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흥배 기자>

녹색예산 ‘아낄 땐 아끼고 과감히 투자하는’ 창조공무원으로 인정

‘조경기술사·자연환경기술사’ 자격증 취득…전국 최초 사업도 8건

지난해 한국신지식인협회가 주최하는 제26회 신지식인 인증 및 시상식에서 최재군 수원시 푸른조경팀장이 신지식인상을 수상했다.

중소기업, 농업, 특허, 문화예술분야 등 70여 명이 수상한 가운데 최 팀장은 공무원으로서 보기 드물게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공직에서 녹지공무원의 경우 소수직렬로 취급받기 십상이나, 그가 이뤄낸 전문성과 사회공헌에 대한 활동을 인정받아 더욱 주목받았다.

36세의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조경 공부를 시작해 지난 십 여년간 조경산업기사와 조경기사를 취득하고 조경기술사, 자연환경관리기술사,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 식물보호), 수목보호기술자 등 조경분야 자격증 대부분을 취득해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 공무원이 됐다.

공직자로서 시민을 위한 녹지서비스 개선과 예산절감을 위한 창의적인 정책을 개발·추진하고, 전국 최초로 시작한 사업도 8건에 달한다. 지난 2010년에는 331명의 예비후보군 중 최종심사를 거쳐 선정된 29명의 ‘행정의 달인’ 중 조경분야로는 유일하게 뽑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동안 국무총리 표창을 비롯해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경기도지사 표창 등 12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팀장이 추진해 조경분야 이목을 집중시킨 사업으로는 ▲레인가든 조성 ▲야구공 화분 개발 ▲노지형 화단 자동 급수 시스템 개발 ▲조경관리 설계 VE(Value Engineering) 운영 ▲나무물류센터 운영 ▲곤충호텔 도입 ▲지속가능한 생태녹지 조성 ▲수벽형 가로수조성 등이다.

그의 행보는 ‘예산절감’을 위한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방점을 찍는다. 가치공학(VE)을 조경 유지관리에 도입해 공원, 녹지, 가로수 등에 소요되는 약 5억 원의 예산절감을 기했다. 또 ‘나무은행’을 운영해 수원시 예산 49억 원을 절약했다. 아파트 및 가로수에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을 모으기도 했고, 조경수 생산에서 잉여로 남아있는 나무들을 기부받아 필요한 곳에 다시 심는 전략을 택했다.

새해를 맞아 찾은 그는 ‘민간분야 조경발전 기본계획 수립’ 추진을 위해 들떠 있었다. 수원시 조경발전 기본계획은 민간분야의 조경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이를 광역시 체계에 걸맞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분야 중심의 조경정책이나 녹지서비스의 제한성을 극복하고 공동주택 등 조경관리를 위한 민간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조경관리에 따른 부산물인 목재, 낙엽 등 폐기물의 처리를 효율적으로 해 예산 낭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조경관리자 교육 ▲조경관리 장비대여 ▲무궁화 보급 확대방안 ▲아파트 식물원 인증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지식인상에 선정된 소감은?

조경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경을 알린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함께 일한 동료들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결제를 올려도 위에서 미온적으로 받아들이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을텐데 과장님이 업무 조율에 힘써주셨다. 또 사회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들과 함께 신지식인상을 수상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노력에 보답을 받은 것이라 느꼈다.

 

늦깍이 자격증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는?

조경기술사를 취득하기 위해 업무 외 개인시간에 3시간씩 매일 투자했다. 거의 1만 시간에 가까웠던 것 같다. 2년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조경직 공무원이 전문직이기 때문에 열등감을 갖는 게 싫었다. 스스로가 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공부를 위해 민원처리 속도를 3배로 올렸다. 남들이 3일 동안 하는 일을 하루 안에 끝내기 위해 노력했고, 이때 만들어진 습관들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존 업무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이다.

조경기술사를 공부하면서 애정을 갖게 된 분야가 ‘전통조경’이다. 현재 조경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전통성’이 결여된 모래성과 같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고유의 정원문화가 이어져 내려왔다면, ‘공공조경’에 생태계를 배려하고 경관의 조화를 중시했을 것이다. 전통조경을 공부하면서 정조가 이뤄낸 ‘왕의 정원’에 깊이 매료됐다. 수원화성 조성을 위해 조경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직접 지휘했다. 흙에서부터 돌부리까지, 정조의 손길이 가닿지 않은 곳이 없다.

