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천읍 주택 설계도면

‘조경건축가’라고 자칭하는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가 제주도에 제주지사를 오픈한데 이어 주택사업을 위한 (주)이공가(異共家)를 설립했다. 조경가로서 건축사업에 뛰어든 첫 번째 인물이 됐다. 인접분야의 계속되는 침탈 속에 영역 지키기에 급급하던 조경계에 최신현 대표의 주택사업 진출은 영역 확대와 관련 커다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인접분야인 건축을 경계의 대상이 아닌 함께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아 건축사업에 뛰어든 (주)이공가의 설립배경과 이공가가 추구하는 비전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 ‘(주)이공가’ 사무실 전경

 

이공가는 씨토포스 제주지사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제주시 도심 대로변 신축건물 6층에 있는 사무실은 남쪽으로 한라산이, 북쪽은 바다가 조망되는 자리다. 사무실 천장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방도 따로 없다.

사무실 양쪽 모두 통유리로 되어 있는 사무실의 특징을 살려 어디에서나 한라산과 바다 등 제주도의 경관을 조망하기 위함이다. 방을 대신해 시멘트 블록을 어깨높이로 쌓아 동선과 공간을 구분했으며, 시멘트의 삭막함은 사무실 곳곳에 놓여있는 화분의 식물로 덮었다.

이공가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집’이란 뜻으로 커뮤니티가 가능한 집을 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살기 좋고 살기 편한 집짓기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제주다운 집짓기 ▲멋진 디자인과 좋은 재료로 지은 집을 싼 값에 공급하는 집짓기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최신현 대표는 “이공가는 주택을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주택사업 법인이다. 멋진 디자인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제주다운 주택, 커뮤니티가 가능한 살기 좋은 집을 지어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이공가의 생각이다”고 이공가가 지향하는 목표를 설명한다.

이공가의 핵심 가치는 제주다운 집과 커뮤니티가 가능한 집에 있다.

이공가가 제시하는 제주다운 집은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제주와 어울리는 형태, 제주에 맞는 공간 배려와 조경을 통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집을 말한다.

제주다움에 대한 최 대표의 설명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조천읍 땅은 10층 주택을 신축할 수 있지만, 4층 규모로 지을 계획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변에 가장 높은 건물이 4층이기 때문이다. 용적률 상당부분을 포기하고 주변 지역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것 자체가 지역 특성을 살리는 것이자 제주다움의 시작이다”며 지역의 주변 환경에 맞는 건축이 제주다움이라고 말한다.

또한 외장재를 제주돌로 사용하고, 이웃한 문화재와 어울리는 건축, 테라스식 건축으로 각 가구마다 정원을 만들어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게 한다. 또한 기존에 있던 수목을 그대로 두면서 대부분 조경수를 제주수종 중심으로 심어 제주다운 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개발로 인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제주의 상징인 ‘밭담’을 지켜나가는 것 또한 이공가가 지향하는 제주다운 주택이다.

이공가가 지향하는 두 번째 가치는 커뮤니티가 가능한 집짓기다.

커뮤니티 주택은 가구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동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 가구가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공간과 더불어 각 층별 가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테라스형 건축을 통해 가구별 정원 배치를 통해 커뮤니티 주택의 모델을 제시한다.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는 잘 나가는 조경가다. 그런 그가 스스로 조경건축가라 칭하며 조경을 넘어 주택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것도 하필 제주도에서 말이다.

사실 제주도에 사무실을 마련한 건 주택사업을 위함이 아니다. 지난해 최신현 대표는 제주도 구좌읍에 10만 평 규모의 대형정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이후 현장에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해 10월 씨토포스 제주지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한 달여 후 이공가를 설립한다.

이공가 설립 배경에 대해 최 대표는 “무분별한 국적불명 건축물로 제주도 경관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비록 혼자지만 제주다운 집짓기를 통해 제주의 경관을 지켜가고 싶었고, 합리적인 값에 공급된 주택에서 입주자 간 커뮤니티를 이루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공가를 설립했다”고 말한다.

사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하면서 건축과 토목에 대한 관심과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후에도 건축과 토목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들과 관계 맺음은 계속됐다. 이는 조경가라면 건축과 토목을 리드해가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땅과의 관계, 환경과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조경가로서, 건축과 토목을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배치함에 있어 조경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게 최 대표 생각이다.

이런 건축과 토목에 대한 관심은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와 (주)예건 사옥을 디자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이공가를 설립하는데 이르게 됐다.

최 대표는 “이공가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외부공간과 조화를 이루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주택디자인의 차별화된 점을 부각시켜 조경가가 지은 주택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물론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건 사실이다. 북서울꿈의숲 전망대와 예건사옥처럼 하나하나 사례를 만들어 가다보면 조경가가 만든 건축의 다름에 대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경가가 만든 건축의 다름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경가 최신현은 유명하다. 하지만 조경건축가가 운영하는 이공가의 주택사업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첫 번째 프로젝트는 이공가에서 터를 사서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프로세스로 진행한다. 하지만 이공가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직접 터를 사지 않고, 토지주의 요구에 따라 주택 혹은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프로세스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공가는 대형평수의 주택을 지양한다. 중소형 주택을 통해 이공가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공가의 꿈은 새로운 개념, 새로운 패턴의 타운하우스에 있다.

최 대표는 “이공가가 지향하는 가치와 생각을 인정받게 되면 앞으로는 땅 소유주의 요구에 따라 주택이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여건이 주어지면 100가구 이상의 타운하우스를 짓고 싶다. 조경건축가의 장점을 살려 외부공간과 건축물이 어우러지고,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살기 좋은 타운하우스를 만들고 싶다”며 이공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공가가 지향하는 가치 실현을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이공일오집)를 제주시 조천읍에서 추진하고 있다. 4층 규모 7가구가 들어가는 빌라 사업이다.

‘내가 집을 짓고 살만한 곳인가’라는 관점에서 선정했다는 대상지는 마을 안에 있으며,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 상업시설과 이웃해 있으면서 대상지 옆으로 500여 평 규모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주변이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향후 개발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대상지 선정 이유로 꼽았다.

제1호 프로젝트는 1월 중 문화재심의를 거쳐 2월 건축허가, 3월 중 착공해서 올 연말에 준공한다는 목표다.

이공가는 단순히 수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는 법인이기를 거부한다. 법인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이익만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주다운 집짓기를 통해 제주만의 경관을 지켜내고, 지역주민과 입주자 간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행복한 집을 짓겠다는 이공가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이공가의 가치 실현을 위한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제주다운 주택을 짓고, 제주다운 회사를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말에서 제주 속 이공가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사업 개요

위치 :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대지면적 : 912㎡

용도 : 근린생활시설(휴게음식점), 공동주택

규모 : 지상 4층 총 7가구, 근린생활시설 1

건축면적 : 312.36㎡

용적률 : 95.96%

조경면적 : 1143.63㎡(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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