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가드닝=2016년 2월호] 24절기와 관련된 속설 중에는 입춘(2. 4)을 지나서 설날(2. 8)이 찾아오면 추위가 덜하다는 말이 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많아서 농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걱정하는 농부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린다. 그만큼 이상기후로 농사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설날 명절을 지나면서 농사를 준비하는 마음과 손길도 점차 바빠지기 시작한다. 2월에 무슨 농사를 할까 싶지만, 절기상 하늘에서부터 봄이 시작되는 입춘이 지나면 올 한해의 농사를 계획하고 씨앗 준비도 해야 한다. 그리고 모종을 키우는 육묘 시작 또한 2월의 중요한 할 일이다. 아직은 추위가 물러가지 않았기 때문에 준비하고 주의해야 할 것도 많지만, 껍데기를 열고 싹을 틔우는 씨앗을 보는 기쁨에서 한 해 농사는 시작된다.

모종을 키우는 육묘농사가 쉽지는 않지만,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주면 내 손으로 키운 모종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번에 알아볼 육묘방법은 씨앗의 싹을 조금 틔운 후에 육묘상자에 옮기는 ‘최아(催芽)’ 방법을 소개한다. 최아의 장점은 죽은 씨앗과 튼실하지 못한 종자를 걸러내고 우수한 씨앗을 선별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씨앗의 싹을 틔우려면 기본적으로 적정한 온도와 수분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온도는 아직 난방을 하고 있는 방바닥의 따뜻함 정도면 충분하며, 수분유지를 위해서 물을 잘 흡수 할 수 있는 종이휴지나 수건을 이용하면 된다.

▲ 젖은 수건이나 물휴지에 씨앗을 놓고 따뜻한 곳에서 수분을 유지하면 싹이 튼다.

씨앗의 잠을 깨우는 ‘최아’

건강한 씨앗을 선별하기 위해

얇은 플라스틱 상자나 접시에 물을 충분히 흡수한 종이휴지나 수건을 깔고 그 위에 씨앗을 골고루 놓은 후에, 반으로 접어서 덮어준다. 그리고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보습유지를 위해서 비닐로 덮어주는 것도 괜찮다. 수시로 확인을 하여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부족할 경우에는 분무기로 골고루 물을 뿌려서 수분을 유지시킨다.

위와 같이 ‘최아’ 방식으로 씨앗에서 싹을 틔웠다면 튼실하게 싹을 틔운 것만 골라서 육묘용 흙으로 쓰는 상토를 담은 포트에 핀셋이나 젓가락으로 집어서 옮겨주고 씨앗이 보이지 않도록 상토를 살짝 덮는다. 떡잎이 생긴 후에는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에 두고, 일조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를 한다. 햇볕이 부족하면 웃자라게 되므로 주의하고, 상토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수분유지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상토를 육묘용 모판이나 플라스틱 상자에 담고 씨앗을 골고루 놓은 후에 씨앗이 보이지 않도록 상토를 얇게 덮어준다. 마찬가지로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씨앗의 종류에 따라서 싹이 나오는 기간이 다르지만 적정온도와 수분이 유지되었다면 일주일 이내에 싹이 나온다. 이후에 떡잎이 활착하면 하나씩 뽑아서 육묘용 포트에 옮겨주고 햇볕과 수분유지를 해주면 된다.

▲ 싹이 나온 씨앗을 상토가 담긴 포트에 넣고 떡잎이 나올 때까지 키운다.

2월 중순께에 육묘작업을 할 수 있는 텃밭작물로는 고추, 토마토 같은 과채류와 상추 같은 쌈채소류가 있다. 특히 고추와 토마토는 밭으로 옮기는 정식을 하기까지는 석 달 가까이 시간이 걸리므로 2월에는 육묘작업을 해야 5월에 옮겨 심을 수 있다. 실내에서는 ‘최아’와 떡잎이 활착할 때까지는 키울 수 있지만, 튼실한 모종을 키우려면 광합성을 잘 할 수 있도록 햇볕이 잘 드는 실외로 옮기는 것이 좋다. 물론 일조량이 충분하다면 실내와 베란다에서도 가능하다.

▲ 떡잎이 자라면 하나씩 뽑아서 포트에 옮겨 심는다.
▲ 묘판이나 상자에 상토를 넣고 씨앗을 뿌린 뒤에 싹이 나오면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떡잎이 자랄 때까지 키워도 된다.

육묘의 환경과 관리방법

비닐덮개로 온도와 수분 유지해야

3월에는 바깥에서도 모종을 키울 수 있으나, 아직 추위가 남아 있으므로 반드시 보온용 비닐덮개를 만들어줘야 한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장소에서 하는데 흰색비닐과 덮개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철사처럼 휘어지는 농사용 활대나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하면 된다.

▲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비닐덮개를 만들어서 본잎이 자랄 때까지 키운다.

4월에는 점차 날씨가 풀리고 낮 기온이 올라간다. 비닐덮개 온도가 너무 높으면 모종이 말라죽는 경우가 있으므로 낮에는 통풍이 될 수 있도록 비닐을 조금만 걷었다가 해가 저물면 다시 덮어준다.

상추와 같은 쌈채소류는 한 달이면 육묘를 마치고 밭으로 옮겨 심을 수 있다. 그리고 추위를 막을 수 있도록 비닐덮개를 만들어주면 일찍 수확할 수 있다. 올 겨울은 날씨가 따뜻하여 1월에 육묘한 상추를 밭으로 옮겨 심은 후에 비닐덮개로 보온을 하여 키우고 있다.

요즘은 육묘를 직접 하기보다는 모종을 사다가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 육묘농사가 쉽지 않기도 하고, 관리하는 일도 여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는 꿈틀거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생명의 신비감에 대한 울림이 느껴진다. 또한 내 손으로 직접 싹틔운 모종으로 키우고 수확하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농사에 대한 재미를 한층 더 높여준다.

▲ 비닐덮개 안에서 자라고 있는 토마토와 고추 모종

오창균(하자센터 작업장학교 도시농업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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