‘선진적’이라고 판단된다.

조경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조경의 역사는 토목이나 건축에 비해 역사가 짧다. 그러나 미래세대에서는 토목이나 건축, 도시계획보다 조경이 각광받는 시대가 분명히 올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산업화된 도시에 힘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조경이다. 조경의 본질을 다함께 생각했으면 하고 땅에 대한 겸허한 자세, 자원에 대한 조경가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우리의 것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재표현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도 계속했으면 한다.

 

주요 약력

서안알앤디디자인(주)

 

경력

성균관대 조경학과 겸임교수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부회장

서울시 공공조경가

 

수상

대통령 표창 및 포장 3회

Junior Grand Prix(국제공공디자인대상 조직위원회)

ASLA HONOR DESIGN AWARDS

건축의 날 조경대상(대한건축학회)

IFLA 1ST DESIGN AWARD

ASLA MERIT DESIGN AWARDS

 

주요 정원작품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

브라질 한국정원

터키 한국정원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서울시청 템포러리 광장

승지원

청와대 소정원

테헤란로 가로정원

압구정로 가로정원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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