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꿈의숲, 서서울호수공원, 동탄2신도시 워터프론트 등으로 유명한 조경가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가 제주도에서 주택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사실 최신현 대표는 건축을 디자인하는 조경가로 알려져 있다.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와 (주)예건 사옥이 대표 사례이며, 자칭 조경건축가라고 칭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인접분야의 침탈로 조경분야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침탈자의 본거지인 건축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나선 것이다. “건축영역를 빼앗기 위함이 아니다. 조경과 건축의 관계 맺기를 통해 조경을 더 잘하기 위해 조경가가 설계한 건축이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조경건축가 최신현 대표를 만나 조경과 건축의 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 최신현 조경건축가 (주)씨토포스 대표

 

대표작품을 꼽으라면?

대형프로젝트로 북서울꿈의숲, 서서울호수공원, 동탄워터프론트 등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조형물과 브릿지 같은 작은 작품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특히 공모에서 조각가 11명과 경쟁을 통해 당선된 대구 아양교의 유니버시아드기념조형물, 연꽃을 배려한 무안 백련지의 브릿지, 최근 대구저수지에 설치한 300m 교량 등이 기억난다. 또한 스키장, 리조트 등의 디자인 경험을 토대로 실시한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 전체를 디자인한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는다.

 

씨토포스가 지향하는 조경 콘셉트는?

씨포토스의 지향점은 ‘눈에 보이는 것 모든 걸 디자인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조형물과 브릿지 등이 우리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스키장, 리조트 설계도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디자인할 때 그림을 예쁘게 하는 걸 지양한다. 실제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에 포커스를 맞춘다. 나아가 이용자적 관점에서 계속 가보고 싶고, 사진 찍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 이게 씨토포스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설계가 있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런데 우연하게 작년에 기회가 주어졌고,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도 구좌읍에 10만여 평 규모의 대형정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얻는 모든 노하우를 이곳에 담아 제주를 담은 세계적인 정원,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 달라

대상지는 제주 구좌읍이며, 총 면적은 약 33만㎡(10만평) 규모다. 우선 1단계로 12만7000㎡를 대상으로 설계가 진행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2단계 사업으로 추진된다. 의뢰인인 전기 관련 업체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부지를 매입한 후 수목을 식재하는 등 꾸준히 관리해 왔다. 대상지의 숲은 상당히 잘 관리되어 있으며, 상당 부분 기존 자원을 활용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원은 디지털과 접목한 ‘디지털가든’(가칭)이다. 원초적인 식물을 갖고 있는 정원과 기술적인 하이테크인 디지털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정원에는 겨울정원(온실)을 조성해 웨딩하우스 형태로 만들 예정이다. 4계절 결혼이 가능한 웨딩정원인 셈이다. 또한 제주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제주정원, 디지털을 집약화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정원 그리고 초지원, 주택정원, 생태정원, 정원이 아름다운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다. 정원에 들어서는 건축물도 함께 디자인하기로 했다.

▲ 제주 디지털가든 계획안

 

스스로 조경건축가라 칭한다. 조경과 건축의 관계 어떻게 보나?

건축을 말할 때 한옥을 예로 많이 든다. 가령 마당과 외부공간이 없는 한옥이라면 그 멋과 가치는 떨어진다. 외부공간과 함께 있기에 한옥의 아름다움이 더 빛나는 것이다.

조경과 건축을 구분하는 생각은 옳지 않다. 한옥과 외부공간이 함께할 때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 조경과 건축은 경쟁 상대가 아닌 함께해야 할 협업의 대상이다. 다만 누가 중심을 잡고 주도하느냐에 따라 조경건축가가 될 수 있고 건축조경가가 될 수 있다.

조경을 영어로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쳐(landscape architecture)라고 하며, 중국에서는 한자로 경관건축이다. 조경가는 경관을 건축하는 사람 즉 경관을 만드는 사람이다. 조경 안에 건축가라는 뜻이 들어 있다. 결국 경관을 만드는 건축가가 조경건축가라는 생각이다.

 

조경이 건축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조경가라면 조경과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조경과 인접해 있는 건축, 토목, 도시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 이들 인접분야에 대한 관심은 조경을 더 잘하기 위함이다.

대부분 프로젝트는 조경과 건축, 토목이 함께 한다. 그 프로젝트를 조경이 중심을 잡고 리드해 가기 위해서라도 건축과 토목에 대해 관심과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조경과 건축은 분리해 놓고 생각할 게 아니라 함께 연계해서 고민해야 한다.

 

조경의 업역 확대를 위한 자세는?

반복되는 말이지만 영역의 다름에 대한 분리를 안했으면 한다. 건축을 싸워야할 분야라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진다. 오히려 영역을 넓히기에 앞서 인접한 건축, 토목과 관계 맺음을 통해 조경가가 무얼 더 잘할 수 있는지 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 조경의 영역 확대도 조경의 전문성을 인정받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하지만 조경계는 배타적인 시선이 강하다. 가령 산림청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그렇다. 산림청이 빼앗아 간다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가 어려워진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산림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다보면 기회를 오기 마련이다. 산림은 조경디자인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요청할 수밖에 없다. 서로 상생한다면 파이가 커진다.

가령 건축이 보이면 인테리어가 보이고, 인테리어가 보이면 설비와 전등 등이 보이게 된다. 관심의 대상에 따라 노력의 결과에 따라 조경의 영역은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조경건축가 최신현의 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다. 공원이나 정원이 될 수도 있고, 주택이 될 수도 있는 그 공간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그 공간을 만드는 직원들도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소망이다. 공동체 마을은 조금씩 준비해 가고 있다.

 

<제주 디지털가든 계획안>

위치 :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일대

면적 : 1단계-12만7248㎡/2단계-약 20만㎡

사업기간 : 2015. 11.~2018. 11.

 

조경건축가 최신현

학력

영남대 조경학과 학사

홍익대 환경설계학과 석사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박사(수료)

 

자격

조경기사

조경기술사

 

이력

현 (주)씨토포스 대표

현 (주)이공가 대표

현 서울시 공공조경가 그룹 위원

현 서울시 건축심의위원

전 (사)한국조경사회 수석부회장

전 영남대 조경학과 조교수

 

주요실적

서울시 신원정수장 공원화 기본계획 현상설계 당선

서울시 강북대형공원 국제현상설계 당선

의정부시 역전근린공원 현상설계 당선

동탄2신도시 워터프론트 콤플렉스 마스터플랜 현상공모 당선

2011년 ASLA(미국조경가협회) Awards 전문가부분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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