 

어떻게 해서 조경공무원이 됐나?

당초 고등학교 졸업 후 교정직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다. 먹고 살려고 시작한 공무원인데 교도소는 너무 답답했고, 시골 출신이다보니 내 성격과 맞는 위치에서 일하고 싶었다. 조경공무원은 살아있는 나무를 다룰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틈틈이 공부해 경기도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하게 됐다.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새로이 맡고 있는 임무가 몽골 사막화지역에 ‘수원시민의 숲’ 조성사업이다. 휴먼몽골사업단, 푸른아시아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림사업을 단순한 심기에만 그치지 않고 100년간 수원시의 이름이 남을 수 있도록 사업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몽골이 유목민이기 때문에 가축이 한번 이곳을 지나면 ‘깨진 항아리에 물붓기’ 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을 착안해 이곳에 울타리를 치고 기존 나무보다 비싸지만 유실수나 과실수를 심어 판매수익금으로 나무를 관리할 수 있도록 사업방향을 수정했다. 수익사업을 통해 몽골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고 단순한 나무심기에 그치는 전시성 행정에서 벗어나고자 함이었다.

도심 속 노지형화단의 ‘자동급수 시스템’ 또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물 관리 개선에 노력한 사례다. 가뭄에 미리 저장해둔 물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토양의 모세관현상을 이용해 자동적으로 화단의 유지관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365일 생태녹지가 지속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조경 정책, 개선 사안이 있다면?

최근 2년간 수원시에서 발주한 조경 관련 하자로 36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수원시에서 직접 발주하지 않은 조경 관련 하자는 민간포함 1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지속적인 예산지출에도 불구하고 관련 통계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하자비용의 경우 업체가 전액 부담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있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조경 업체가 하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자기간 동안 부담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대신 부실시공에 대한 제제를 강화해 애초부터 하자에 대한 예산 소요를 감소해야 한다.

아울러 조경분야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조경 업역이 많이 축소되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성장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조경계 또한 발굴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전체 조경조직을 아우르는 조경계 컨트롤타워 조성을 통해 업역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 공무원 한사람이 이끌어가기엔 한계가 있다.

 

직업관 및 복무 철학이 있다면

공무원은 국가와 지역사회,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시민의식이 발전되면서 법적 사무 이외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특히 조경 전문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개발이 가능하다. 짜여진 각본에서 만족하는 ‘철밥통’ 공무원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 프로가 되어 직업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많은 녹지정책들이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중단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권이 바뀌면 모든 정책이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담당공무원의 변경으로 인해 행정,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많다. 특히 시민이 주축이 되는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에는 가슴이 아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례 및 법적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녹지행정이 전시성 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의 꿈, 앞으로의 포부는?

올해는 수원화성 축성 220년을 기념하는 ‘수원화성 방문의 해’다. 수원화성에 담긴 전통조경적 가치를 찾아 이를 알리기 위해 ‘왕의 정원 수원화성’이 1월 발간을 앞두고 있다. 정조는 조선시대 최고의 조경가라는 점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그동안 역사적인 호학군주라는 점이 조명됐지만 그가 수원화성을 조성하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공을 기울였는지를 새롭게 평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퇴직 전까지는 시민들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4개의 공원 조성에 힘을 쏟고 싶다. 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해외 명품 공원이나 수목원 못지않은 도시공원 조성에 애착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산과 다산의 정원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

조경공무원으로서 현실적으로 마무리하자면, 최근 조경분야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잿빛미래가 그려지고 있는 것 같다. 조경인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 출범이 있었으면 하고 4월 총선을 대비해 선거공약을 제안했으면 한다. 1호선 국철의 지하화, 국가공원 도입, 철도 공원화사업 등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조경계 스스로가 먹을거리를 찾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최재군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푸른조경팀장 주요약력
보유자격증 조경산업기사, 조경기사
조경기술사,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수목보호기술자
문화재수리기술자(조경+식물보호)
주요수상 자랑스런공무원 표창(경기도지사)
창의·실용 유공공무원(국무총리)
2010년 지방행정의 달인(행정안전부장관)
조경진흥아이디어공모 우수상(한국조경학회장
‘참공무원’ 선정(전공노 수원시지부)
신지식인(한국신지식인협회)
저서 문화재보호법
조경 자연환경관리 법규해설
대한민국 전통조경사
대한민국 목민심서(공저)
문화재수리 조경기술자 논술형 기출 예상문제집(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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