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한국경관답사의 발자국
[김부식 칼럼] 한국경관답사의 발자국
  • 김부식
  • 승인 2016.01.14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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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전문가들은 답사를 참 많이 다닌다. 조경업의 성과품이 현장에 있고 그곳에 담아야하는 정치, 경제, 역사, 사회, 지리, 문화 등을 골고루 담아내는 경관이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고 있으며 건강한 사회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조경학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조경작품과 경관을 흠모하고 그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 현대에 맞는 것이라는 착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서양조경의 화려함을 느끼면서 한국조경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경관은 인간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답사를 하려면 사전에 준비와 사전학습이 필요하다. 답사 내용을 미리 알고가면 답사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조선 정조 때 문장가인 유한준이 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에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즉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에서 추출한 ‘知則爲眞看(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은 너무 유명하다.

위의 의미를 살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라는 표제로 전국을 주유하는 한국경관답사모임이 지난 2년의 발자취를 책으로 담아냈다. 2013년의 ‘시즌 1’에 이어서 ‘시즌 2’ ‘시즌 3’을 함께 출간을 한 것이다.

이 모임은 예전에 GS건설에서 주선하고 한국전통조경을 주제로 강의를 했던 전북대학교 김재식 교수가 현장 강의를 자처하면서 시작이 됐다. 김재식 교수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보일 듯, 안 보일 듯 섬세하듯, 거친 듯 숨어있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보자. 손대지 않은 자연의 소재로 멋을 만들어 내는 선조들의 안목을 느껴보자”며 지리산 실상사·퇴수정·영암사터를 시작으로 1년 동안 답사했다.

시즌 2부터는 장소별 전문가를 초빙하여 답사 해설을 듣는 형식으로 다양성을 가미했다. 그간의 전통답사와 현대적인 조경경관답사도 추가되면서 시각을 넓혔다. 그리고 지난 2년의 답사기록을 이번에 두 권의 책에 담았다.

답사집에는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말 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소홀히 하여 버리거나 덜 귀한 것을 얻고자 방황하며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정말 바보 같고 후회스러운 우리의 지난 모습일 수 있겠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또 더 나은 의미 있는 음양의 조화 속에서 기가 살아 움직이고 넘쳐나는 삶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어느 참석자의 경관답사 의미부여가 진지해 보이고 “꽃보다, 경관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소통의 환희도 담겨져 있다.

이제 겨우 세 발자국을 걸은 한국경관답사가 의미가 있는 것은 조경을 직업으로 영위하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경관의 장소성과 상징성을 음미하고 조경인으로서 소양을 높여가고 있으며 경관의 가치를 부여하고 그 기록을 지속적으로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답사를 통해서 얻어진 감흥과 지식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새로운 조경문화를 창조하게 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문화로 정착이 되면 그 분야는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된다.

한국경관답사의 소통과 자연에서 배우는 즐거움은 시즌 4에서도 기대가 되며 조경문화의 하나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김부식
김부식 kbs3942@latimes.kr 김부식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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